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 靜 ...우두커니, 멀거니/낯설게 하기
<책소개>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저자 이장희
레이지 데이지
2011. 3. 18. 22:14
역사가 숨겨진 익숙하지만 낯선 도시 서울을 보는 새로운 방법! 서울 곳곳에 숨겨진 시간을 담아낸 스케치 여행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짜릿하고 화려한 도시 서울. 무심코 지나가던 서울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600년 역사를 만날 수 있다. 5년 동안 서울이 가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 온 이장희는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역사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서울 이야기를 소개한다. 조선시대의 건물부터 아련한 추억이 담긴 도심 곳곳, 역사가 숨어있는 터 위에 새롭게 지어진 건물까지. 섬세한 일러스트로 그려낸 서울 곳곳의 풍경과 역사적 정보를 곁들인 짧은 이야기로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서울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 북소믈리에 한마디! 태풍으로 삶을 마감한 300살 소나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건물, 김구가 생을 마감한 경교장 등 화려함 뒤에 오랜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가 바로 서울이다. 일러스트 작가인 이장희는 서울에 대한 애정으로 5년 동안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서울의 부각되지 않았던 색다른 모습을 기록해왔다. 사진과 같은 정확성과 감성을 담은 일러스트와 서울 이야기, 거기에 곁들인 짧고 센스 있는 코멘트까지. 서울 사는 사람도, 서울을 여행하는 사람도 모두 빠져들 수 있는 서울의 시간 여행이 펼쳐진다. |
도서 상세이미지
저자소개
- 저자 이장희(서울의 시간을 스케치북에 담다)
도시 공학을 전공했고, 뉴욕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습니다. 각종 매체에 일러스트와 사진, 칼럼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뉴욕』『아메리카, 천 개의 자유를 만나다』가 있습니다.
- 저자가 속한 분야
- 탐험/여행작가 > 여행에세이/여행안내서작가
목차
- 여는 글 _ 펜을 집어들고
一 경복궁
二 명동
三 수진궁
四 효자동
五 광화문 광장
六 종로
七 청계천
八 우정총국
九 정동
十 혜화동
十一 숭례문
十二 경교장
十三 딜쿠샤
十四 인사동
미처 다 담지 못한 풍경들
닫는 글 _ 스케치 노트를 접으며
책속으로
-
내게는 근정전을 호위하는 돌짐승들이 가장 흥미로운 대상 중 하나다. 두 기단의 난간에는 사방신과 십이지신, 서술들이 각기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하나하나 관찰해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다. 사방신은 방위에 맞게 상월대에 잘 들어가 있지만, 십이지신들은 자리도 맞지 않을뿐더러, 개와 돼지는 임금을 상징하는 용과 상극이라 없고, 용은 사방신 중 청룡이 있기 때문인지 역시 빠져있다. 이런 서수들의 피규어는 왜 나오지 않는 걸까. 모두 다 수집할 용의가 있는데 말이지!
_p.30~31 <경복궁_근정전 조감도> 중에서
1997년 3인조 소매치기단이 뒤쫓던 경찰을 회칼로 찌르자, 인근 액세서리 행상을 하던 이근석이 뛰어나와 맞선다. 그는 젊고 건장한 체격이었으나, 소매치기가 ......내게는 근정전을 호위하는 돌짐승들이 가장 흥미로운 대상 중 하나다. 두 기단의 난간에는 사방신과 십이지신, 서술들이 각기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하나하나 관찰해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다. 사방신은 방위에 맞게 상월대에 잘 들어가 있지만, 십이지신들은 자리도 맞지 않을뿐더러, 개와 돼지는 임금을 상징하는 용과 상극이라 없고, 용은 사방신 중 청룡이 있기 때문인지 역시 빠져있다. 이런 서수들의 피규어는 왜 나오지 않는 걸까. 모두 다 수집할 용의가 있는데 말이지!
_p.30~31 <경복궁_근정전 조감도> 중에서
1997년 3인조 소매치기단이 뒤쫓던 경찰을 회칼로 찌르자, 인근 액세서리 행상을 하던 이근석이 뛰어나와 맞선다. 그는 젊고 건장한 체격이었으나, 소매치기가 휘두른 칼을 복부에 맞고 그만 운명을 달리하고 만다. 당시 그의 나이 24세. 어렵지 않은 가정에서 자랐지만,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며 명동에서 선배들에게 행상을 배우던 중이었다. 그렇게 한 생명은 명동의 가장 비싼 땅 한편에서 사그라져 갔다. 그 모퉁이 한쪽에 앉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추모비를 스쳐 지나는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누구하나 멈춰 서서 비석에 관심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 너머 길 한쪽에서 누워 잠자는 노숙자를 본다. 지구 위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이 땅에 누워볼 수 있는 사람은 정작 노숙자와 죽은 이뿐이구나.
