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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읽는 시대, 시대를 반영하는 미술

레이지 데이지 2011. 6. 23. 11:29

미술로 읽는 시대, 시대를 반영하는 미술

 

      우리는 일반적으로 미술(fine-arts)을 미의 표현을 목적으로 하여 미적 쾌감을 수반하는 인간 정신활동의 한 소산으로, 형의 조성을 통해 시각에 의해 관상되는 예술의 한 종류라고 규정하곤 한다. 이럴 경우 미술은 형태를 만들어 내는 예술이기에 조형예술(plastic-arts)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형태가 정지와 병렬의 상태로 있는 가시적인 것이 되기에 우리는 이 예술을 시각예술(visual-arts)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 작품의 존재론적 계기에서나 직관형식에 따라 미술은 공간예술(space arts)이라고도 불리 울 수 있다. 이러한 미술의 특성을 환기시켜 주는 명칭들은 우리에게 어느 정도 나마 미술의 정체성에 접근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있지만 미술을 이해하기란 그리 쉽지만은 아닌 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술을 어떻게 읽을까?

      먼저 미술을 읽으려면(감상하려면) 미술과 만나야 한다. 그러나 이 행위는 미술작품을 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즉, 작품감상의 행위는 작품을 볼뿐만 아니라 그것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관해 들 을 수 있어야 하고, 또 말할 줄 아는 행위가 동반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작품을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지각적으로 보는 방식을 찾아, 작품을 분석하고 기술하여 그럼으로써 작품이 갖는 시각적인 의미와 함께 그것 너머의 더 많은 의미까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여기에 제시된 작품들 - 시기와 양식이 뚜렷하게 구별되는 - 을 통해서, 미술의 시각적인 의미와 더불어 그것의 본질적 의미내용까지를 여러 방식으로 접근하여 읽어 보도록 하자.

      미술작품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이 사실은 미술사학자 뵐플린(H.Wolfflin, 1864~1945)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모든 시대에 모든 예술이 가능하지 않은” “시대양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좀 거칠게 진술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 할 수도 있겠다. 즉 인류는 아득히 먼 옛날부터 자신의 생각을 조형적 전달할 줄 알았다. 선사시대 구석기인들은 동굴에다 벽화를 그렸는데 그것도 놀라 우리만큼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그들은 왜 빛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동굴의 외진 곳에다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일까? 그것은 사냥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주술적 바람으로 그림을 그렸기에 그러하다. 마찬가지로 신석기인들도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풍요를 상징하는 왜곡된 몸매를 소유하는 다산의 비너스를 만들었다.

 


이들 선사인들 모두는 잘 잡히고, 많이 수확해 달라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미술작품을 제작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서양 고대 그리스인들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임을 깨닫고 인간에 관심을 쏟아 완벽한 비례로 인체를 조각해 냈다.

그리고 중세 기독교 세계가 전개되자 미술은 교회에 봉사하게 돼, 교권의 봉건적 권위를 뒷받침해 주었다. 이러한 중세와는 달리 르네상스 시대에는 다시금 고대처럼 인간을 세계에 중심에 두는 "인문학적 관심"에 찬 작품을 쏟아내었으며, 이어 이어지는 바로크 시대에서는 사교계의 모임을 연상시키는 "궁정적 취미"를 반영하는 작품이 제작되기도 했다. 그 후, 미술은 사실주의나 낭만주의, 인상주의, 그리고 후기 인상주의 등의 다양한 미술사조에서도 드러나듯이 "인간 외부 및 내면의 세계 모두에 대해 다양한 관심" 보이게 된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더 더욱이 세계와 인간에 대한 다양한 관심 속에서 미술가 자신의 감정과 사상이 깃 든 작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듯 간략하게나마 살펴 본 미술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미술작품은 각 시대를 제각기 반영하고 있는 거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면 이상에서 언급한 미술작품의 시대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살펴보자. 만일 누군가가 미술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읽고자 원한다면, 그는 미술작품의 제작 목적을 먼저 파악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작품의 제작 목적은 작품 이면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더 없이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①구석기 시대 라스코 동굴벽화 <창에 찔린 말>은 그려진 대상의 미적 감상과는 거리가 먼 사냥을 기원하는 주술적 목적에서 대상을 사실적으로 제작되었지만, ②종교적 내용을 알기 쉽게 조형적으로 표현한 종교미술은, 특히 서양 중세기독교 미술인 <유스티아누스와 그 시종들>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과 교훈을 가르칠 열망으로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인을 위한 성서 대체용이었다.


