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貞陵) 살면서 박재삼 솔잎 사이사이 아주 빗질이 잘된 바람이 내 뇌혈관에 새로 닿아 와서는 그 동안 허술했던 목숨의 운영을 잘해 보라 일러주고 있고… 살 끝에는 온통 금싸라기 햇빛이 내 잘못 살아온 서른다섯 해를 덮어서 쓰다듬어 주고 있고… 그뿐인가 시름으로 고인 내 간장(肝臟) 안 웅덩이를 세월의 동생 실개천이 말갛게 씻어주며 흐르고 있고… 친구여 사람들이 돌아보지도 않는 이 눈물나게 넘치는 자산(資産)을 혼자 아껴서 곱게 가지리로다. - 시집 (문원사 1970) 정현종 시인(1939 ~ )은 박남수의 사물 이미지 추구와 김춘수의 존재 의미 천착 경향을 결합해 놓은 듯한 독특한 시풍을 가진 이다. 그는 인간성과 사물성, 주체성과 도구성 사이의 정당한 의미망을 나름대로 추구함으로써 그 동안 인간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