_p.52~53 <명동_이곳에> 중에서
종각역에 내려, 채 5분도 안 되는 큰길가에 있는 팔작지붕 기와집 하나. 다시금 우체국이라 생각하며 바라보니 세계 어느 나라 우체국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고풍스럽고 멋진 곳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러나 사실 이곳이 우체국으로 쓰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우정총국이 개설된 1884년 11월 18일 업무가 시작되어 12월 4일 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으로 우정업무는 폐쇄되었으니, 약 20여일이 안 되는 기간이 전부인 셈.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지만, 가장 짧은 우정업무를 본 곳이 아닐까? 이 건물은 진정 우체국이라기보다, 갑신정변의 발화점으로 기억하는 편이 더 의미가 있을 듯하다. (중략) 이후, 우정 업무는 중단되었고 건물은 학교로 사용되다가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물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다양한 관리 주체 하에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서울시 관할이 되었다. 서울시는 이 건물을 흥인지문의 보수재료로 쓰기 위해 해체하려 했는데, 해체 직접 체신부에서 사들여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건물 앞에 있는 전의감 터 표지석 옆에 나란히 표지석 친구로 남을 뻔 했던 것을 진정 우여곡절이란 말이 딱 어울리게 살아남아 이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이란 이름으로 서 있다.
_p.193~194 <우정총국_편지, 그리운 아날로그 정서> 중에서
출판사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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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천 개의 자유를 만나다』의 저자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이장희 씨가 5년 동안 서울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그리고, 공부하고, 생각한 것을 묶어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라는 제목의 그림 에세이집으로 펴냈다. 늘 현대적이고 새로운 것의 상징이 된 서울에 서려있는 역사의 숨결을 찾아 따뜻한 일러스트와 꼼꼼한 글쓰기로 되살려내고 있다.
지금, 여기, 서울을
보는 새로운 방법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건물 중 하나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종각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우정총국은 고즈넉한 팔작지붕의 조선시대 전통건물입니다. 우정총국이 개설된 1884년 11월 18일 업무가 시작되어 그로부터 채 스무날도 지나지 않은 12월 4일 개화파가 그곳에서 갑신정변을 일으키면서 우정업무가 폐쇄되었으니, 아마도 현재까지 남아 있는 우체국 건물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지만, 가장 짧게 우정업무를 본 곳이 아닐까요. 이후, 건물은 학교로 사용되다가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다양한 관리 주체의 손을 거치며 이리저리 방황하다 서울시 관할이 됩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건물을 흥인......『아메리카, 천 개의 자유를 만나다』의 저자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이장희 씨가 5년 동안 서울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그리고, 공부하고, 생각한 것을 묶어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라는 제목의 그림 에세이집으로 펴냈다. 늘 현대적이고 새로운 것의 상징이 된 서울에 서려있는 역사의 숨결을 찾아 따뜻한 일러스트와 꼼꼼한 글쓰기로 되살려내고 있다.
지금, 여기, 서울을
보는 새로운 방법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건물 중 하나가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종각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우정총국은 고즈넉한 팔작지붕의 조선시대 전통건물입니다. 우정총국이 개설된 1884년 11월 18일 업무가 시작되어 그로부터 채 스무날도 지나지 않은 12월 4일 개화파가 그곳에서 갑신정변을 일으키면서 우정업무가 폐쇄되었으니, 아마도 현재까지 남아 있는 우체국 건물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지만, 가장 짧게 우정업무를 본 곳이 아닐까요. 이후, 건물은 학교로 사용되다가 우리나라의 오래된 건물들이 대개 그러하듯 다양한 관리 주체의 손을 거치며 이리저리 방황하다 서울시 관할이 됩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이 건물을 흥인지문의 보수재료로 쓰기 위해 해체하려 했습니다! 그러던 것을 해체 직전 체신부에서 사들여 작은 박물관으로 꾸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우리 전통 건물의 수난사가 어디 우정총국뿐이겠습니까 마는, 이러한 역사를 돌아볼 때마다 가슴 한켠이 아려옵니다.
