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각서리-보현정사
"법의 다리" 건너면 극락이 보이는 그 곳 | |||||||||||||||||||||||||||||||
절집마다 나름대로의 풍광과 기품이 있겠지만 보현정사는 소박한 촌집이면서도 주흘산을 마주보고 당당히 자리잡은 것이 풍수지리를 모르는 필자의 눈에도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계곡에 걸린 다리 앞에는 싸리문이 토굴수칙을 걸고 이방인을 맞았다.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람을 베개하고 바위에 기대어 잠든 스님을 보거든 굳이 도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아도 좋다"
"저문 봄날 지는 꽃잎을 보고 귀촉도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이라면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해저문 산야에서 나그네를 만나거든 어디서 온 누구인지 물을 것도 없이 굳이 오고가는 세상사를 들추지 않아도 좋다"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이가 있다면 굳이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이른 새벽에 올로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에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불경을 아니 외워도 좋다"
읽는 것만으로도 맘이 편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혼절의 기운을 맛보고서야 다리를 건너는데, 어려운 한자가 가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 다리의 이름은 "법의 다리". 그 다리 건너면 세상의 법도와 이치를 다 깨달을 수 있단 말인가?
그 돌부처님의 웃음이 하도 현실 같아서 가까이 다가가 옆으로 바라보고 앞으로 바라보고 했는데 마치 "허허"하는 웃음소리가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비구니이신 현공스님은 예의 스님네들이 그러하듯이 환하고 맑아서 마치 때묻지 않은 어린아이 같았다.
일행과 소위 토굴이라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토굴이 아니라 황토방 같은 곳이었다. 다원으로 사용하는 듯 다양한 다구들이 토굴의 이미지에 맞게 놓여 있었다.
"나에 대해서는 묻지 마. 아무것도 얘기 안해. 그저 차 한 잔 마시고 가."
필자의 속을 훤히 들여다 보시는 듯 현공스님은 한 마디 던지며 노련한 솜씨로 차를 끓여내셨다. 토굴 안이 향긋한 차향으로 가득했다.
아무 말씀도 안하실 것 같던 스님은 궁금증을 풀어주시는 대답 대신에 토굴 안에 박새가 집을 짓고 알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셨다.
1부에는 봉축법요식 등 여느 사찰과 비슷하지만 2부에서는 보현정사에 맘을 둔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여해 색다른 퍼포먼스를 펼친단다.
하늘재요의 이산 김낙겸 도공이 토기 노천소성(한데구이) 퍼포먼스를, 행위예술가 김석환 선생이 손으로 찻그릇빗기와 토우만들기를 지도하고, 서각가 고천 김동수선생이 다포에 그림그리기, 서예가 노영선생이 화선지에 그림그리기, 소동 김석환 선생이 티셔츠에 그림받기 등등…. 또 서양화가 김용호 화백은 "시와 그림이 있는 풍경" 전을 열고 연날리기와 공동체놀이, 가요부르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린다고 현공 스님은 말했다.
먹거리도 다양해서 뻥튀기와 화전을 즉석에서 만들고 참가자들이 운영하는 "타지마할 카페"에서는 짜이 판매 행사도 열린단다. 올해는 유독 2574년 4월 8일이 기다려진다.
촉촉히 내리는 비가 스님께서 말씀하시는 "모두 평등한 연꽃세상"을 더욱 싱그럽게 해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