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보기/그림들

박수근- 나목, 누나

레이지 데이지 2010. 3. 23. 22:37
 
시인이자 한국화 작가
산향 조희범씨의
네이버 불로그에서
두줄쓰기 에서...
 

 
  나목(裸木)
  
    사랑의 주님,  노자의 도덕경에는 생이불유(生而不有)가 있습니다. 즉 살아가지만 없는 듯이 하다란 뜻입니다. 벌거벗은 나무를 두고 하는 말은 아닐까요. 바람에 이파리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봄날 벚꽃처럼 집니다. 이파리에 매달린 것들이 모두 지면 비로소 가을도 따라서 져 갑니다. 발가벗은 나무는 부활을 꿈꾸며 겨우내 수액을 실어 나릅니다. 가로수들은 새끼줄로 꽁꽁 동여맨 체 밤이면 손을 내밀어 푸른 별을 매만지고 지난 시절의 기쁨을 생각하며 흐느껴 웁니다. 땅 속으로 흐르는 피의 돌기 소리. 언젠가는 기어이 푸름을 쏟아 놓겠다는 다부진 모습으로 발가벗은 나무는 그렇게 서있는 것 같습니다. 땅에 떨어진 낙엽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 속에 파묻히고 싶습니다. 낙엽을 밟을 때의 소리가 교향악을 듣는 것 같습니다. 이파리들이 낙엽이 되는 것은 매서운 바람이 불고 눈이 많이 쌓여 나뭇가지지가 부러지는 막기 위함도 돼지만 낙엽이 되어 이불처럼 뿌리를 덮어줘 어는 것을 막고 나무가 자라는데 거름이 되기 때문도 있습니다. 이파리들이 하나씩 져 갈 때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특히 강풍이 불 때마다 나무 가지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는 무섭기까지 합니다. 마치 고백을 거절당한 사랑처럼 허망한 마음마저 들고 가슴에는 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그렇지만 발가벗은 나무는 속기를 벗어버린 순수입니다. 낙엽은 가르칩니다. 마지막은 아름다우며 삼도 때가 되면 사라지고 영원함이 없다는 것. 사랑의 주님, 영원한 생명은 주님 가시는 길을 따라 가는 길입니다. 나목에 쌓인 눈꽃은 주님이 인간에게 보낸 꽃다발이 아닐까요. 나는 화선지위에 무딘 겨울나무를 그립니다. 

[출처] 나목(裸木)|작성자 산향

 

누나   
 
엄마의 빈자리에 피는 꽃
 
향에 취해서 목이 매인다.
 
 

[출처] 누나 |작성자 산향

 
 

    가장 한국적인 그림만을 그린 박수근 화백의 이 그림에 이 두줄시를 넣어 시화(詩畵)를 만들고 싶었다. 선생은 이름없고 가난한 서민의 삶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 화가이다.

그는 단순한 형태와 선묘를 이용하여 대상의 본질을 부각시키고, 동.서양화 기법을 통해 우리 민족적 정서를 거친 화강암과 같은 질감으로 표현했다. 그도 여느 예술가처럼 늘 가난하였고 가난은 슬프게도 인간의 양심도 의리도 무디게 만들어 버렸다. 누나를 생각하면 권장생이 쓴‘몽실 언니’가 생각난다. 이 소설은 가난에 찌든 몽실이네의 사랑과 희망의 의미를 정립하는 작품이다. 동생을 업어 키운 몽실이처럼 때론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주던 우리의 누나. 권장생의 작품을 뜯어보면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에 대한 사랑들 뿐이다. 눈물 흘리는 영혼이 이 땅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가 희망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충분하다.


 작곡가 안성현은 김소월의 시인‘진달래꽃’과‘엄마야 누나야’를 작곡했다. 안성현은 '부용산'의 작곡가이자 무용가 최승희의 남편인 안막의 조카이기도 하다. 안성현선생이 어린 시절부터 지석강(영산강 상류) 강물에서  멱감고 물고기를 잡으며  강변의 모래밭에서 놀았던  추억들을 김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에 곡을 붙였다. 한국전쟁 당시 최승희씨 등과 함께 월북하였다. '부용산'은 작곡가가 월북하고 이 노래가 빨치산에 의해 널리 불렸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금지곡으로 묶였다.

 

 안성현은 소월의 시 '엄마야 누나야'와 '부용산'의 작곡가이다.  전라남도 나주군 남평면에서 났다. 무용가 최승희 남편 안막의 조카이기도 했던 안성현은 한국전쟁 당시 최씨 등과 함께 월북했다, 안성현씨가 목포 항도여중에서 근무하던 1948년 작곡, 애창됐던 '부용산'(芙蓉山, 박기동 작사)은 작곡가가 월북하고 빨치산에 의해 널리 불렸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묶이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두줄시가 국민시가 되는 날까지 함께 갑시다. (시인. 한국화가 산향 조희범) 

 


엄마야 누나야

[출처] 누나 |작성자 산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