지금 명동성당 근처를 옛날에는 진고개라 불렀습니다. 비만 오면 진창이 되어 사람들의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질퍽한 고개라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게 유력한 설이라는군요. 이 질퍽했던 진고개 언덕 위가 바로 윤선도의 서울 집이 있던 곳입니다. <오우가>와 <어부사시사>의 그, 윤선도 말입니다. 넘치는 인파만큼 상점이 즐비한 이곳에 윤선도가 살았던 자리라는 ‘표지석’만 덩그러니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표지석조차 구석에 있어 사람들의 눈에 띄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조선시대에는 ‘예가 밝은 동네’라는 이름의 명례방이었는데 ‘예’자가 떨어져 나가서 지금의 ‘명동’이란 지명이 되었다는데, 정말 이름 그대로인 듯합니다.
김구 선생이 해방후 귀국해 머물다 생을 마감한 경교장은 또 어떻고요. 그 역사적인 곳을 서울시내 한 병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구 선생의 집무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병원 입구로 들어가 2층 중앙공급실을 거쳐야 합니다.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슴 아픈 현대사가 병원 한 쪽에 세 들어 있는 경교장에 아로 새겨져 있는 듯합니다. 다행히 서울시에서 경교장을 복원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니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서울의 명소는 서울 그 자체입니다.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곳 00’ ‘서울의 맛집’ 등과 같이 짜릿하고 눈이 즐거운 곳이 아니어도 우리가 사는 곳, 무심코 지나가는 곳을 조금만 다른 눈으로 보면 600년 역사를 만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서울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5년 동안 서울이 가진 이야기, 서울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그림으로, 글로 그것들을 채집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서울의 모습에 대해 한 번 제대로 말하고 싶어 합니다.
세계에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가장 빠르게 흘러들었다 사라진다는 이 땅 서울은 첨단의 모습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멀리 떠날 것도 없이 조금만 눈을 돌리면 우리는 조선의 기틀을 세운 정도전의 표지석을 마천루 사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종로구 수송동 한적한 동네에서 태풍으로 삶을 마감한 300살 된 소나무의 흔적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껏 서울의 모습이 익숙하기에 따분하고, 편안하기에 트렌드에 뒤떨어지는 그런 느낌이었다면 다시 한 번 서울이 가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조곤조곤, 6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간직하고 있던 그 엄청난 이야기들을 서울이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우리는 런던이나 뉴욕에 살고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이제 서울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채색의 도시 서울에 시간을 입히는 작업을 했더니 꿈틀, 되살아납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서울이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고 부담스럽습니다. 그보다는, 구석구석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이 도시의 이야기와 풍경으로 서울을 다시 말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그때, 흐뭇한 자랑거리, 아련한 추억이 공존하는 서울의 시간을 담은 이 한 권의 스케치북은 당신을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서울의 그곳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다른 어느 것도 아닌 ‘일러스트=그림’으로 서울이 간직한 이야기를, 그 시간을 낚았습니다. 스케치북 한 권, 연필 한 자루로 재촉하던 발길을 잠시 멈추고 서울의 풍경을 담는 일은 우리에게 숨 가쁜 일상에 쉼표 하나 던져줍니다. 서울의 구석구석을 다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합니다.
저자는 팍팍한 서울살이를 견디는 우리에게 즐거움 하나를 더해줍니다. 세계 어느 곳보다 더 유려하고 이야기가 넘치는 이곳에 살고 있다는 그런 뿌듯함 말입니다. 서울이 저자에게 그러했듯이 우리가 서울에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서울은 수많은 이야기들을 줄줄 쏟아낼 것입니다. 서울 여행은 발길 한 번, 시선 한 번 돌리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거창하지 않은 그 소소함이 아름답습니다.
『아메리카, 천 개의 자유를 만나다』의 작가 이장희가
4년 만에 돌아왔다!
전작 『아메리카, 천 개의 자유를 만나다』를 통해 많은 독자들에게 감성을 인정받은 이장희 작가가 돌아왔습니다. 5년간 서울 곳곳을 여행하며 수십 권의 스케치 노트를 빼곡히 채웠던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동안, 그가 스케치했던 곳 중 이제는 사라진 골목도 있고, 허물어진 건물도 있습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는 그의 작업이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인 이유는 서울이 현재진행형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도시 서울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너무 멀고, 무겁습니다. 그보다 우리의 일상인 그곳, 터전으로서의 서울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조명해 보는 일은 서울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서울을 좋아하는 한 그림쟁이가 본 5년간의 서울의 모습. 600년의 시간여행. 바로 여기에서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