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남미히피로드
답사기와 방랑기' / 조용헌
여행에도 두 종류가 있다. 공중 폭격과 땅개 작전이 그것이다. 공중 폭격에 해당하는 여행기는 유홍준이 최근에 펴낸 '중국 문화 답사기(나의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이다. 이에 대비되는 땅개 작전 유형의 여행기는 노동효라는 작가가 쓴 '남미 히피로드'이다. 800일 동안 남미의 히피들과 어울리며 떠돌아다닌 방랑기이다. 답사기와 방랑기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유홍준은 당대의 안목이다. 거의 50년 동안 유적지를 직접 발로 밟아보고 방대한 영역의 문사철을 공부하고 거기에다 미학까지 섭렵하였다. 여기에서 발효되어 나온 게 '당대안목(當代眼目)'이다. 1권 서문을 읽어보니까 문화재청장 시절 중국의 주요 도시 시장이나 인민위원장의 만찬 초대를 받은 대목이 나와 있다. 유 청장이 북경시에 가서 대접받을 때에는 북경시중국(北京是中國)이라는 덕담을 방명록에 썼다. 서안에서는 서안재중국재(西安在中國在), 남경에 가서는 남경흥중국흥(南京興中國興)을 남겼고, 중국 수행원들에게는 상해요중국요(上海擾中國擾), 부지제남부지중국(不知濟南不知中國)을 써 줬다고 나온다. 필자는 본문 내용보다 서문의 이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안목을 갖추기 위해서는 고관대작을 한번 해봐야 되는 거구나. 그래야만 문화 귀족의 아우라가 생기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직 고관대작과 문화 귀족의 여행기가 답사기라 한다면 노동효의 '남미 히피로드'는 800일 동안 겪은 밑바닥 따라지들의 방랑기이다. 남미 대륙이 히피들의 천국인 줄은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다. 히피는 무협지적으로 해석하면 개방파(丐幇派) 아닌가. 미국의 히피, 중국의 개방파는 본토에서 사라졌지만 그 전통은 살아남아 남미로 옮겨갔던 것이다. 히피들은 돈 없이 여행하는 부류이다. 숙식에 필요한 최소 경비는 여행 중에 자체 조달한다. 품팔이도 하고, 길거리에서 수공예품도 만들어 팔고, 광장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모자 속에 동전을 받기도 한다. 공중으로 공을 여러 개 던져서 주고받는 놀이인 저글링이나 외발 자전거 타는 서커스 묘기도 익혀야 한다. 하룻밤 자는 숙박비도 3000원 정도. 여행 중에 히피들끼리 만나면 먹을 것도 서로 나누어 먹는다. 글쓴이 노동효도 여행 중 강도를 만나 카메라, 노트북, 돈을 다 털린 적이 있다. 빈털터리 상태에서 서커스 주특기의 히피들과 합류한다. 한 달간 같이 장마당마다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면서 숙식을 해결한 대목도 나온다. 내가 20대라면 취직하지 않고 남미로 갔을 것이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황현호 【책, <남미 히피 로드> 간증기】
날은 맑고 미세먼지가 야리끼리하게 낀 아침 9시.
지인 Y하고 천보산에 갔다. 늦봄, 햇볕이 따갑다.
Y와 산행은 오랜만이다.키가 1m90에 가까운 그는 보폭이 넓어 내가 발 맞추려면 신경이 거슬렸다.그가 어슬렁 저슬 렁 걸어줘서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여행을 오래한 Y는 남을 배려하는 디테일이 길 곳곳에서 돌처럼 드러난다.
호주머니에 있는 송곳처럼.
우리는 약속하지 않았는 데 각자의 배낭에 여행작가 노동 효가 최근에 낸 책,<남미 히피 로드>(나무발전소,출간)를 삽입했다.
Y는 나와 여행에 관한한 주파수가 맞다보니 읽는 책도 씽크로율이 높다. 그는 국내외 여행을 많이 한 여행마니아다.
