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 데이지 2020. 2. 5. 02:33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김재진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

 

 

<슬픔의 나이> 

                  -김재진 詩人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고 해서
우주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내가 네게로부터 멀어진다 해서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밤은 세상에 있는 모든 별을
산위로 데려오고
너는 내안에 있던 기쁨 몇 개
내게로 가져왔지만
기쁨이 있다 해서
슬픔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기쁨을 더한 만큼 세상은 아주 조금
풍요로워 졌을 뿐 달라진 건 없다.
꽃은 그 자리서 향기를 내 품고 있고
둥근 나이테 새기며 나무는 조금 더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뻗을 뿐이니
누구도 내가 초대한 이별을
귀 기울여 듣는 이 없고
사라져간 별똥별의
길게 드리운 꼬리위로
휘황한 아픔을 새겨 넣은 이도 없다.
그렇게 우리는 
흔적없이 지워질 것이다.
네가 내 영혼에 새겨 넣고
내가 네 영혼에 조그맣게 파놓은
우물이나 그리움 같은 것들도 
자국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림: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