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보기/영화읽어보기

영화는 영화다.

레이지 데이지 2009. 9. 30. 01:53

1. 영화 선택의 이유와 목적

과제물 영화의 선택은 이러 이러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18세 이상이란 빨간 표 딱지가 있어서

혹여 수준미달의 과제물로 전락하지 않을까 등등의 망설임이 일고, 더구나 <영화는 영화다> 이 영화는

개봉 일자가 추석으로 잡혀 있다. 소지섭, 강지환 주연으로 액션과 코믹, 드라마에 어설픈 멜로까지 곁들여있지만,

전체적으로 극을 지배하는 다소 어둡고 음울한 분위기 때문에 관념적인 추석영화 속에 들어가기 쉽지 않은

작품일 것이란 추측이다. 과거의 추석영화는 가볍고 즉흥적이며 대중성이 강하며 밝고 경쾌해야한다는 선입견이 있고,

축제와 휴식을 겸해서 발생되는 기간이라 가족영화가 주류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나는 김기덕 영화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표현 방식이 대중적이지 못할 뿐이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은 상당히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나쁜 남자><사마리아><숨><빈 집>이 그랬다.

김기덕표 영화라고 할 만큼 독특한 분위기와 정서, 이야기가 있다.

<영화는 영화다>의 각본은 김기덕의 손을 거쳤고 연출은 그의 연출부 출신인 장훈 감독이 맡았다.

김기덕 감독에게서 조연출을 지낸 장훈감독의 데뷔작이다. 감독 장훈이라는 이름은 사실 낯설다.

각본 김기덕 이라고 특별한 건 아니다. 제작역시 의외다. 그가 언제 무슨 재력으로 제작자가 되었나 싶다.

한국영화계의 이단이라 불러온 김기덕 감독이 자작 시나리오와 제작을 맡았다는 것 때문에

이 영화도 역시 대중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과제물로 선택을 해야 하는 망설임이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영화가 기존의 김기덕 영화에 비해, 아니 김기덕의 흔적을 일부러 감춘 채

매우 상업적인 영화로 홍보된 것 치고는 김기덕의 흔적이 눈에 띄게 드러난다.

하지만 이 점은 일반 관객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진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알려진 대로 김기덕 영화의 관객은 매우 적어 비교 불가 할 것이며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원래 김기덕 영화의 이야기는 스토리자체로 재미있고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목적이라 하기에는 사실 어설프지만 김기덕 영화를 DVD 나 케이블이 아닌 상영관에서 대형스크린을 통하여 보고 싶었다.

 

 2. 영화 관람전의 준비내용

관람 장소 : 롯데시네마 노원

관람 시간 : 2008년 9월 30일 18시 25분

상영 시간 : 대략 110 여분.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 하지만 특별한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의나 개념이 확실한 것 역시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재미있었는가, 뭐 이런 것이 다 있는가 하는 양극의 상태이어서 우선 일단 교과서를

잘 읽어보고 스토리 전개와 자아성취도를 유념하여 보기로 결정짓고 같이 관람할 친구를 찾았다.

취향이 약간씩 어긋나서 한참을 ‘친구 찾기’로 기다렸으나 더는 시간을 미룰 수 없어 혼자 보기로 한다.

종영 후 되돌아 올 거리가 짧은, 집에서 가까운 극장을 찾으니 마침 노원 교통요지 유명 백화점이

영화관을 운영을 하여 편리하다는 생각을 했다. 낮에 시간이 있다면 쇼핑과 먹거리, 볼거리가 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니 이동시간이 줄고 편하다는 느낌 이것이 바로 여유 있는 삶인가보다....

그러나 직업이 있는 사람은 근처가 직장이 아니면 퇴근 후 가질만한 고즈넉한 장소는 아닌 듯싶다.

깔끔하고 안락한 분위기에 조금 미치지 못한 관람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다.