③그러나 상당한 교양과 풍부한 지식을 갖춘 사람들의 흥미를 자아내려는 목적에서 제작된 미술도 있으니, 브론치노의 <사랑의 알레고리>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작품은 투스카니 대공을 위해 제작되었다가, 그에 의해 당시 프랑스 왕이었던 프랑스와 1세에게 헌정됐던 작품으로 교양 있는 몇몇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정서를 순화시키는 목적에서 제작되었다.


④마지막으로 현대 추상표현주의 작가 잭슨 폴록의 <물감을 부은 구성 II>처럼 주술적 목적에서도, 종교적 목적에서도, 그리고 복잡한 알레고리를 담으려는 의도에서도 제작되지 않은, 오로지 작가 개인의 정서의 표현을 위해 자극적이며 생동적인 추상의 형태로 제작된, 그래서 작가가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던 동안의 작가 자신의 정신상태와 신체의 행위를 전달할 목적에서 의도된 작품도 있다.


이렇듯 시대를 달리 하는 미술작품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속성을 품고 있다. 그러하기에 미술작품의 제작 목적은 미술을 시대적으로 읽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술작품의 제작 목적을 파악하는 것만으로 미술을 잘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 미술을 잘 읽으려면 또 하나의 선행 작업이 필요하다. 즉 미술작품이 제작된 목적에 덧붙여서 그 문화적 배경을 파악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 문화적 배경의 파악이야말로 미술작품의 보이지 않는 의미를 살피는데 더듬이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위에서도 살펴 본 ①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는 선사인들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영구적인 주거지는 갖지 못한 채 곡식도 재배하지 않고, 때로는 동굴을 은신처로 삼아 야생동물을 사냥해 가면서 삶을 영위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며, ②중세 기독교 모자이크는 계몽된 소수인들이 교육받지 못한 대중을 가르쳤던 당시의 봉건적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특히 초기 기독교 사회에서는 일반 대중들이 새로운 이 종교의 의미에 심취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명료하게 성서의 이미지를 전해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음을 알게 해 준다. ③또한 브론치노의 알레고리 그림은 지성적으로 세련됨이 지나쳐 권태에 빠져 있는 궁정사회의 일원들이 그들의 고급 취향에 맞게 수수께끼나 복잡한 게임을 즐기는 데 미술을 활용했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으나, ④현대의 작품은 작가의 개인적이고 사적인 시각이나 독특한 행위의 표현을 통해, 특권계급의 전통적 가치를 거부하는 예술가의 자유롭고 독창적인 창작을 용인하는 예술적 자유의지의 시대성을 말해 주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미술작품은 그것이 작가 개인의 손에서 이루어진 창작물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시대성과 역사성을 지니는 의미체로 이해되어져야만 한다. 여기에서 예술을 사회의 산물로 간주하여 사회의 하부구조인 물적 토대로서의 경제제도를 반드시 반영한다는, 그래서 예술의 역사적 전개인 양식의 고찰 또한 사회의 경제적 변모에 따라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하우저(A.Hauser, 1892~1978)의 관점을 소개해 본다. 그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일원으로서 네오-마르크시스트답게 예술을 사회의 산물로 파악하여 구석기시대의 사실적?자연주의적 미술과 신석기시대의 추상적?기하학적 미술 간의 양식적 차이에 대한 그의 견해를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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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기시대의 미술                비 교                 신석기시대의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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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주의적                        양 식                  양식적(기하학적)

       사실주의적                                                  추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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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본위의 구체적인 것               추 구             정신적인 것, 추상적인 것

