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 데이지 2021. 1. 26. 07:09

 

 

#3_<틀어박힘을 해제하다>

조카가 있다.
그 눔이 해외근무하고 있던중 코로나펜데믹으로 들어와 2주간 격리를 한다고 했었다. 부모는 가까운 딸집으로 가고 온전하게 오롯이 그대로 자가격리를 한다. 그런가보다  하고 잘 하겠지 하면서 무심하게 잊었다. 나중에 그 눔은 일상으로 무사하게 돌아왔다며 안부전화를 줬다.  '무사하게' 이 단어가 기억되면서 무슨 걱정을 하는가  했다. 격리가 무덤덤하고 쉽게  아무렇지않게 느꼈다.

후에 조카의엄마에 의해 들은 얘기는 처음 사흘은 행복해 했다고 한다. 자유를 느꼈다고 한다. 먹고싶은것도 많았다고 한다. 근데  1주일쯤 되니 게임도 싫고  입맛도 없고 머리가 멍하고 괴롭다고 한다. 전화도 귀찮아하고 그러면서 문을 열고 뛰쳐나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는 수시로 전화하고 문자하고 격려하고 같이 자가격리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한다. 최후 2~3일은 포기하고 지친 마음이 되니깐 2주 14일 해제되는 광복의 날을 맞이하게 됐다고 한다.

2주 14일의 여정이 쉽지 않음을 말해준다.

거기까지는 아니어도 나는 그냥 우연하게 자발적 자가격리를 하게 되였다.  나도 처음에는 그냥 이삼일 지나갔다. 게름이 게름을 먹으며 마냥 늘어져 지내게 된다. 그러다가 잠은 사라지고 문자는 눈에 안들어오고 벌려놓은 희작질은 이미 벌써 전에 눈에 안보이게 숨겨놓았다. 귀에서는 먼 우주에서 나에게만 발사하는 전파의 울림에 응답하는듯 하였다. 이에 응답하듯이 멍하니 저녁을 맞이하고 불도 안 켜고 ...우주에서 진공상태로 유영하는 그 느낌이 이런것인가  하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메디테이션이니  모 그런 상태는 전혀 없는 혼수 코마상태로 8일을 맞이하고 조금 남아 있는 의지로  쌓여있는 종이_공책, 쪼박지들을 정리하는데 이곳에서 저곳,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는 정도였다.

온전하게 내 앞의 시간을 사용하는것이 참으로 힘드는구나...느끼고 태만을 반성하고 있는데 마침 F64 변작가님의 맥주컵 이벤트에 참여하면서 그냥 9일만에 문열고 나와서 인간세계에 접하게 되었다.

때맞추어 정대목_정명식작가님도 와 있어서 궁얘기 들으며 딱 맥주 한 잔하고 왔다. 처음 맥주를 마신듯한 느낌적 느낌으로 몹시 피로한 몸상태가 된다. 아니 무엇을 했다고 이리  허접한  체력인가 이상하다 하며 잠이 들었다.

아무것도 한것없이 아흐레 날짜를 보냈다.
조금이라도 자기정화나 반성내지는 용서에 대한 긍휼한 감정이 생성되어져 마음속에 숨겨져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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