레이지 데이지 2008. 7. 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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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해마루촌, 허준묘역, 매발톱, 고구려 토성 벽)

저 고구려 토성 이름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호로고로성

자연스런 해안언덕에 쌓았다고 하는데 그때 그 시절에는 적들이 쳐들어 올수 없는

철옹성이었다고 한다.

 

어딘가로 내닫는 마음의 길들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燒酒를 마신다.

(중략)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이 시가 생각나는 95회 그림그리기 모임을 나간다고 주일 아침에 ...내 딴에

예의를 차린다고 10시가 안되어 새러님에게 전활 드렸다.

달콤한 아침잠 끄트머리를 잘렸다고 애린 양 같은 애린 양을 부리는데.....

허....(이하 생략)

절대 늦으면 안 된다는 당부와 함께 1차로 남동구청 앞으로 작은 여행을 떠난다.

임진강너머로 간다하여 부랴부랴 꼬마기차에 도착하니 꼬마는 어른이 되어 독립하였는지

오간데 없다. 자주 오지는 않지만 가끔 올때 마다 변화하는 모습이 있어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어쨌거나 지루하지 않다.

일착이라 잠시 벤치에서 오늘의 멤버는 누구일까 하는데 새러님 도착.

글구, 청춘님.... 아니 그림멤버들은 다 어디로 갔나...

타잔님 식구들은 현지에서 합류한다고 한다.

1시 5분까지 혹여 늦장 핀 참가자를 위하여 지둘려 보고 2차 본 여행지로 출발한다.

(그림보다 차타고 가본 적 없는 곳을 간다는 재미가 엄청나다.)

난 새러님 꼬리 글에

“아! 그곳에 경순 왕릉이 있습니다. 어지간한 김씨는 거의 경순왕의 후손이라더군요.

능의 위치를 잃어버렸다가 주둔지 대 대장이라나 누가 숲속에 파묻혀있는 비석을

발견하여 다시 찾았다는........ 옛날 얘기 같은 얘기가 많습니다.

조선조 말에도 잃어버린 채 한참이나 지난서 그곳 현감이 어쩌다 저쩌다 찾았었다는....

얘기가 많은 왕릉이지요. “

이 말과 자유로, 민통선...이런 근접하기 어려운 단어의 홀림에 끌려서

그 더운 날씨에...그리고 엄청난 햇살을 고슴도치처럼 맞으며 가는데...

더더구나 두 분의 해박한 문화지리 대화에 언감생시 끼어 들 틈도 없다.

전곡리가 새로 발굴된 구석기 유적지인지....

반구정(이황)과 압구정(한명회)을 비교하다가

청춘님왈 압자가 누를 압이 아니라 시퍼럴 압이라고 하는데...

에구 내 잘란 척을 절대 그냥 지나가지 않은 청춘님이시여.....

 

'도처철조망 개유검문소(到處鐵條網 皆有檢問所)'라는 옛시조가 떠오르는 만큼

자유로 양변에는 해안인지 강변인지 펼쳐있고 그 철조망 안에 감기어 흐르는 강을 한강인가

하더니 금방 임진강이라 하고.....잠시 군인이었던 시절들을 금강산 철책과 비교하여 말씀

하더니.....종횡무진 대화속으로 참여는 언제쯤 할 수 있을까....

그래, 그렇지...그렇지만 꽃은 피고 지고 그 속에서 우리의 진짜 젊은 청춘들이

밤낮으로 이 곳을 무엇인가를 방비하며 무엇으로부터 지키고 있을 것이다.

민통선. 그동안 휴전선 인근의 군사보호구역 내에서는 논밭을 일구는 극소수 실향민만

   제한적으로 통행과 거주가 가능하다고 하든데..... 통행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이 금단의

   땅에 간헐적으로 이렇게 통행을 하고.... 중부전선 철원 노동당 당사도 일반 공개된 데 이어

   서부 민통선 마을인 파주 동파리(해마루촌)를 비롯해 임진나루, 덕진 산성, 허준 묘 등이 잇따라

   다소곳이 감추고 있던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들 지역은 이제 군 부대만이 아니고 민간인하며

   온갖 과거의 잔재들과 숨은 동식물도 잘 살아 왔는데... 사람들이 들랑날랑 하며 이마저도 훼손이 발생하라

   우려된다. 차라리 비무장지대는 이대로 탈속화가 이루어 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임진강 파도가 찬란하여 금파 은파 마을이름이 되고  동녘엔 동파리, 서역엔 서파리....그럼 곡성은 왜 곡성인가....

 

   두 분은 계속 살아있는 내비게이러 역할을 하시며 어느 굴다리 밑을 빠져나와서

더 이상 초소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느 초소근방에서 타잔님을 기다리고

그 막간을 이용하여 새러님왈

“한서는 누가 모라 안해도 알아서 야채서리를 하는데 남박사는 고추자라는것도 첨 봤지..”

‘잉..... ’

‘족발에 참깻잎과 고추 먹으면 맛나지이.....’

 

잠시후,

연천 경순왕 묘(일반인 신분으로 묘지를 썼으므로 왕능이란 호칭은 어울리지 않기에....)

그늘 아래서-숲속은 아직도 지뢰가 있고 사람 다니는 길 한쪽 켠 에다 돗자리 피고

타잔님 아저씨는 제인인데... 보이, 치타는.....

그 분이 깨끗하게 씻어온 참깻잎에 족발과 된장에 푹 빠진 왕따시만한 풋고추를 먹는

맛은...오늘 오기를 넘 잘했군.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병맥주와 함께...

 

자리를 옮겨( 위의 사진속 임진나루는 못봤다. 땡볕에 고구려 산성은 더더욱 갈수 없다.)

그래서 새러님 어린 시절 미역감고 어항치던 곳으로 간다.

오직 현지인만 아는 곳이라 한다는데...

그곳에서 청춘님은 왼손으로 그림을 그리시고, 타잔님 큰딸은 차분하게 옆에서 구경하고

남박사 지루하여 눈물 흘릴려고 할때,

어디서 손잡이 달린 어망을 가지고 엊그제 내린 비로 불어난 임진강물 속으로 타잔님

조금씩 들어가다가 어깨 위만 남기고 침수하고, 뼈 분쇄기님은 오로지 가족에게 매운탕을

끓여 주어야 한다는 열망에 덩달아 들어가시고 실은 물속이 시원하다....

새터님 옆에서 노련한 어부인양 이렇게 저렇게 훈수하시고...

드디어 임진강 쏘가리 씨알은 동나나 싶었는데,,,,,,, 내 손에 비린내만 남기고 그 엄청난

양의 물고기들이 불쌍하다고 방류하신다.

청춘님 왈 '냄비에 남박사 손을 씻고 그 물에 고추장 넣고  끓여도 매운탕'이라고 하신다....

돌아오는 길에 황포돛배 만드는 짝퉁 임진나루를 끝으로 이리저리 잠들었다가 도로

남동구청으로 앞으로 돌아왔다.

오늘 (26일새벽) 연속으로 내리는 비를 보니 그 날의 햇살을 다시 맞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