         순간성                                                      영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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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에 충실한 관찰 및 모사           결 과                 예술의 이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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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술?마술                            목 적              애니미즘(물활론)?정령숭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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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생활                              관 심                  피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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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원론                               세계관                  이원론

                                                                    일상경험의 세계와 양식화되고

                                                                    이상화된 초현실세계의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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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각(시각)                           예술가                 개념(추상)

        사냥꾼                                                            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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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 개인주의적                   이 즘              기하학주의 : 통일된 조직

           무정부적 생활양식                                         영속적인 질서

           현세적 세계관                         현세의 피안을 지향하는 내세적 세계관                                      --------------------------------------------------------------------------

      수렵?채렵                            양식의 토대                 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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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하우저의 미술작품에 관한 태도는 어느 마르크스주의자의 "위대한 예술은 반드시 사회적이어야 하며, 예술가 자신의 사적인 즐거움을 위해 창조에 몰두하는 고립된 예술가는 퇴폐적이다”라는 강경한 이데올로기적인 입장이 아님을 상기해 볼 때, 그 설득력은 미술사학적으로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미술작품은 일차적으로 그 조형적 언어를 시각적으로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즉, 작품의 구도나 구성 또한 작품 제작의 목적이나 문화적 배경만큼 중요한 미술적 메시지인 것이다. 그러면 어디 한번 작품을 시각적인 측면에서 파악해 보자. 예를 들어 ③브론치노의 <사랑의 알레고리>의 경우, 화면 중앙에 비너스와 엉켜있는 큐피드는 푸르스름한 색채 위에 “ㄴ"자 형태를 이루며 있으며 그 위로는 시간의 알레고리 크로노스의 팔과 머리와 함께 쾌락의 알레고리인 소년의 몸이 거꾸로 된 “ㄴ"자 형태를 이루어 그림틀 모양을 만들어, 자칫 잘못하면 재현된 대상들이 많아 복잡할 구성을 그 틀 안에서 확고하게 고정시키는 사각형의 구실을 하고 있다. 즉 화면전체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는 대상과 인물들로 매워지는 꽉 찬 공간은 작품전체의 주제와 정신에 관련되어 있는데, 이것은 동요와 결단의 부재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사랑, 쾌락, 질투, 기만 등 이 모든 것이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복잡한 형태 속에 뒤 엉켜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이 모든 것을 하나의 틀에 묶는 구성을 통해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묘사된 인물들을 보면 하나 같이 차갑고 딱딱한 윤곽선, 그리고 매끈하고 둥근 표면처리를 하고 있기에, 마치 대리석 조각을 보는 느낌을 주고 있다. 더욱이 이와 같은 인물 구성은 녹색, 청색, 분홍색 등의 색채들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희고 차갑게 강조되고 있다. 이 모든 딱딱함과 차가움은  화면의 중앙에 배치된 관능적인 행동과는 정반대되는 사항들이다. 그러하기에 통상 부드럽고 열렬한 사랑과 정열의 몸짓이 여기서는 계획적으로 의도되어 냉랭하게 묘사되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한편으로는 형태와 색채들 간에 다른 한편으로는 형태와 주제들 간에 일종의 긴장감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 긴장감은 묘사된 알레고리의 이면에 있는 역설적이며 조금은 아이러니컬한 관념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작품의 주제나 의미파악이 아닌 순수한 형식 분석이라는 개념을 통해 미술작품을 파악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H.뵐플린의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양식 비교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는 이 두 미술양식에 대해, 미술상의 양식적 차이는 시 형식(視形式, Sehform)의 차이로, 5쌍의 대립 개념(선적/회화적, 평면적/깊이적, 닫힌 형식/열린 형식, 다수적/통일적, 절대적 명료성/상대적 명료성)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는 미술의 역사를 “인명 없는 미술사”라고 주창한 인물이다. 그가 말하는 시대양식으로서 르네상스와 바로크의 차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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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미술양식                             바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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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후반과 16세기 초반               시기                                 17세기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비교작품                      렘브란트, <야간경비>


