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여행을 떠나면서 2007.1.22
또다시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남들은 내가 기획한 두달 간의 여행에 대해 다 미련한 여행이라고 한다. 그러다 여행사를 차리라고도 하지만 나는 관계없다. 나에게 있어서 여행이란 것이 아주 특별하다. 나이 들어가면서 발견되는 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갈증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단순히 나이 들어가는 현상의 또 다른 일부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누군가 가르쳐 주었다.
그 새로운 것을 느끼고 발견하였을 때의 즐거움이 누구나 다 있는 현상이 아리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직업병 현상이라고 할 만하다. 나는 늘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고 머리를 쥐어짜곤 한다. 하지만 나이 들어 갈수록 머리의 노화작용에 의해서 애를 아무리 써도 일종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일상이나 여행 중에 발견되는 ‘새로움’은 일종의 갈증해소차원인 것이다. 다시 말해 대리 만족 같은 것일 것이다. 그것은 내가 글을 쓰는 형식이 마치 사물을 그리듯이 함으로 해서 약간은 다른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과 유사한 직업병 같은 것일 지도 모르겠다.
거기다가 여행을 통해 나는 현실을 떠나고 싶은 측면이 강하다. 현실은 늘 나에게 불만족의 한 마당이다. 누군가 나에게 도대체 불만족스러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내가 이런 저런 답을 늘어놓은 들 야단만 맞을 일이지만 그래도 난 불만이다. 누구나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산다는 것은 도인 같은 마음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면 힘들 것이다. 나는 평범한 인간이다 보니 당연히 불만스럽고 때론 그것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고 여행이 딱 날 그렇게 만든다. 불만이나 고통이나 밑도 끝도 없는 슬픔이 이 나이 들어가는 중늙은이에게 어찌 없겠는가? 그건 내가 살아 있음의 한 증표일 것이다.
뭐 그러건 말건 난 또 여행을 떠난다. 두 달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 또 이 여행이 끝나자마자 8개월을 더 집을 떠나야 하니 근 일 년을 늘 왔다 갔다 하던 공간과 늘 만나는 사람들 곁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작년에 해남 끝 카페에서 만난 그 주인 여자한테서 해외여행을 7년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길다.
그리고 이 공백이 분명 나에게 어떤 계기가 될 것이란 예감이 든다. 분명 나는 뭔가 선을 그어야할 시점에 와 있다. 그건 삶의 방식일 것이고 작업 태도 일 것이고 사람이나 자연을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그런 것들에 대한 어떤 새로운 모색의 시기에 다다랐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뭔가 지금과는 다른 설정이 필요한 시기이기에 그것을 더 미룬다면 내 삶은 시궁창과 다름 아닐 것이다.
그렇게 떠나는 여행이다.
김교수의 여행기를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