그도 나처럼 노동효 같은 고수의 여행서가 궁금 하기도 했을 터. Y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유라시아 배낭 여행을 마치고 지난 4월, 의정부 집으로 왔다. 집을 베이스캠프 삼아 어지간히 지구별 곳곳을 누볐다.
그는 호기심과 모험심이 유별나다.
선천성 겁 결핍증 '환자'인 그를 보면서 또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한 달치 '사료'값을 벌기 위 해 자신의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하는 소시민의 비애가 있다.
소설 한 구절이 떠오른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모험심이 부족하다.
진정한 자기의 삶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찾아 보려 하기 보다는 그냥 지금의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자기의 삶이라고 믿고 견디는
쪽을 택한다."(275쪽)ㅡ은희경,
우리는 천보산 산행을 1시간쯤 한 후,경사가 완만한 너른 평지에서 쉬었다.나와 그는 배낭에서 노동효의 문서를 꺼 냈다.
무슨 제의를 하듯이.
"Y형,여기서 책 읽죠"
"좋지"
"어떻게 산에서 책 읽을 생각을 했소?"
"난 산이든 여행지든 늘 책을 가지고 다녀"
"그래도 그렇지 산에서 나하고 읽는 책이 똑같을 수
있어?"
"(Y는 미소지으며)그러게 말이야.노동효 작가는 복 받은 거야"
"이걸 계기로 산에서 책 읽는 모임 만드는 거 어때?"
" 아주 좋은 생각이네.찬성이야"
"내가 22년 전에 여대생을 함 꼬실려고 산에서 책읽는 모임을 획책했었어. 그때 이름도 지었지.산에서 책을 읽으니까 말 그대로 뫼 산에 책 책. '山冊'으로 지었지. '산책'어때?
"와우, 멋진 작명이네. 벽공(20년 전에 괴산 사는 친구 가 지어준 아호[雅號])은 이름 짓는 덴 선수야"
"Y는 사람 보는 눈이 예리하네"
"(ㅍㅎㅎ) 지랄하고 있다"
"산에서 책 읽는 '산책' 모임 추진할까?"
"좋지."
우리는 '산책'을 시험 가동한 셈이다.산속 숲에서 노동효의 여행서,<남미 히피 로드>를 읽기 시작했다.
어제 많이 읽어서 오늘,남은 40쪽 읽으면 된다. Y는 책을 느긋하게 읽는다. 밑줄 쳐가며 느리게 음미하며 읽는다.
그는 절반쯤 남았다.
노동효의 책 <남미 히피 로드>를 덮는다. 책은 재밌다.
다시 한 번,여행은 특히 장기 배낭여행은 돈,시간,체력이 있어서 가는 게 아니라 용기로 가는 것이다,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한다.
행복 하기 어려운 것처럼 여행을 가기 어려운 까닭은,
가지 않을(못 할)이유는 백 가지도 모자라고 가야 할 이유는 한 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행 안(못) 갈 핑계가 갈 이유보다 100:1이지.
내가 노동효의 책을 서둘러 읽은 것은 그 파워풀한 실행력
을 확인하고 싶어서다.
메리 올리버가 한 말이 가슴을 친다.
"시도의 에너지는 정지의 안정성보다 위대하다"
우리가 낯선 남아메리카를 그는 배낭 메고 오지와 도시의 바닥을 기며 언더그라운드로 800일을 쏘다녔다.
그 과정에서 히피들을 만났고 국제방랑서커스단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그는 온몸으로 남미를 가난하게 여행한
흔적이 가득하다.
노동효는 세월 좋게 띵까띵가 여행만 한 게 아니다.
남미엔 이과수폭포,아마존의 강과 숲,히피,쌈바,탱고, 마추픽추,우유니,칠레 와인 등 만 있는 게 아니다.
여행자가 자신의 개성과 색채로 여행 계획을 다채롭게 세팅할 수 있다.요즘같이 인터넷과 교통 수단이 더욱 발달한 세상엔 거꾸로 로컬과 느린 여행이 주는 매력이 뜨고 있다.
