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진이 살던 집
내 친구 형진이가 쓴 글이다.
1974부터 1991년 결혼해서 출가해 나가기 전까지 살던 집에 다녀왔다.
작년에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로 작은 형님이 살고 계시는 곳이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지만 이렇게 명절이나 제사나 있어야 찾게 된다.
이제 두 살 된 개는 밧줄에 매여 있다. 평소 자유롭게 울타리 안에서 돌아다니다 줄에
매여 있자니 몹시 갑갑했는지 계속 짖어댄다. 짖어 대길래 묶어두었는데 묶였다고
짖어댄다. 아주 큰 덩치는 아니지만 그래도 강아지 수준을 넘어서니 달려들면 겁이 난다.
겁이 난다고 묶어두었으니 겁이 난 사람이 잘못인지 짖어대는 개가 잘못인지 잘 모르겠다.
결국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간 다음 개 줄을 풀어주니 짖지 않았다.
짖지 않으니 짖어서 묶었다는 것이 잘못인 것도 같고 사람을 불편하게 했으니 그래도
묶어야 되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순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개를 생각하다 보니 광우병을 두려워 한 사람들이 검역주권을 미국에 내주려한
이명박 정부에 대해 항의한 것에 두려움을 느껴 청와대로 몸을 숨긴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 후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원천봉쇄하려고 수많은 노력을 들인 그의 행동도 또한 생각난다.
하늘이 정밀 구멍난듯 파랗다.
내친구 형진이 살던 집에 열린 감이다.
내 것도 아닌데 갖고자하는 마음은 욕심이겠지.
88년 올림픽때 동사무소에서 유실수나 나무를 나눠주었는데 그 때 심은 나무에 많은
감이 열렸다. 위로만 자라 가지를 쳤는데 작년에는 하나도 달리지 않더니 올해는
가지가 째지도록 주렁주렁 매달렸다. 농약을 치지도 않았는데 벌레도 끼지 않았다.
물론 그 때 심은 두 그루중 한 그루는 올해 감을 맺지 못했다.
내년에는 이 나무보다 더 많이 달릴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