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우리는 사막에 갇혀있다.
<우리의 욕망을 좌절 시키는 것은 무엇인가?>
1. 사막-무의식의 세계
사막엔 아무것도 없다.
인위가 없다. 가치도 없다. 윤리도 없다. 논리도 없다. 이성적 체계가 없다.
단절도 없다. 구분도 없다.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파도처럼 물결친다.
마치 우리의 무의식처럼.
왕감독은 우리의 무의식을 사막으로 비유하고 있다.
사막은 아름답다.
이처럼 사막을 아름답게 찍은 영화가 있었던가
왕가위 감독의 표현기법은 가히 최고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막엔 이글이글 타는 태양빛만이 끊임없이 넘실댄다.
우리의 무의식엔 이글이글 타는 욕망만이 끝없이 이어진다.
욕망은 시도 때도 없이 치밀어 오른다. 군사들이 사막끝에서 무수히 말을 타고 올라온다.
우리의 무의식의 욕망을 군사들과 말을 통하여 화려하게 보여준다.
정말 한 신이 아름다울 수 있는 극한을 보여주는 것 같다.
2. 구양봉(장국영)
사막에 여관을 세운다. 인간은 자연에 문명을 세운다.
여관은 모양과 방의 구분이 있다. 문명은 기하와 수의 원리로 세운다.
구양봉은 당대 최고의 검객이 되고 싶다. 권력가가 되고 싶다.
지배권력을 위해 사랑은 포기되어야 한다. 장만옥은 버림을 받는다.
슈퍼에고의 유혹에 구양봉은 자신의 본원적 욕망을 포기한다.
모룡연이 살인을 청부한다. 모룡언도 청부한다. 양채니도 청부한다.
구양봉에 일어나는 이드의 리도를 아름다운 여인들의 청탁으로 표현한다.
구양봉은 돈이나 댓가를 들어 이들의 요구를 일정정도 거절한다. 절제한다.
돈이나 댓가가 슈퍼에고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구양봉의 정체성과 주체성이 확립된다.
구양봉은 욕망과 슈퍼에고사이에 끝없이 갈등하며 문명을 저주하며 자신이 건설한 여관을 태워버리고 떠나 버린다. 자신의 권력의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가를 깨우치고 모든 것을 포기한다.
3. 모룡연과 모룡언(임청하)
문명이 건설되자 자아는 분열된다. 욕망은 억압받아 무의식의 방으로 유폐되고 도덕과 명분이 의식의 전면에 서서 주인행세를 한다.
모룡연은 타인을 미워하여 죽이고 싶다. 모룡언은 자신을 죽이고 싶다.
분열된 두 개의 자아 욕망과 도덕사이에서 우리는 끝없이 갈등한다.
사랑을 이루고도 싶고 파괴하고 싶은 이중성을 임청하를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4. 황약사(양가휘)- 유가령-양조위
-도덕은 적을 만든다.
문명을 건설한 인간들은 일부일처제를 도덕으로 내세웠다.
인간의 욕망도 일부일처제로 규격화 되어야만 한다.
양조위에게 황약사는 도덕을 침해한 악당이다. 눈도 멀어간다. 죽음이 앞에 있다.
유가령과 황약사의 사랑은 악마의 행위일 뿐이다.
도덕은 욕망을 짓누른다.
도덕을 회복하기 위해 양조위는 온갖 노력을 하다 죽어만 간다.
5. 임청하와 양채니
-본원적 욕망은 미끄러져만 간다.
임청하는 장국영을 사랑하지만 그와 결혼하지 못하고 그의 형과 결혼을 한다.
양채니는 장국영에게 복수해 달라하지만 검객 홍칠이 대신 복수해 준다.
우리의 본원적 욕망은 죽음 또는 태아의 상태에서만 완벽할 수 있다.
본원적 욕망은 결코 달성될 수 없기에 우리는 대체물 짝퉁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6. 복사꽃은 피지 않는다.
-관계가 욕망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감독은 문명건설이 우리의 욕망을 어떻게 짓밟는지를 모더니즘 기법으로 파헤치고 있다.
문명을 건설한 순간 우리의 욕망은 숨기고 은폐되어야 할 무엇이다.
진정한 행복은 없다.
대체물에서 위안을 찾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인간 모두의 자업자득이다.
왕감독의 미장센은 정말 아름답다.
형식미의 거장답다.
모더니즘의 황제라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