노동효는 멋진 풍경과 음식,미술관,발물관을 멀리하고 로컬과 골목,현지인을 주로 만났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인연은 여행을 풍요롭게 만든다. 때때로 '정치적 올바름'은 여행을 기름지게 변주한다. 그의 정치적 올바름은 책 곳곳 에 지뢰처럼 묻어놨지만 읽는 데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독서의 부피를 입체감 있게 한다.
이 지점에서 노동효의 책, <남미 히피 로드>는 여느 여행서와 차별을 둔다. 샘플 두 가지만 들면 이렇다.
2017년 5월 9일은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촛불혁명이 일어난 후 첫 선거였다.그로서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때 아마존강 마나우스에 있었다. 서둘렀다.
브라질 아마존강 마나우스에서 배를 타고 2000km, 비행기로 2000km를 달려 페루 대한민국 대사관에 와서
투표했다.아마존 최대 도시 마나우스에서 페루 수도 리마 로 오는 데만 열 흘, 모두 4000km를 왔다.
그는 말한다.
"투표용지는 한낱 종이가 아니었다.한 방울의 포도주 속에 태양,바람,나비의 날개짓이 들어 있는 것처럼.한 톨의 쌀알 속에 농부의 땀,흙냄새,여름의 장마,가을의 일몰이 들어 있는 것처럼.한 장의 투표용지 속에 부당한 권력과 불평등에 맞서 싸워온 인류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여성 참정권을 얻기 위해 달리는 경주마 앞으로 뛰어들었던 영국 여인 에밀리(1913년), 흑인 참정권을 외치며 미국 80번 고속도로 셀마에서 몽고메리까지 행진했던 시위대와 마틴 루터 킹(1965년),대통령 직선제를 외치다 최루탄을 맞고 세상을 떠났던 이한열(1987년).... 그 모든 역사가 한 장의 투표용지 속에 들어 있었다."
이 투표의 수고로움이 빛을 발했다.수많은 '노동효'가 투표한 한 표, 한 표가 모여 결국 조국은 촛불정권을 세웠다.
노동효는 체 게바라가 게릴라 활동을 하다, 최후를 맞이한 '라 이게라' 동네를 찾아갔다.
체 게바라는 콜롬비아 정부군과 전투 중에 동료 한 명 이 안경이 벗겨져 버벅대는 것을 구하려다 정부군의 총격에 부상을 입고 체포됐다.
체는 압송되어 바로 처형됐다.
노동효는 '체'가 붙잡힌 '역사적'인 개울 근처 바위에 '체' 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어서 세월호 리본을 살포시 놓고 왔다.
체 게바라의 혁명 정신과 '세월호 정신'이 이렇게 '라 이게라' 마을에서 조우한다.노동효가 현지에서 그 두 정신을 잇는 다리를 놨다.
무릇 여행은 이렇게 할수도 있구나 하는, 그래서 우린 그동안 안전하고 편한 여행에 길들여지지 않았나 하는 '자아비판'을 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갑자기 배가 아팠다. 책을 읽는 내내 살살 아프더니 문서를 다 읽고 책장을 덮으니까 배가 더 아팠다. 혹시 산에서 먹은 그 김밥이 더운 날 배낭에서 상했나?
오만 걱정과 망상이 아픈 배를 배회했다.
나참! 남의 문서 읽고 배 아픈 적은 처음이다. 혹시 사촌이 땅을 샀나 해서 사촌들한테 카톡을 날렸다. 아버지 형제가 많아서 사촌이 30명은 족히 된다. 하루 사이에 회신이 왔다. 땅을 산 사람은 커녕 판 사람도 없다는 거다.
그렇다면 노동효 책 읽고 난 후에 배아픈 이 '첫경험'은 뭐지? 조금 후 천보산에서 바람이 한차례 불더니 산신령의 음성 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대전에 사는 치유명상 음악가 '평산'의 목소리와 비슷했다. 그이는 저음의 베이스가 죽인다. 아,그렇구나!