내게 아쉬움이 있다면 어린 시절과 달리 같이하는 친구가 없다는 것이고

능동적으로 삶을 즐기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뭔가 제재가 있어야 움직이는 태도가 마음에 안 들고,

영화 관람료가 일반적으로 비싸다는 생각을 한다.

공연예술은 현장감이 있어 동참의식을 고취함으로서 가끔은 투자대비 즐거움이 높지만

영화는 일회성으로 그치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다른 간접매체를 통하여

확실한 이해를 가져야 하는 것이 아쉽다. 외화를 보는 경우는 더 심하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는 체계적으로 미리 공부하고 의식을 갖고 영화 관람을

하게 되어서 나름 흥분이 되었다.

 

3. 영화의 내용 소개 및 영화를 보고 느낀 점

-내용소개

영화를 촬영하던 배우 장수타(강지환 扮)는 액션 배우로 액션 씬에서 욱하는 성질을 참지 못해 상대 배우를 폭행,

영화는 제작 중단 위기에 처한다. 또한 어떤 배우도 깡패 같은 배우 스타의 상대역에 나서지 않아 궁지에 몰린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룸살롱에서 사인을 해주며 알게 된 조직폭력배 넘버 투 이강패(소지섭 扮)를 찾아가

영화 출연을 제의한다.

누구도 모르게 영화배우의 꿈을 갖고 있었던

강패는 수타의 제안에 흥미를 느끼며 출연에 응하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내건다.

액션 실은 연기가 아닌 실제 싸움을 하자는 것이다.

배우가 안됐으면 깡패 못지않은 싸움 실력을 갖추었을 것이라 자신하는 수타. 역시 이 조건을 받아들이고,

두 사람의 치열한 전쟁과도 같은 영화 촬영이 시작된다. 배우가 되고 싶은 깡패 이강패(소지섭), 사고뭉치스타(강지환)는

서로 하나였었던 듯이 상대방을 통하여 조금씩 자아를 찾아가는 …….

마치 거울을 보듯이 자신들을 인식하여 가기 시작 한다.

이 영화가 리얼 버전을 사랑스럽게 표현한 것은 배우-스타들에 대한 빈정거림과 냉소를 유쾌하게 진짜 같은 연기로

풀어 놓았기 때문이다. 진짜인 듯 연기하는 배우 장수타는 진짜 깡패 -이강패가 내뱉은 독설에 의해 조금씩 허상임을

드러나고 각자 현실 속의 삶이 꼬이는 우여곡절 속에서 영화촬영은 뻘 속에서 처절한 실제 간은 격투를 벌이고

마친 다음에 강패가 수타를 데리고 자신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야수의 눈빛을 한 강패의 살인 장면으로 끝을 낸다.

 

 -영화를 내 잣대로 나누기.

만약 마지막 폭력 장면이 빠졌다면 이영화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떡하라고 빈정거리며 되물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장면이 개입됨으로서 알 수 있다.

이것은 김기덕의 낙인이며 그의 영화를 누가 대신해서 찍어준 것이다.

그렇다면 왜 김기덕은 자신의 영화를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것일까.

더 직접적으로 묻는다면 김기덕은 타인의 입을 빌리지 않고 자신이 직접 말했다면 이 싸움에서

또다시 욕을 먹고 자신 안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장훈 감독이 김기덕의 빛을 보지 못했을 영화를 대신 찍어준 은인인지도 모른다.

봉감독이란 캐릭터 역시 실제속의 감독들인 듯하다. 비싼 몸값을 하는 스타들에 대하여 일갈을 지르고 싶은 것이다.

니들이 뭘 알아. 정체성도 모르는 것들이라는…….

'모호한 결말'. 내가 최초에 본 김기덕 영화는 <나쁜 남자>이였었는데 그 영화의 결말을 보고

나는 김기덕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 결말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결말이라 충격을 받았었고

시간이 지난 후 그 결말이 나쁜 남자의 사랑 법에 더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연 그녀를 정말로 사랑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영화는 영화다>의 결말은 마찬가지로 의외의 결말이었다. 좀 더 대중적인 이야기였다면 강패 와 수타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우정을 이루던지 아니면 그런 암시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끝까지 리얼했다.

