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보기/詩의 翅

박남준 -적막 ..........

레이지 데이지 2011. 2. 24. 21:03

 

 

 

적막 

         ---------박남준

 

눈 덮인 숲에 있었다
어쩔 수 없구나 겨울을 건너는 몸이 자주 주저앉는다
대체로 눈에 쌓인 겨울 속에서는
땅을 치고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
어쩌자고 나는 쪽문의 창을 다시 내달았을까
오늘도 안으로 밖으로 잠긴 마음이 작은 창에 머문다
딱새 한 마리가 긴 무료를 뚫고 기웃거렸으며
한쪽 발목이 잘린 고양이가 눈을 마주치며 뒤돌아갔다
한쪽으로만 발자국을 찍으며 나 또한 어느 눈길 속을 떠돈다
흰빛에 갇힌 것들
언제나 길은 세상의 모든 곳으로 이어져왔으나
들끓는 길 밖에 몸을 부린 지 오래
쪽문의 창에 비틀거리듯 해가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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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준 시인

 

1957년 8월 30일, 전라남도 법성포 출생

고등학교 3학년 때 신경림 시집 <농무>가 시집 목록 1호가 됨

1984년 시 전문지 '시인'에 시 '할메는 꽃신 신고 사랑노래 부르다가'를 발표하며 등단

1990년 첫 시집 <세상의 길가에 나무가 되어>,

1993년 첫 산문집 <쓸쓸한 날의 여행> 등

시집과 산문집을 여러 차례 발표

작가 스스로는

1995년 세번째 시집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이후 떳다고 함

2003년 9월, 모악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사

2004년 거창 평화인권문학상 이원규 시인과 공동수상

지리산 마을 청년들과 동네 밴드를 만듬

2011년,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로 천상병 시문학상 수상

 

- 시집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시인이 쓴 연보 中

 

 

 

[Yes24 작가와의 만남] 이혼해서 쓸쓸한 감정을 시로 표현했다고? 소설 쓰는 구나! - 박남준

http://ch.yes24.com/Article/View/21800

 

그는 중국의 루쉰(노신)이 이야기한 행복에 대해 말한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땅 위의 기로가 같다.

 본래 땅 위에 길이 없었다. 누군가 걸어간 길을 사람들이 따라갔을 때 길이 된다."

 희망이나 행복, 그렇게 자신의 발자국 한 걸음을 길이 있는 곳으로 내딛는 것이 아닐까, 시인은 전한다.

 

나는 계획성 있거나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언제 시를 쓰는지 질문도 받는데, 주로 놀고 틈나면 또 놀고,

소풍가고 저녁되면 술 마시다가 정말 더 할 게 없고 일상이 권태롭고 외로우면 시를 쓴다.

 

전에는 새벽에 글을 썼는데, 이젠 시간이나 계절에 상관없이 쓰기도 한다. 예전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주로 2~3월에. 나는 유명한 시인이 아니라서 청탁도 별로 없다. 일 년에 시 열댓편 정도 발표하는데

대부분 2월 경에 한탕주의다(웃음). 그때 장사를 한다.

 

 

 

[정동초대석] 박남준 시인 - 버리지 못한다면 나누면서 살아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2008.1. 1)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16422&code=116

 

소설가 한창훈은 박남준을 두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사람들이 흔히 칭하기를 풀잎 같고 이슬같고 바람같고 수선화 같고 처마 끝 빗물 같고 나비 같고

 어린 왕자 같고 눈물방울 같은 사람이라고들 합니다... 삶은 정갈하고 성품은 깨끗하고 몸은 아담하고

 버릇은 단순하고 행동거지는 품위 있고 눈매는 깊고 손속은 성실한데다가 시서에 능하고

 음주는 탁월하고 가무는 빛나는 가인(佳人)입죠."

 

1991년 박남준은 모악산 깊은 곳으로 삶의 터를 옮겼다.

"그곳에 간 것은 운명이었다. 만일 모악산방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시는 세상살이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곳에서 자연을 만났고, 자연을 이야기하게 됐다."