"야,임마! 노동효는 2년 6개월 동안 남아메리카를 좆나
재밌게 쏘다녔는 데 너는 남조선 방구석에서 쳐박혀
수드라로 지낸 게 비교되니까 기분 좆 같아진 거 잖아.
안 그래? 배 아픈 건 그 부록이야 짜식아"
듣고 보니 맞다. 천보산 산신령 말이 나의 폐부를 찔렀다.
그 마음이 들켜, 뽀록이 나니, 또다시 회한이 몰려왔다.
그 후회란 이랬다.
노동효(이하 작가 생략)는 2015년 3월에 3년 일정으로
남미로 떠났다.나도 그와 '맞짱' 뜨며 7월 초에 이탈리아로
70일,여행을 떠났다.그와 나는 갑순이와 갑돌이처럼 어깃 장이 났다.나와 노동효는 무슨 여행 배틀도 아니고 다큐도 아니고 예능도 아니었다.우연히 그렇게 각자 계획이 잡힌 거다.긍게, 따로 국밥, 마이웨이다.
무슨 연유인지 어느날 갑순이가 시집을 갔더래요.갑돌이가
뚜껑 열려 홧김에 장가를 갔더래요.보름날 갑순이와 갑돌
이,둘 다 달 보고 울며불며 후회한 좆된 케이스 말이다.
결국 나중에 나만 좆된 거였다.
그당시 이태리 대신 남미 였어야 하는 데....
아,이태리타올, 때만도 못한 내 팔자여!
내가 2015년 7월에 이탈리아로 가기 두 달 전.
노동효는 이탈리아에 갈거면 남미에서 자기하고 같이 여행 하자고 꾀었다.그는 남미 볼리비아에서 여행하고 있었다.
나는 남아메리카에 끌렸고 꼴렸다.하지만 이탈리아에 사는 K형네집에서 머물면서 그 집을 베이스캠프 삼아 여행을 하기로 약속을 한 터라 그걸 물리기엔 거시기했다.
고민 끝에 결국 기수를 이탈리아 로마로 돌렸다.
그까잇 이태리가 뭐라고 노동효와 함께 하는 남미 히피
여행을 팽개치다니.
내 인생은 두 번의 '자살폭탄 테러'로 좆됐다.
한 번은 마누라하고 삶이 꼬여 7년 전, 자폭테러로 서로 찢어졌다.생애에 걸쳐 자폭테러는 한 번 겪긴 어려운 데
두 번은 한 번 겪은 사람한테 손님으로 가장하여 오더라.
3년 후 내 삶에 또 한 번 자살폭탄이 터졌다.그것은 남미를 여행할 절호의 기회를 걷어찼다.
노동효와 '남미 히피 로드'에 동승할 기회가 왔었다.
그러면 그의 문서 <남미 히피 로드>에 나도 자연뽕으로 나오게 되는 거였는 데...
책을 읽으면서 자책을 하니 ''아,이게 죽은 자식 부랄 만지는 심정이 이거로구나."라는 쓴물이 올라왔다.
내가 그 천재일우를 걷어찼으니 어디서 하소연 할꼬.
아 씨발! 나는 왜 인생이 이다지도 지지리도 복이 없냐. 운이 없으니까 대신, 7년 동안 자폭테러 두 번 겪으니 무서울 게 없다. 어쩌겠는가.이 자신감으로 삶을 돌파한다.
나같이 팔자가 더러운 중생은 석가,공자,예수도 어쩌지
못 한다고 하니 이 일을 우야꼬.그러니 맨날 술로 '딸'을
칠 수밖에.
장기간 남미 여행 갈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이후로 내 '중년의 가을'은 그을렸다.그 '중년의 가을'이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일상이었다.
그 후 '인생은 나한테 술 한잔 사주기'는 커녕 가난으로 밀어넣었다.이렇게 삶은 남미 안 간 나를 갈궜다.그 보복의 최종 병기는 나를 남조선의 수드라로 만들었다.
