息影_궤도를 그리면서
1. 천변에서 봄맞이 하였다.
어김없이 때가 왔다.
급히 오라구
스맛폰은
그다지 스마트하지않게 찌륵댄다
무슨 사단이 났나.
천변에 봄이왔다구.
목련은 부풀어 터질듯하고
빈화분에는 초록이 초록초록대며 지초가 기어 오르고
아이는 저혼자 발을 구르며 달린다.
2. *빛살 과 이한복
식영...息影
<장자>의 '제물편'에서 '자신의 그림자가 두려워 도망치다 죽은 바보' 이야기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계속 따라붙은 그림자가 싫어서 양지에 못 나오고 음지에 숨거나 하는거다. 그림자는 사람의 욕망을 의미한다. 누구나 욕심으로 가득 찬 세속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이를 떨쳐버릴 수 없다는거다. 그러기 때문에 세속을 떠나 욕망도 그림자도 쉬는 그곳을 '식영세계'라 불렀다.
이한복 씨가 #통일의길 전시에 방문하였을때
눈에서 눈물나도록 창가에 들어오는 빛과 어울렁더울렁.
난 그의 그림자를 본다.
살아내고자 뭔가 활동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그 그림자를 다 보아도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음에 동굴속에 깊이 묻었다. 이제서야 꺼내본다. 곰삭힌 묵힌 그의 그림자.
3. 파란 편지님 방에서 새로운 어휘를 가져오다.
* 무병 신음...無病呻吟
병도 아닌 데 괴로워 앓는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곧 별것도 아닌 데 떠벌려 소란(騷亂)을 떨거나 엄살을 피움을 이르는 말이다.
나는 느낌이 아프다.
왼쪽얼굴이 차가운 느낌에
침을 넘길때에도 왼쪽 목 속이 찌릿.
더불어 귓속도 같이 찌릿 왼쪽 윗 어금니도 찌리리.
왼쪽 관자노리도 찌리리릴.
아마도 병도 아닌 데 괜히 괴로워 앓는 소리를 낸다.
꾀병이거나 중병이거나 무병(無病)하거나
오도방정에 앓은 신음소리만 난무하는 황사짙은 봄날저녘에
지난 날 사진을 꺼내본다.
호랑의 눈
-유계영(1985~)---시집 ;온갖 것들의 낮
나를 벌레라고 부르자
사람들이 자세히 보기 위해 다가왔다
오늘은 긴 여행을 꿈으로 꾼 뒤의 짐 가방
검은 허리를 무너뜨리며 떠다니는 새벽
그림자를 아껴 쓰려고 앙상하게 사는 나무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은 미끄러운 경험
바람에게 그림자가 없다고 믿는다면
떨어지는 잎사귀에도 속력이 없다
증상 없는 병을 병이라 부르지 않으니
나는 이름도 없는 나날
* 괘도 이탈
_이혜원
오토바이가 그를 발사했다 가로수를 들이받고 헬멧이 분리됐다 카운트다운이 생략된 찰나였다
506호 1번 침대, 목보호대가 몸보다 무거운 머리를 받치고 있다 호치키스로 세 개의 침을 머리에 박았다 저장된 정보들이 더 이상 바깥으로 새지 않는다 간호사가 탈지면에 신음을 닦은 뒤 석 장의 사진이 벽에 걸린다 뼈 사이로 펼쳐진 깜깜한 우주공간에서 경추 2번과 3번이 도킹을 시도했다 그의 발은 바퀴로 교체되고 팔은 철심으로 고정되었다 그이 비상식량은 튜브로 공급되는 5% 포도당, 그는 팔뚝으로 식사를 한다
횡단보도에 현수막이 걸렸다 제보를 기다리는 동안 침대에는 이름보다 큰 '절대안정'이 매달렸다 전화선을 타고 속속 날아드는 지상 관제소의 지시란 언제나 사소한 것들이다 그는 깊은 잠에 빠져 있다 고요의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 잡는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가끔 손가락이 찌처럼 꼼지작거린다 그는 언제쯤 지구로 귀환활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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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1948년 경북 봉화 출생. 2012년 『세계일보』 등단(심사위원:신경림, 유종호).
괘도_걸개그림으로 요즘으로 치면 ppt , 챠트
궤도_중심잡은 곳으로 일정하게 나아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