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間)에서 엿보기/길 위의 지나 간 이야기
안동...늦가을 여행
레이지 데이지
2014. 11. 3. 20:49
안동문화탐방
하회마을 선비길→ 병산서원 →사과따기 체험→봉정사 영산암
스치는 바람결에서 새로운 계절의 길목에 들어서 있음을 느낀다.
분주했던 가을 여행길을 하고 며칠은 두문불출했다.
매화꽃이 피기시작하는 봄날과 오솔길에 가랑잎이 쌓이는 가을 날.
여행자...내 삶을 과연 한바탕 놀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일상은 그저 논다리처럼 한량 백수이지만, 나를 감싸앉은 사건사고들은 휘몰이 장단 몰아치듯 숨가쁘지만
그럴 때는 긴장을 유발시키는 외부적인 추동과 스스로 털고 일어 설 수 있는 내적인 각성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안동에 가서 기운을 찾고 돌아왔다.
여행은 순식간에 어떤 무미건조했던 선입관의 세계에서 전혀 새로운 미지에 세계에 들어선 듯 창조적인 감흥을 안겨주었다.
그렇게 여행은 삶에서 한발짝만 전진하여도 경이롭고 풍요롭게 해줄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한 것인가.
나는 어느새 목청 높은 문화유산 전도사가 되어 있는 양 하였고, 고요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초겨울의 풍경속에서 행복한 모습이었다.
중세의 성벽처럼 견고하게 자리한 풍산유씨의 재실 앞에서
시간의 숲에 들어선 듯 미묘한 감동한 안겨준 만대루 기둥 아래에서
도산의 세월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한 버드나무의 오래된 육체 앞에서...
퇴계가 걸었던 예던길의 물소리와 겨울숲의 햇살과 바람소리 곁에서...
그리고 아버지 산소앞에 100 그루의 매화나무를 심게 해준 옥연정사 앞,
서애 선생이 심은 소나무를 헤아리면서
나는 내가 마음껏 누리고 있는 풍경 앞에서 경외하고 감사했다.
여행은 그렇게 역사와 풍경과 세월과 옛사람과의 대화인 것이다.
안동의 불교건축과 유교건축에 깃든 심오한 세계를 살피고
병산에서 하회까지 낙동강을 따라서 선비들의 옛길을 걷는 생각은 하지도 못하지만...
과거의 선조들의 일대기를 옛터와 옛길을 따라 공부하는 여행이다.
뚝향나무가 지키고 선 진성이씨 대종택과, 온혜리의 퇴계태실과 퇴계종가
도산서당에서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그림같은 풍경속의 예던길에서
퇴계선생의 육성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시문들을 읽어볼 것이다.
언젠가 숨은 보석처럼 우리를 감동시켜주었던
안동의 무명 건축기행, 유력한 가문들의 재사를 찾아간다.
태장재사, 금계재사, 능동재사, 수동재사, 남흥재사, 서지재사 등등
안동김씨, 안동권씨, 풍산유씨, 남양홍씨, 의성김씨...
안동 양반문화의 뿌리를 이루고 있는 가문의 영광과 그 자존심이 지켜온
세월의 빛과 그늘, 산천의 풍경속에 스민 숨결을 가슴으로 느껴볼 것이다.
하회마을 앞에 있는 연꽃잎대의 그림자.
안동여행과 사과체험 즐거웠습니다.
세계유네스코에 등재된 하회마을,
유성룡의 유패가 모셔진 병산서원,
조선초 다포식 목조건물 천등산의 봉정사 대웅전(국보),
한입 물면 아삭아삭한 소리와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안동사과 맛 체험.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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