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 데이지 2009. 12. 27. 12:25

 

 

 

 

 

 

2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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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비수구미마을> 화천∼해산터널∼비수구미∼평화댐

 

고유 지명 ‘구미’에 대한 논문을 발견하고 살펴보았더니, “바다가 육지로 둥글게 굽어 들어간 작은 만(灣)이 ‘구미’ 또는 이 형태 ‘기미’로 나타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이러한 지형은 물결이 일지 않아 배를 정박하기에 최고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비누꾸미’는 넓은 들판이 산과 산 사이로 굽이쳐 들어간 요자형(凹字形)과 리을자형(ㄹ字形)이 복합된 아늑한 마을로 밖에서는 마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후미진 지형 바다나 들판이나 강물이나 냇물이 산과 산 사이 또는 뭍과 뭍 사이로 요자(凹字). 을자(乙字). 야자(也字).

육자(6字). 리을자형(ㄹ字形)으로 휘돌아 굽이쳐 들어간 작은 만(灣). 골짜기나 여울(灘). 마을. 후미. 개울(川) 등이 ‘구미. 꾸미. 기미. 끼미. 그미. 끔. 귀미. 귀매’ 등으로 부르고 있었다.

한자로는 ‘금(金. 錦. 今. 琴), 구미(口尾. 仇未. 龜尾. 口未. 九味. 九尾. 九美), 고미[古未. 告美. 顧尾(美. 米)], 금미(錦味. 金味)’ 등으로 쓰여지고 있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굶(穴)’을 원형으로 하는 ‘굼’과 ‘(阿)’을 원형으로 하는

‘구미’와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

 

 굼’이란 바닥이 초숙(깊숙)한 곳이나 움푹 들어간 지형을 말한다.

움푹 들어간 논을 ‘굼논’이라 부르고, 산꼭대기에 움푹 패인 분화구를 ‘굼불’이라 부르는데, 경산군 용촌동의 ‘구미재(굼벌:仇火. 求化. 求富)’는 고개가 구불구불하다 해서 생긴 지명인데 ‘굼’과 통용되고 있고 ‘쇠굼(새꾸미:赤金). 장굼(장귀미:長谷). 웇밭굼(옻밭구미).

반댓굼(반댓구미)’ 등등의 지명 역시 ‘굼’과 통용되고 있다.

 

‘구미’에 대해서 몇 예를 들어보겠다. 화천군 동촌리는 물길이 굽이쳐 들어간 후미진 지형으로 고유 지명은 ‘비수구미(飛水口尾)’인데 지난 2000년 10월, 파로호(破虜湖) 물길이 줄면서

냇가 바위에 ‘비○고 동표금산(非○古 東標禁山)’이라 새긴 글귀가 발견되어 말로만 전해오던 마을 이름 유래가 실제 확인되기도 했다. 

 

 또한 삼척군 구미리(九美里)는 ‘물구비진 곳(龜尾. 內九美)’이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재미난 것은 ‘안구미(內九美)’의 지형이 마치 여자의 음문(陰門)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음풍정(淫風井)이라는 마을의 우물을 메우고 다른 곳에 새로 팠다는 것이다.

음풍정이 건너편 ‘자지산’과 마주하기 때문에 이 우물을 마시면 여자가 바람이 난다는 것이다.

 

 믿다 말 것이 동창 많은 여편네 하고 칠월 구름’이란 속담도 있지만 괜한 우물타령으로 속깨나 끓였을 남정네들의 심사가 어지간히도 뒤틀렸던 모양이다.

 

 자칭 인간 국보라던 양주동 선생이 그의 고향 황해도 몽금포(夢金浦)를 읊은 한시(漢詩)에서 ‘몽구미 고운 풍경 서호와 어떠하리(金灣風景似西湖)’라고 풀이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아쉽게도 ‘금만(金灣)’은 겹말이었다.

 

 ‘만(灣)’의 우리말이 ‘구미’고, ‘구미’의 한자 변이어(變異語) 중 하나가 ‘금(金)’이고 보면 ‘빨간 홍시(紅柿)’를 따먹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따순기미(陽村金). 맥그미(陌今)’ 그리고《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이는 ‘모래구미(塞琴:전남 해남현의 옛 이름)’

등이 그 좋은 예다.

 

 이런 반면에 어원을 몰라서 간혹 촌극이 빚어지기도 한다. 화천군 신대리의 고유 지명은 ‘

톳귀미(土古未)’였는데, 동네 주민들은 이 일대는 벼농사가 많아서 품팔이 하기에 좋다는

뜻으로 ‘토고미(土顧米)’로 잘못 쓰고 있었다. ‘

 

 용귀미(龍顧尾). 복그미(伏顧尾)’의 지명에서 보듯 한자의 음만 빌렸을 뿐이다.

사실 새도 지방에 따라 우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는데 언어야 말할 것도 없다.

이렇듯이 어원을 모른다면 올챙이가 바다로 나가 고래로 둔갑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면 ‘구미’의 어원(語源)은 어디서 왔을까?

지금까지 알려진 바를 종합해 보면 여진어(女眞語) Kueimai(물가:水邊).

몽고어 K∅mig(처마, 산의 돌출부). 아이누어 Kume(산, 무더기)가 동근어(同根語)

또는 일부의 형태적 특징을 가지고 흡수 변화하여 ‘ㅅ곰’이란 우리말을 낳지 않았나 하고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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