선적 : 인물과 건물의 요소들이 명확하게            회화적 : 그것들이 빛을 받아 강하게 두드러져  

          그려져 있고 각각은 분리되어 있다                        보이거나 그늘져 있다


평면적 : 전면의 계단, 중면의 인물군상들          깊이적 : 중앙의 두 인물이 왼쪽 앞 대각선 방향으로

   그리고 후면의 연속되는 아치들 등의 배치                   움직임과 뒤의 대각선  깃발 등의 배치 


닫힌 형식 : 구도 상 서 있는 인물들의 수직선과     열린 형식 : 왼쪽 끝 총의 방향과 오른쪽 앞의

                 대비되는 시선을 자르는 강한 수평선                     북 방향으로 이끌리는 대각선


다수적 : 분명한 부분들로 이루어져 각 부분의      통일적 : 빛에 의한 각 부분의 전체적

             또렷한 경계                                                       일체감


절대적 명료성 : 묘사된 대상의 분명한 파악       상대적 명료성 : 묘사된 사물들 간의 상대적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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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덧 붙여 미술작품 감상 시, 작품에 묘사된 대상의 사실성에도 주의를 기울이기를 당부하고 싶다. 우리는 가끔 작품을 대할 때 묘사된 대상이 실제 대상과 얼마나 닮았는가를 살펴 볼 때가 있지만, 모든 작품이 사실성에 근거해서 파악되지 만은 않으니 그 때는 주의를 해야 한다. 즉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모든 시대, 모든 미술가들에게 언제나 최우선의 관심사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러하다. 예를 들어 이집트인들은 구석기인들처럼 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낼 능력이 없어서 마치 대상을 봉합적으로 끼워 맞춘 듯한 그림을 만들어 낸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그들은 그렇게 표현하고 싶어서였다. 미술사학자 리글(A.Riegl, 1858~1905)의 언급대로 미술은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Kunstkonen)에서가 아니라, 그것을 “표현하려는 욕구”(Kunstwollen)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그러나 자연의 실제 모습을 닮게 그린다는 것은 희랍의 고전기 이래 르네상스시기를 거쳐 20세기 초까지도 미술가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미술상의 문제였었던 만큼, 이 시기들의 미술에 대해서는 이와 같은 감상법이 어느 정도 유효하다고 할 수 있다.