불가촉천민이 안 된 거만 해도 삶에 감사해야 할 지경이다. Gracias a La Vida !
이젠 남미 갈 기회 생기면 화폐가 없을지라도 내 영혼과 '꼬추'를 팔아서라도 노동효처럼 배낭여행 갈 거다.
니체가 이런 나를 거든다.
"위험하게 살아라.당신의 도시를 베수비오 화산 기슭
에 세워라.당신의 배를 미지의 바다를 향해 띄워라."
노동효는 우루과이 출신 대통령, 무히카를 좋아한다.
무히카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국부로 숭상 받으며 정직 하고 검소하게 살고 있다. 재임 시 받은 월급의 90%를 가난한 이웃한테 기부했고 30년 넘는 차를 타고 다닌다. 여가 시간엔 책을 읽고 농장에서 땀흘려 일한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잘 맞추는 무히카는 그 나라에서 인기 짱이다.무히카는 말했다.
노세 노세 젊어서 여행 다니고 놀라고 부추킨다.
"당신은 뭔가를 살 때 돈을 주고 사는 것 같지만, 사실
당신이 지불하는 것은 그 돈을 벌기 위해 쓴 당신의
인생이다."
<남미 히피 로드>문서엔 사리같은 여행 팁과 노하우가 차고 넘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쿠바에 많이들 간다.여행객들은 대부분 관광지에서 겉돌다
온다.숙박도 나라에서 운영하는 호텔뿐이다.동네 주민이
외국인을 재워주면 불법이다.쿠바는 불교가 없어 불법(佛法)이 통하지 않고 특히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관광객
이 불법(不法)을 저지르면 곤혹을 치른다.천하의 여행가 '쨍쨍'도 쿠바에서 불법을 저지르지도 않았는 데도 현지 경찰서에서 한동안 감금돼 쌩개고생을 했더랬다.
노동효는 '캄피스모(Campismo)'를 발견했다.
캄피스모는 내국인의 여가생활을 위한 국영휴양지다.
전국에 80곳이 있다.최근 외국인한테도 개방했다.
수영장과 각 종 위락시설이 있는 종합 리조트다.값도 싸다. 노동효는 역시 선수다.그 동물적 감각으로 알짜배기 휴양 지를 알아내고 값싸고 알찬 쿠바 여행을 했다.그곳에서 그는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같은 그룹 할베들을 만나 그들 의 노래와 연주곡에 뿅이 갔다.그는 비냘리스 인근 캄피스 모 휴양지에서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이제 죽어도 좋아라
고.무릇 '가성비' 좋고 '가심비' 좋은 여행은 이런 걸 말한다.
또 오랜 여행에 지치고 신물난 여행자한테 이렇게 알려
준다.
"방을 빌려서 한 도시에서 오래 머물며 생활하거나 한시적
인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방법이지.정시에 일어나고 일하
고 퇴근. 그러다보면 자유에 대한 갈망이 샘솟고 어느 순간 탕! 하고 튀어나갈 탄성이 생길거야.
정식 일자리는 아니지만 중남미엔 공동체, 그러니까 커뮤니
티라는 게 곳곳에 있어.하루 6~8시간 일하면 숙식을 주지.
과수원,집짓기 등.히피들이 떠돌다가 정착할 곳이 생기면 이 제도를 활용해.땅을 산 뒤 함께 집짓고 농장을 가꿀 사람 을 구하려고 농장주도 히피,손님도 히피,상상이 가니? 하하하.또 다른 방법으로 우프 (WOOF:우프 협회에 가입 한 유기농 농장에서 하루 8 시간,주 6일 일하며 숙식을 제 공 받음)가 있지."
니체의 책이 그렇듯 노동효의 <남미 히피 로드>는 위험한 문서다. 이 책 '잘 못'봤다간 인생 조질 수 있다.
