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 데이지 2023. 10. 29. 22:18

23.10.25
1.
꽃지해변에 갔다.
도착해서 바닷길로 나서니 바지락 까는 아주머니는 소리치며
-가지 마! 물 들어 오는 시간이야.  
-오...그래요?
어쩔까 하는데 바다는 순식간에 몰려와 섬을 두개로 만들었다. 조금 전까지 모다 육지와 하나였는데.

이리저리 구경하고 점심을 먹는다.

카드빚이 한도를 넘는 순간 23년 가을을 바다에서 보내고 싶었다. 새벽 6시에 집 나와서 강남에서 표를 사서 안면도로 향했다. 터미널과 함께 있는 명품 백화점 벽에는 모피두른 여자가 묘하게 몸을 꼬고  지그시 오고가는 버스를 본다.

타자마자 잠들었다 깨다 반복하니 바로 안면도 창기리 정류장에 선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에 나도 내려야 하나? 어리버리짓을 할려고 하다 읍내까지가서 내린다. 아직도 오전10시20분.




2. 안면도의 오후
점심후에 나문재를 간다.
섬안의 특별한 섬, 나문재는 바다에서 나오는 풀 이름이라고 한다. 코 끝을 간지럽히는 바다향기, 눈 앞에서 펼쳐지는 꽃과 나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다. 허나, 너무나 인위적인 설치같은 조경으로 자연스럽지 못하다. 거대한 로마네스크 형식의 조경, 카페,설치물... 그나마 바닷가에 굵디굵은 팽나무가 있어 다행이고 그들 팽나무에게 데크를 만들어 주는것은 용서가된다.

여기서 하지 말아야 하는 실수아닌 낙수를 했다.
이 아름다운 곳을 그 누구하고 나누고 싶었다. 그간 쌓은 오해같은 서운함은 버리고 앞으로 더욱 더 잘해보자구 대화를 하고 싶었다. 허나, 전화를 차단당했는지 연결이 안되면서 난 분노가 광분으로 변하였다. 그래...결국 이런 저질로 살겠다는거구나 싶었다. 이곳에서 온갖 감정을 담은 감정은  버리고 싶었다. 즉, 세상에 일은 세상에 놔두고 아름다흠에 미치고 싶었다. 광분은 잠시 숨길래야 숨길 수 없이 짜증으로 번지고 있었다. 한참을 마음속을 헤매다가  황도 라는 항구마을에서 수호 팽나무를 둘러보고 작은 감정의 멈춤이 작동되었다.  팽나무에 달려있는 한울타리라는 하늘수박을 보았다. 한약재라고 옆에서 얘기하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그래도 3개를 수확했다. 결국 책임질 수 없어서 두고왔다.

해너미 전망대가 있는 영덕항으로 갔다. 노을과 전망대, 갯뻘에 그려지는 줄무늬. 빛이 없으면 그 실존을 알 수 없는 갯펄들의 모습. 경이로움이다.
힘내자, 잊자 이런 무성의하고 무감각한 언어로 자신을 위로 할 수없으나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뮤즈를 보고 약간의 마음 브레이크를 걸었다.

달이 뜨고...뮤즈는 저녁으로 광어회를 샀다. 겨자잎에 된장을 싸서 먹고 회는 따로 맨살로 먹는다. 탄력있는 살첨이 입 속으로 들어 오는 그 짜릿을 느낀다. 이것은 겨자채의 톡쏘는 맛을 중화하는군.
이미 준비된 매운탕을 한 그릇씩 먹는다. 술도 없이 잘도 먹은 후 설겆이하고 술 기운 없이 주정피우듯 뮤즈를 만난 사람들, 내 삶에서 그대의 삶에서 흔적들을 남긴 사람들을 구라처럼 끊임없이 등장했다가  퇴장시켰다. 목이 잠기는 왕수다를 피우고 씻지도 않고 씩씩대며 잠들었다.





3. 1박2일 안면도
아침에 그지같은 메시지 주고받다가  아침시간도 출발시간도 놓쳤다. 용건만 말하쇼에 지지부지 대꾸없이 용건만 말했다. 무슨 유치원 어린애들 같다.
노후가 서로 불안하다.

어쩔 수 없이 오후에 나가기로 하고 집 주변을 돌아보는데 산책 나가자고 한다. 아니 무슨 산책을...김치 담으며 있다가 가겠다고 하니 잘해주고 싶다며 자기만의 산책길을 가자고 되려 성화이다.
뒷산에는 새로 임도길을 만들었는지 깔끔하고 넓다. 게다가 길 한가운데에는 잡풀이 아련하다. 바닷쪽으로는 편백이 꽉 차있었다. 중간에 내려서 난 성찰하면서 조금걸었다. 심호흡도 하고 등판도 문대기고 소리도 고뤠고뤠 질렀다.  

안면도 이쪽 저쪽을 돌아보았다.
다 내려오니 시간이 촉박했다. 점심을 할 시간이 없었다. 읍내에서 바지락 범벅 칼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무슨 피자를 주문했다. 난 차표부터 샀다. 결국 우아한 점심은 못하고 냄새만 나는 피자 두 쪽을 들고 뛰어서 간신히 버스퇐다. 차 안에서는 먹지도 못 하고 그냥 잔뜩 가방끈만 붙잡고 있다.

드뎌 서울로 간다.
불과 하루만에 집이 보고프고 어여가서 드러눕고만 싶었다.  차가운 공기를 틀어막고 눈뜨다가 자다가 시내에서 차 막히는거보고 간신히 무릎을 폈다.

전철에서 내리니 땅이 젖어서 비가 왔었나 했더니 천둥번개에 우박이 왔다고 하는 소리를 엿듣는다.  소나기는 끝났구나 싶어서 느리게 천천히 집에 들어가 정말 잠시 드러누웠다. 갑자기 누가 문을 마구 두드려 놀래서 누구세요? 나가보니 우박이 복도를 채우고 길에는 쌓이고 있다. 이제 은거의 계절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