      미술작품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양식적 접근은 작품을 폭넓게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미술의 양식적 파악은 단순히 미술사의 지식을 얻는데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시대양식의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아 좀더 수준 높고 심도 있는 미술 감상의 태도를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느 미술작품을 고딕이니 또는 인상주의니 라고 양식의 이름으로 말한다면, 그것은 그 작품이 속한 시기에 지배적이던 미술적 유행을 반영하는 조형?표현상의 미적 형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각 예술가의 양식에 관해 말할 때조차도, 우리는 그들의 예술상의 특성을 동시대의 문화적 특성 속에서 고찰하려는 경향이 짙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양식 개념을 전제로 미술의 역사적 전개를 파악한다면 아마도 미술은 좀 더 알기 쉽게 읽혀질 것이다. 예를 들어 마네의 <튈르리 공원의 음악회>(1862)는 튈르리 공원에서 벌어진 음악회 장면으로 당시 사교계의 풍경이자 프랑스 부르주아 인생을 담은 그림으로 작가 자신을 비롯하여(왼쪽 끝에 잘려진 인물) 문화계 인사들이(화가 알베르 드 발레로아, 팡탱-라투르, 자차리 아스트뤽, 시인 보들레르, 테오필 고티에, 작곡가 오펜바흐 등) 대거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조형적으로는 인물의 정확한 모사를 포기한 채, 그리고 내용적으로는 이전 시대의 삶과는 다른 도시화된 사회의 도시민의 모더니즘적 생활의 단면을 인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모네의 <생 라자르 역, 도착한 기차>(1877) 역시 내용적으로는 근대 산업화의 상징 중에 하나인 기차역(새로운 건축 재료인 철근과 강화유리로 만들어진)에 산업혁명의 주역인 증기기관차가 흰 수증기와 연기를 뿜어내는 들어오고 있다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으나, 조형적으로는 역 구내에서 보이는 맑은 하늘과 수증기는 검은 기관차와 대비를 이루고 있으며 저 멀리 뒤쪽으로는 근대적인 도시 건물이 대기원근법에 의해 희미하게 처리되고 있는 등 서양미술의 전통인 사실적 묘사에서 멀어진 시각적 표현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우리의 미술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조선 후기 18세기에 활동한 풍속화가 김홍도나 신윤복의 경우에서처럼, 이들 두 작가는 이전의 문인화 풍과 관념산수화 풍에서 보이는 중화적 귀족주의에서 벗어나, 조선의 산하가 배경이 되고 조선의 옷을 입은 조선인의 삶이 주제로 전면에 부각되는 조형적으로는 사실적인 화풍이면서 내용적으로는 서민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는 진경시대를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서양의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두 작가의 그림에서나 또한 우리의 대표적인 두 풍속화가에서 확인한 것처럼, 미술작품은 조형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어느 정도 개인의 독창성을 뛰어 넘는 시대성을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술은 우리의 감각기관 중 가장 일차적이라는 시각에 의해서 파악되는 대상이기에, 자칫 잘못하면 그 시각적인 직접성으로 인해 미술의 본질을 그냥 스쳐지나갈 수도 있는 정신문화영역이다. 미술의 이러한 속성을 인정한다면, 미술작품 속에서 시대를 읽는 행위는 고도의 문화적 행위일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이끌어 내는 고도의 정신활동이기에 그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문화적 행위는 파노프스키(E.Panofsky, 1892~1968)의 말마따나 “인간 정신의 본질적 경향들이 어떤 특정한 주제나 구성 기획들을 매개로 표현하는 과정을 투시하는" “해석의 행위”일 것이다. 물론 그때의 해석의 대상은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미술작품”임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주제 <미술로 읽는 시대, 시대를 반영하는 미술>과는 그다지 잘 어울리는 내용은 아니지만, 미술을 좀 더 잘 읽을 수 있는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감상순서를 제시해 보고자 한다.

먼저, 작품의 객관적 정보(objective information)를 수집, 확인한다. 예를 들어 그 작품의 작가라든지 작품이름이라든지, 몇 년에 만들어졌다든지, 또는 어느 미술사조에 속한다든지 등등을. 아마 이 정도는 교양미술책이나 아니면 전시장이라면 팸플릿에도 나와 있을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작품을 도상적 분석(iconographical analysis)을 시도한다. 작품 속에 등장인물과 묘사된 대상들에서 형태나 색채, 구도 등 그 작품만이 지니는 조형적인 특성을 파악해 보자. 예를 들어 피카소의 형태라든가 마네의 붓 터치라든가 고흐의 색채라든가 등을.

그리고는 작품의 내면세계에도 접근해 본다. 즉 도상해석학적 접근(iconological approach)을 시도한다. 이 단계는 미술을 전공하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조금 힘든 과정일 수 있으나,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단계이다. 즉 작품의 배경이 되는 작가개인의 심리상태라든가, 시대?문화적 배경이라든가, 작품의 모티브를 구성하는 이야기 즉, 신화내용이라든가 성서내용 등등의 파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도상 이면의 내용을 알고 작품을 접하면 작품이 더 잘 보일 것이다. 예를 들어 구석기시대의 동굴벽화의 제작 목적과 신석기시대의 조각품의 제작목적이 달라 전자는 사실적으로 표현됐고 후자는 추상적, 기하학적으로 표현됐다는 등등을.

그리고 작품이 갖는 미술사적 의의 내지는 현대적 평가(art historical meaning or contemporary criticism)에 귀 기울려보라. 즉, 작품이 갖는 조형적 특성과 작품에 담긴 사회문화적 상황 등의 평가를 찾아본다. 물론 이번 단계도 혼자서 쉽게 이룰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미술서적과 미술잡지 등의 기사, 그리고 인터넷 자료를 이용하면 좋은 자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느낌을 얹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