사이 좋았던 애인이 어느 날 이런 폭탄을 휘리릭 던질 지 모른다.자긴 남미로 2년 장기 여행한다고 선언하며 상대 한테
"야! 너 똑바로 들어.지금 여기서 나하고 영원히 찢어질래?
아님 내가 남미 2년 재밌게 배낭여행하고 난 후에 기쁘게
다시 만날래?"
라고 툭 던지면 파트너는 참 난감하겠다.그 애인은 두 선택 사이에서 햄릿처럼 고민이 크겠다.당장 찢어지긴 싫고 그렇다고 상대를 혼자 남미로 보내긴 좀 거시기하고.
먹고살기도 힘든 판에 애인의 이런 민원까지 들어줘야 하니 사는 게 녹녹치 않다.
또 누구네 집 아내가 멀쩡한 회사 그만두고 카톡으로
"여보 나, 넘 지쳤어.석 달 남미 배낭여행하고 올게"
라고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기 1시간 전, 남편한테 최후통첩
을 날리면 그 남편은 대책이 없다.
또, 한(恨)많은 5년 묵은지 공시족 자녀가, 사자가 우리를 박차고 튀어 나오듯 고시원 문을 부수고 나오며 힘차게 말한다.
"아빠! 나 남미에서 노동효 여행작가처럼 한 3년 푹
담구다 올게요. 여행 경비 2천 만원 땡겨주세요"
이렇게 딸(아들)이 집안에 남미 여행이라는 '폭탄'을 투척할 지 누가 아는가.
그러니 만국의 페친(밴친)과 독자들이여!
<남미 히피 로드>라는 문서는 일단 사기만 하고 나중에 읽어도 된다.바쁜데 굳이 책 읽을 필요까진 없다.
바이어(책 산 사람)들은 책 읽을 시간에 차라리 다음과
같은 사태에 대비하는 게 낫다.
광화문에 서식하는 태극기부대가 구속 위기에 처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자 장자연 별장 성접대 사건에 연류.똥검
찰이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 안 해 10년 동안 권력의 눈치 를 본 '사법 변비'말이다)와 조선일보 편집국에서 극비 회동 하여 박정희•전두환처럼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을까 의심 하는 게 합리적인 시간관리다.
<남미 히피 로드>라는 문서는 히피와 집시들이 먼저 읽을 수 있게 우리가 양보하는 게 좋겠다.언제 우리가 히피들한
테 선심을 쓰겠나.이때가 딱 좋지.기왕이면 노동효가 살아
있을 때 양보해야 한다.있을 때 잘해야 한다.
빨랑,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로 번역을 서둘러야 한다.
그들이 노동효의 문서를 읽고 정신의 '딸'을 치며 차랑고로 낄낄대는 상상을 한다.
<남미 히피 로드>라는 책은 히피들처럼 읽지 말고 사기만 하면 된다. 책은 사는 거지 읽는 게 아니다.설령 재수 나빠 읽더라도 나중에 읽어도 허물 잡을 사람 없다.
남조선 사람들은 먹고 살기 바빠,다들 후달리잖아.
책은 무슨 얼어 죽으라고 읽어? 사면 간단한 것을. 사람들이 참 단순해요.이걸 실천을 못해요.
다들 바쁘니까 산 책, 영원히 안 읽어도 된다.
노동효 작가가 책 낼 때 그 옵션을 출판사와 계약했다.
긍게 가급적 이 책을 감춰뒀다 몰래 읽을 비밀스런 책이다. 나중에 노동효 작가가 낭독의 시간을 열면 귀로 듣기만 해도 된다.
유투브 보느라 지친 당신. 보호하라,그대 눈을!
귀는 장식용이 아니잖아.귀를 귀울이고 귀를 활용하자.
당장, 동네 서점으로 달려 갈 지어다.
손이 가요 손이 가,스마트폰으로 손이 가.
빨랑, 스마트폰을 열고 알라딘(예스24,인터파크,교보
문고)으로 파고들어 갈 지어다.
'책은 읽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