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間)에서 엿보기/난민처럼 떠나는 여행

會者定離인데, 망가지는 모습들

레이지 데이지 2009. 9. 6. 10:57

여행 31일 2월25일 일요일

비 왔다. 바람이 불고 그리고 없던 해는 그대로 밤이 됐다.

아침에 남아있는 부식을 정리 하면서  섞어서 부대찌개를

끓였다. 아침이라 그리 맵지 않게 했는데...약간 짐짐한 맛이 있는 것 같고...

햄이 유난이 탄 맛이 나서 약간 걱정 했는데 다들 푸짐하게 먹어 주어 고맙다.

어제까지 쓸쓸하게 다닌 것 같아  교수님하고 다니고 싶다고 하니

오늘 바쁘시다 하면서 쏭셈 옆구리 꼭꼭 찔러서 같이 다니자고 시도 하라고 한다.

난.....


오전에 숙소 옆에 있는 벼룩시장을  남매들, 현석, 같이 나간다.

지금 생각하니 걔네들이 교수님 사주를 받는 것이 아닌가 생각 든다.

어쨌든 같이 간 것은 같이 아니 간 것만 못했다.

현석이는 도중에 성질내고 가고

마이클 잭슨 피부병이 어쨌다고 무엇인가에 말하다가... 지 성질에 못 이겨서

그것이 뭐 중요하니? 그 애는 군대 간다고 하니 만인의 아들이 아니고

오직 자신의 엄마 아들뿐임을 느끼겠지. 흔히 뺑이 친다고 하는데...고생을 많이 해야 하는데..

남매는 춥다고 숙소로 돌아가더니 온다 간다 말없이 나갔다.

혼자서 숙소에 마냥 있다가 대충 짐을 꾸려 놓고

유리창을 열고 양말을 열어 놓고 나왔다. 별 생각 없이...


잔뜩 찌푸린 하늘은 급기야 소나기같은 굵은 비를 쏟기 시작하고

내 오버 트로즈는 그 성능을 뽐내기 좋은 조건이다.

그냥 그 비를 맞고 싶어 소르본느대학-파테온-노트르담-포름데알..


럭키호러 쇼를 하는 극장 앞-시내...  이 앞에는 엄청 긴 줄을 서고 있어

호기심에 그 앞을 쫒아 보니 극장인데...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물어 보니

유명한 공연이라 한다. 세계최초라고 하는데..원조라는 얘기인지...

그냥 그렇게 빨빨대고 걸어 다녔다.


모네 작품만 전시하는 모네 미술관...은 시외쪽에 있어서 가지 않았다.

교수님은 그 곳에 그림들이 좋다고 하셨는데..


판테옹은 뭐하는 곳인지 성당인지 국립묘지인지 뭘 기념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기일이 지난 티켓을 그냥 설렁 보고 들여 보내준다.

넓은 중앙에 푸코의 진자가 매 달려 있다. 이것은 푸코가 그 당시에 이곳에서

실험을 한 것은 아니고 더더구나 실험했던 추도 아니다. 다만 이곳에 설치하고

여행객들을 불러 모을 생각 인듯한데.. 홍보가 안되어 있다.

지하에는 수많은 묘관들이 있는데, 룻소도 이곳에 있고 에밀졸라는(?) 이미

페 르나세즈 공동묘지에 있는데, 또 있다. 안내에게 물어보니

처음에 그곳에 묻혔다가 기념비적으로 남겨 놓고  뼈는 이곳에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죽은 에밀졸라가 승낙했을까...

프랑스의 ‘칼레의 시민’ 들은 모두 이곳에 있다.

아무래도 교회 이름이 Pantheon이라.

만신전(萬神殿)-모든 신들을 모신 신전이란 뜻이라 그들을 이곳에 전부 모았나보다

이리저리 돌다가 한국 여학생 둘이 지나다 한국사람 이군요 하며 호호 웃다 헤어지고

밖으로 나오니 빗줄기가 약해져 있다.


방향을 잘 정해 씨테섬 쪽으로 걸어간다. 섬이라 하기엔...

세느강 폭이 중량천 보다 좁고 다리도 이쪽 저쪽 다 합쳐도 제3한강교보다 짧은 듯하다.


마침 예배 시간인지 노트르담 성당 안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들리고

이 성당 의 장미창도 멋있어 여행 초기의 싸르뜨르 성당이 생각났다.

그 만화경 같은 스탠인드그라스...

그 엄청난 감동이 생각난다.

우리나라 오방색처럼 이것도 동서남북으로

무슨 의미가 있을 터인데 알지 못하니 여행에서의 의미은 아는 것만

눈에 보이는구나 싶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미사 드리는 곳은 약간의 출입통제를 한다.

뒤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내일은 집에 간다 하는 생각이 미치자

여행기를 꺼내어 대충 정리한다.

교수님이 오늘 저녁을 함께 하자고 했으니 일찍 들어가야지..


탑에 올라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밖으로 나와 성당 옆으로 도니

줄이 길게 서 있다. 바람 불고, 춥고,...그래도 꿋꿋하게 기다렸다.

