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박미림
찬찬히 물살 걸러내며
맑게 헹구어낸 유년의 기억을
바람에 말린다.
한 번도 가지 않은 서툰 길을 가듯이
살다가 가끔
빗살무늬같은 안개 속으로
침잠하고 싶어진다.
부질없는 생각에 선뜻 손을 내밀고
내민 손 거두기가 차마 민망하여
오래도록 맨 하늘만 올려다 본다.
마음 가만히 내주어도 좋을
붉은 산어름 강기슭으로
철이른 보랏빛 구절초 꽃잎이
지상의 눈물지듯
드문드문 떠난다.
산다는 건
참으로 아름다운 슬픔이었다고
그리운 이름들을
저문 들녘에 한 웅큼 뿌려가며
지도에도 이름 없는
그 강물로 흐르고 싶다.
2001년 9월 17일
제 11회 강남 여성백일장 장원
출처 : 朱子川푸른물
글쓴이 : 朱子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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