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 데이지 2009. 11. 13. 19:32
가을 3색①설악산 주전골, 오-메 단풍 들것네!
 
계절은 파티 플래너(Party Planner)다. 여름 폭양의 축제가 끝나면 곧장 가을빛의 축제를 준비한다. 한 번 눈길이 닿으면 헤어나기 힘들다는 선혈 같은 홍조(紅潮)의 세계, 즉 단풍(丹楓)이다.

   명산이 많아서인지 단풍은 예부터 우리 문학의 단골 소재였다. 소설가 정비석은 금강산 기행문인 산정무한(山情無限)에서 '우러러보는 단풍이 새색시 머리의 칠보단장(七寶丹粧) 같다면, 굽어보는 단풍은 치렁치렁 늘어진 규수의 붉은 치마폭 같다'고 묘사했다. 또 시인 김영랑은 혼기 찬 누이가 장독대 위로 날아든 감나무 단풍을 바라보고 터트린 불후의 감탄사 '오-메 단풍 들것네!'를 남겼다.

  

남한의 단풍 명산 중 으뜸은 단연 설악산이다. 단풍이란 어때야 함을 현시해준다.
만산홍엽이 해발 1천708m 대청봉부터 시작돼 백담계곡, 천불동 계곡을
수려하게 물들인 후 남설악 주전골에서 화룡점정을 이룬다.

 주전골은 오색약수에서 선녀탕을 거쳐 점봉산 서쪽 비탈에 이르는 계곡이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沼), 기암절벽, 하늘로 활개를 뻗은 수림이 울창하다. 등산로 경사가 가파르지 않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산책하듯 오를 수 있다.

   주전골 단풍의 백미는 오색약수터에서 1시간 거리인 선녀탕 부근이다. 병풍처럼 치솟은 협곡 절벽과 흰 암반 위로 구르는 계류(溪流), 넓고 푸른 물굽이에 비친 단풍이 더없이 화사한 색감의 조화를 이룬다.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황홀하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단풍은 평년보다 다소 늦게 시작됐지만 색이 매우 곱다고 한다. 이미 절정을 지나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가을이 다 가기 전 '붉게 흐드러진 산'에 마음을 담가볼 일이다.
연합뉴스-장성배  2009년11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