기일 지난 티켓이 효력을 발휘하기에...

뒤의 잉글랜드 여행객이 말을 계속 시킨다.

나는 정통파 잉글리쉬에게는 기가 약해서 아는 말도 안 나오는데..

이 아저씨가 급기야 나중에 위에 올라가서 이멜 주소를 적어 달라고 하는데

내 맬 어드레스가 생각이 안 나서리....

쑝셈에게 이 얘기 했더니 “죽어야지....” 하고

교수님은 뭔가 마음에 안 드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것이야 하셨다.

또, 앞의 홍콩부부는 내가 중국 사람인줄 알고 어찌나 신경을 써 주는지...

아니다. 혼자 와서 다니는 것을 보고 안쓰러워하는 것이다.


위에 올라가 밋밋한 Great Bell (Le bourdon)을 보며 난 나의 상상력 부재를 실감한다.

암만 보아도 콰지모도가 매달려 한 집시여인의 영혼을 구걸했다고는 생각이 안든다.

다만, 외부에 장식된 배수로을 각종 동물로 표현하고 그 입으로 낙수되게끔 한 구조가 마음에 든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그 야수들이 물을 방울방울 밀어내는 듯 하고 바람에 의해

물방울들은 갈 곳을 잃듯  둥글게 낙하한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파리 시내가 다 보이니 좋다.


노트르담 정문 왼쪽에 있는 (탑에 올라가는 문 정면쪽) 까르페는 절대 사 먹지 말라.

만약에 그곳에 가는 경우가 생기면....

맛도 딥따 없을뿐더러 비싸다. 그 옆에 있는 집이 훨씬 낫다.

더구나, 늙은 주인이 없으면 젊은 알바가 더 실력이 없는 것 같다.


일요일이라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다.

시청 앞에는 스케이트장 그리고 간단한 얼음 썰매장이 있고

많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서울은 입장료가 있고 키높이

칸막이가 공사장처럼 쳐 있는데 이곳은 그대로 드러나 있어 좋다.


시청을 보고 걷고 걷으며 다시 샤토레알-포름 데 알 - 뽕피두의 낮의 모습을

보고, 슬쩍 보았던  됴쿄 궁-박람회 시절 일본이 짓었다는...

지금은 무슨 영화 아카데미 스쿨이라는데

그 어마어마 한 담벼락에 돋을새김으로 표현한 그리스로마신화의 얘기를 볼려고

가려 했는데 어둡고 추워진다.

그래 다시 Form des Halls 옆 Saint Eustache 성당에서 마침 저녁 예배가 있어

들어갔더니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예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크게 바라는 것이 없지만 다 끝난 여행과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 갈 수 있게 하여

주신 신들에게 감사인사 했다. 노트르담 성당과 비슷한 느낌이다.

오늘 하루 종일 성당에서 놀아서 그런가 싶다.


어두워지니 이곳도 무서워진다.

일요일 저녁인데 시민들은 없고 펑키같은 아이들이 몰켜 있고

유리관처럼 잘 지어 놓은 공원 포름은 노숙자들 숙소인지

박스들로 자리를 잡아놓고 오물냄새-지린내가 진동한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 남녀가 한 물체처럼 엉켜 있는 공원 한 귀텡이에는 ...

전철역안도 그리 맑은 분위기가 아니다.

거 무슨 미래영화의 부정적인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숙소로 돌아오니

기현이와 쏭셈이 무슨 햄인가를 먹고 있는데 칼을 못 찾았다고 한다.

F1은 잠을 잘 수 있게 한 곳이라 취사는 안 되는데...

들어오자마자 전기밥솥을 관리 잘못하여 메이드가 압수보관하고

그래서 코펠에 밥 해 먹었다. 가스통은 첨부터 가방 안에 보관 관리를 잘 했는데...

나갈 때에는 주방 도구들을 되록이면 감추어 놓고 나간다.

그래서 부엌칼도 흉기로 오해 받을까 숨겨 놓고 나갔는데...

창문은 깜박 잊고 열어 놓고 나갔더니-환기를 위하여- 이것들이 다시

못으로 박아 놓고 갔다. 뭐 오늘밤만 넘기면...

요리해서 냄새나도 뭐 집에 가면 그만이지...

나보다는 주의를 많이 한 사람은 모녀팀의 엄마인 금숙씨 였었지.

그래도 당할것은 다 당했다.

어디에서 인가는 가스통 압수당하고

막판에는 전기밥통 압수당하고


어쨌든 나갔던 사람들은 하나둘 모이고 포도주 파티는 한다고 하는데

나는 포도주 완쌋 아니 쓰리쌋에 그 모든 기억이 까맣게 됐다.

언제인가  전에 상호가 여행 마지막 날 들이받는다고 해서 옆에서 도와줄게

하다가 그렇게 살지 말자로 결론 냈는데...

기어코 내가 일을 내고 말았나 보다.

뒤에 얘기 들으니 

한 밤에 교수님 머리잡고 더 놀아야 한다고 주정 부렸다는데....

쩝쩝...민망할뿐이다. 


이렇게 해서 나의 주책바가지 여행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