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웅 - 라일락이 진다....등등
<라일락이 진다>
달빛이었어.
흰나비 꽃가루에 눈이 먼 것 같은 아득함이었어.
몽롱함이었어.
썰물과 밀물 사이 멈춘 부푼 호흡이었어.
공중에 수천 개 조각으로 부서지는 환한 물방울이었어.
유전자였어.
아! 탄성에 허공 한쪽이 부르르 몸을 떠는 오르가즘이었어.
꽃이 질 때마다 몸이 쑤셔
전생이 환히 보인다는 할머니 처녀 때 키스하며 젖던 축축함이었어.
후두둑 풀어지던 젖가슴이었어. 향기였어. 차갑게 불을 삼키고 간 바람이었어.
연분홍 살 속이었어.
첫사랑이었어.
꽃 속에서 한 영혼이 태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첫울음을 터트리고 수줍은 첫인사를 하고 사랑을 하고 이별을 했던 아주 오래 전 잊어버린 당신이 피어나고 있었다.
꿈이었어.
아득함이었어.
눈물이었어.
일장춘몽이었어.
수 천 개의 봄이 긴 끈으로 이어지고 있었어.
<햇빛이 말을 걸다>
...
길을 걷는데
햇빛이 이마를 툭 건드린다
봄이야
그 말을 하나 하려고
수백 광년을 달려온 빛 하나가
내 이마를 건드리며 떨어진 것이다
나무 한 잎 피우려고
잠든 꽃잎의 눈꺼풀 깨우려고
지상에 내려오는 햇빛들
나에게 사명을 다하며 떨어진 햇빛을 보다가
문득 나는 이 세상의 모든 햇빛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강물에게 나뭇잎에게 세상의 모든 플랑크톤들에게
말을 걸며 내려온다는 것을 알았다
반짝이며 날아가는 물방울들
초록으로 빨강으로 답하는 풀잎들 꽃들
눈부심으로 가득 차 서로 통하고 있었다
봄이야
라고 말하며 떨어지는 햇빛에 귀를 기울여본다
그의 소리를 듣고 푸른 귀 하나가
땅속에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내가 존나 좋아하고 졸나 즐겨 쓰는 말이 있다. 갈망. 열망. 갈구. 간절. 열정. 혼신...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을 나는 절대 믿는다. 우주에는 우리가 실컷 퍼다 써도 남을 만큼의 무한한 에너지가 있고 애타게 부르고 구하고 찾으면 오는 힘이 있다.
열망하고 갈망하며 열정을 바쳐 혼신을 다 할 때 그것은 온다. 우리의 이마와 정수리로 온몸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지나 자신이 원하던 그 자리에 가 있게 된다.
일년 가까이 소원을 빌며 쓴 달시들을 노트에 다시 정리하고 있다. 레이첼이 번역한 달 영시도 쓰고 달 그리려고 파스텔도 하나 주문했다. 열망하며 갈망하며 빌었던 저 달이 분명 소원을 들어주리라 확신한다.
달하! 노피곰 도드샤 ~~ 아으 아흐다롱디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