 

그는 '나눔'의 정신을 강조한다. 지리산과 제주도, 경상도를 돌아다니면서 참여했던  생명평화탁발순례를 통해 나눔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신처럼 버리면서 살아가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만 버리지 못한다면 나누면서 사는 것이 세상을 달라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동치미를 만들거나 곶감을 만들 때, 그리고 채소의 씨를 뿌릴 때마다 내 주위 사람을 생각한다.

 나 혼자 먹고 살려면 이렇게 살지 못한다.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나눠서 먹는다" 고 생각하면 고된 일도 참아낼 수 있다. 물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다."

 

 

[문화] 봄은 오고 지랄이야.. 행복해서 탈이네요 (한겨례TV, 2012. 3. 23.)

http://www.hani.co.kr/arti/SERIES/349/524999.html

 

동네밴드 하모니카 연주자, 세컨 보컬로..

통장에는 관값 200만원, 먹을 것은 들판에 지천이니 담배/음반/생선 값이면 족해요.

 

도회인들에게 시인의 외롭고 쓸쓸한 삶은 원초적 그리움과도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모양이다.

그의 집에는 한 달이면 열흘 정도 손님이 든다. 무턱대고 찾아오는 독자들도 있고 유명 인사들도 적지 않다.

 

 

 

낮게 엎드려야 보이는 것이 있어요 (민족21, 2012. 5. 1.)

http://www.minjog21.com/news/articleView.html?idxno=5309

 

시인은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것 마냥 보인다. 하지만 사람 없이는,사랑 없이는, 이 땅이 없이는 금방이라도 관 값을 치러야 할지 모르겠다.

 

 

MBC 스페셜 - 지리산에서 행복을 배우다 (2011. 3. 5.)

http://thekian.net/1404

 

지리산에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우리에게 건네는 말은

'진정한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낸 공지영 작가는 "더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고민하는 이 사람들의 얽매이지 않는 삶이 너무나 부럽다."고 말한다.

 

이들의 행복은 세상과의 고리를 끊는 고립된 삶이 아니라

오히려 막걸리 한 사발에 수고로움을 나누어주는 공동체적 행복감처럼,

삶을 세상과 나누어 함께 행복해지는 삶이다.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갖고 싶은 걸 다 갖는 게 행복은 아니다(박남준시인)."

 

 

 

공지영, 지리산에 오면 행복해지는 이유 (2011. 8.27.)

http://www.newsjeju.net/news/articleView.html?idxno=63665

 

공지영 작가는 박남준, 이원규 시인을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는 사람들로 꼽았다.

"자발적 가난이라는 것은 돈이 없다기보다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기증식 후 박남준 시인은 문학캠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수업을 했다. 자신이 블라디보스톡의 북한 음식점에서 겪은 일을 그대로 옮긴 시 '평양 식당'을 예로 들며

"생활 속에서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해도 시가 될 수 있다.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타)

2001년 EBS에서 시인이 사는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찍어

방송일 : 2011. 3. 3 오후 11:10

  

EBS 다큐프라임 3부작 '문명의 3대 교차로를 가다'

2008. 10. 15  3부 '동서양의 아름다운 만남, 이스탄불'편 - 시인 박남준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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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갔네 

 

               박남준 

 

봄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은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 

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 

환장하겠다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도 버림받고 홀로 사는 

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 

십리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 

벚꽃이 피어 꽃사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아난 꽃들 

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가 

이승을 건넌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 

꽃길을 걸으며 웅얼거려본다 

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이야 

 

 

꽃대궐이라더니 

사람들과 뽕작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 

             그럭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번데기와 

                            동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 

 

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 

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 

                             간밤을 설렜을 것이다 

                             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 

 

 

        연두빛 왕버드나무 머리 감은 섬진강가 잔물결마저 눈부시구나 

             언젠가 이 강가에 나와 하염없던 날이 있었다 

                            흰빛과 분홍과 붉고 노란 봄날 

                                     잔인하구나 

 

누가 나를 부르기는 하는 것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