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 데이지 2023. 4. 30. 11:54

2012년 4월30일
이상한 문자가 와서 그 문자만 지워야한다는데 잘난척하는 그 지인으로 말미암아 핸폰이 리셋됐다.

몇칠전 스맛폰에 들어있는 문자란 문자가 모조리 지워졌다. 재생이 복구가 안된다고 해서 주소록이 남아있어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옛날 수첩 찾아서
무엇이든 아나로그식으로 메모할려고 했다.
그런데....아니 ...그 작은 수첩조차 통째로 잃어버린듯하다. 모든 주소와 번호, 하다못해 카페 비번조차...어디서 흘렸나 생각도 안난다.

2013년4월 30일
함양에서
수동사는 연수씨가 점심하자고 했어요.
흑돼지 삼겹
두릎
삭힌 양파, 마늘,
싱싱한야채...

돌아오는 길에는 일부러 돌아서 드라이브라고 호사하다 보니 도북이란 마을이 있어요.
백운산계곡속에 숨어 샹그릴라인양
사과꽃 향기만발이고
붉게 부끄러워 하네요.

봄은 그럭저럭 자기 할일을 하고 서서이
그냥 멕칼읍시 물러가는군요.

2021년 4월30일 <4월은 고독하다>
영화를 보고나서

어설프게 잠든 잠결에 빗소리로 잠이 깼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 손을 내미니 탁탁 비가 만져진다.
화요일 밤에 비가 오더니 주말이 되어서 역시 비가 온다. 기온도 내려간다. 4월은 기온차가 극대하다.

이번 4월은 우연하게 영화관에서 개봉 영화2편을 보았다. 그중 한편은 보고나서 우울했다.
친구는 "그림자 없는 사물이 없듯이 우울이 빠진 영화는  거짓이지" 라며 절대고독만이 진정한 위안이라고 했던가 고독은 사실 가장 안전한 상태라고 했던가

스토리야 어찌됐든 실제 차박유랑인과 함께 다큐처럼 만든 길위에서의 삶을 표현한 영화이다.

동물과 함께 유목하면서 게르를 짓었다 허물었다 하는 삶이 아닌 도시 사람들 속에서 자동차에서 살고  차에서 자는 주유천하하는 삶이 되었다.

주인공 펀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홈리스와 하우스리스 이다. 남편을 암으로 보내고 자식은 없다. 따라서 가정은 자연적으로 1인 독거이다. 그리고 석고광산에 의존했던 생활은 공장이 폐쇄되고 우편번호도 없는 마을은 지도에서 사라지면서 경제가 부서지고 자본이 와해되면서 머무는 집이 없어졌다.

주변에서는 염려와 함께 지내자며 오라는곳도 있었다. 그러나 펀은 지붕아래 푹신한 침대가 있는 실내는 불면의 밤이 된다. 춥고 다리조차 제대로  펴지못하는 차안에서가 더 편하다.

펀이 '차박'생활하면서 계절별 아마존일을 하는 두번째이유는 밴을 주차하는 비용 혜택을 받는거다. 첫째는 연금이 부족하여 일을 해야만 살아갈수 있는거다.  평생 노동 일을 하면서 사회인으로 살아온 노후의 모습으로 온당하지않다.
온갖 알바로 캠핑장 지키미도 하면서 살아낸다. 차박족들이 모이는 모임에서 사람들도 만나고 그러면서 그들만이 사는 방법을 터득한다.

펀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혼자되는 상황에서 자연과 친화하면서 절대자유를 누린다.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목욕할 수 있고 세월을 알 수 없는 돌에게 매료되고  시간과 같이하는 거대나무에게서 시간의 유한함을 교류하고..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주변 친구와 이별하고..밴에서의 차박 유랑생활은 안전에 대비하고 자신이 스스로 적절한 조치를 하는거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누은 똥은 자신이 처리하다. 이 대사가 귀에 훅 치고 들어왔다.

우리는 살면서 자기만의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잘못된 일과 행동과 말들을 네질레 하면서 살아왔던가. 그 네질레를 징징대며 교제,교유라는 명목으로 대화라는 수단으로 정화하지 못한 상태로  벗어냈을까? 교육과 사유로 입력된 온갖 지식으로 똘똘 뭉쳐서 자신이라고 스스로 생각되어진 자신에게서 나온 배설결과물 조차 제대로 처리 못하고 살아온 그 점점이 이어진 살아내기가  훅 다가왔다.

펀 역시 아버지가 선물로 주었다는 쓰지도 않는 접시 세트가 깨지는 사건속에서 일일이 그 접시조각을  붙친다.  아직은 비움이 다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다. 창고에 보관된 정착민 시절  물건을 정리하면서 엠파이어라는 마을에 옛집을 둘러보고 끝이 없을듯한 눈이 덮힌 길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엔딩클리켓이 올라간다. 후들거리는 무릎을 부여잡고 자신도 모르게 맺힌 눈물 한조각을 닦아낸다.

비오는 소리를 듣는 4월의 마지막 밤에 잠은 사라지고 지난 날 여행이라고 헤집고 다녔던 시간과 장소들이 나에게서 어떤 모습으로 빠져나가서 존재하는지 보고있다.

오늘 2023년 4월 30일
사월의 마지막 밤은 감자탕을 먹었다.
정릉천변 일미집 감자탕은 일미였다. 일미집이 이사하게 된 경우를 듣고 (흐음,) 요즘 시대는 조물주 능가하는 건물주님 이구나! 실감했다.

공동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
마치 나만 아니면 돼. 이런 모습이다.

비 속에서 사월은 간다.
또 5월은 오고 나는  몇 번이나 더 비와 함께 흘러갈까. 갸름할 수 없을 뿐이다.

5월은 푸르고나 하는데 초록이구나해야 한거 아닌가! 그냥 한 번 되묻는다.

<사월의 사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