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보기/詩의 翅

[스크랩] 여행

레이지 데이지 2009. 9. 26. 00:44

 

 

 

 여행

 

                    박미림

 

찬찬히 물살 걸러내며

맑게 헹구어낸 유년의 기억을

바람에 말린다.

한 번도 가지 않은 서툰 길을 가듯이

살다가 가끔

빗살무늬같은 안개 속으로

침잠하고 싶어진다.

 

부질없는 생각에 선뜻 손을 내밀고

내민 손 거두기가 차마 민망하여

오래도록 맨 하늘만 올려다 본다.

 

마음 가만히 내주어도 좋을

붉은 산어름 강기슭으로

철이른 보랏빛 구절초 꽃잎이

지상의 눈물지듯

드문드문 떠난다.

 

산다는 건

참으로 아름다운 슬픔이었다고

그리운 이름들을

저문 들녘에 한 웅큼 뿌려가며

지도에도 이름 없는

그 강물로 흐르고 싶다.

 

 

2001년 9월 17일

제 11회 강남 여성백일장 장원

 

 

 

출처 : 朱子川푸른물
글쓴이 : 朱子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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