강패는 결국 양아치는 양아치의 세계에서 나올 수 없음을 보이고 수타는 당혹스러운,

두려운 표정만 남긴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에게 거의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비중을 할애한 스토리는

그 한 장면만으로 강패에게 넘어갔다. 관객인 나 역시 수타처럼 당황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하는 영화인가? 뭐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굳이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그 동안 김기덕 영화에서 느꼈던 모호한 결말의 이미지가 좋기도 했고 영화 내내 충분히 힘 있는 정서를 느꼈다.

굳이 논리적인 이해까지 요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 모든 스토리는 영화 속 영화관의 스크린에

상영된 것처럼 끝을 맺는다. 이 점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제목에서 기인한 종영을 위한 컨셉이었나,

아니면 정말로 모든 스토리가 영화였다는 방식의 결말인가? 후자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영화를 색으로 보기

이 영화가 지닌 미덕은 특별하게 뛰어난 균형 감각에 컬러 감각이다.

잘못했으면 조폭 미화영화가 될 뻔 했고, 그랬다고 비난을 받을 뻔 했으나, 두 눈빛을 돋우되,

어깨에 힘을 뺀 두 남자 주인공이 내뿜는 거친 호흡과 남성 호르몬의 향연은 보기 드문 수작이다.

특히 4년 만에 드라마(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이어 관객들 앞에 선

소지섭은 특유한 음울한 시선과 멋진 스타일이 시선을 끈다.

검정색 슈트가 참으로 잘 어울리고 나약하면서 자존심이 센 수타는 빛의 이미지, 영상의 이미지를 흰색으로

색을 이용한 캐릭터 대비는 유치할 정도로 강패(흑)와 수타(백)로 눈에 띄게 나뉘는데 마지막 결투 씬에서

흑과 백은 흑백논리 자체를 부인하며 서로를 (회색)로 물들인다. 어쩌면 굉장히 눈에 쉽게 드러나면서도

유치해보일 수 있는 이 은유는

진중한 연출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예전 홍콩영화에서나 볼 수 있거나  느낄 수 있었던

뜨거운 감정을 표출하는데 아주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마치 흰색과 검정색 슈트를 대결구도처럼, 선악의 대비, 현실과 영상이란 허구의 대비로 극명하게 갈리는

두 캐릭터를 라스트 씬-갯벌 결투 씬에서 네오 내오. 구별 못하는 회색의 일심동체가 되었을 때 서로가 결국은 단점 많은

그저 -진실한 현실이든 비참한 영화 속 이든지-살아가는 삶이라는 존재를 알려준다.

 - 느낌

이 영화는 '영화적 텍스트에 대한 영화'로 바라보아도 의미가 있는 '작가주의' 영화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다고 해서 골치 아픈 영화도 아니고, 스토리가 완결성이 강한 동시에 매우 연출의 흐름이 자연스럽다.

흡입력이 있고, 한마디로 영화적 쾌감을 준다. 이렇게 나는 과제물 덕분에 신선한 한국 영화를 보았다.

사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진짜 깡패가 깡패 연기를 하게 된다는 소재는 코미디 영화의 설정으로 매우 훌륭하지만

그 덫에 걸려 매몰되었다면 또 한 편의 조폭 영화가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내용 중에 초록물고기를 슬쩍 빗대는 장면이 있다. 조폭영화의 시발점이라고 하는…….

나는 <영화는 영화다>가 그런 상업적 덫에 흔들리지 않고 넘치지 않는 선에서 대중성을 확보한 채 꿋꿋이

정서를-자아각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이 영화가 더욱 마음에 드는 이유는 분명히 대중적인 이야기 방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영화로 느껴지게 만들어졌고 무엇보다 기존의 김기덕 영화의 그 독특함을 많은 관객들이 받아들일만한 것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며 이런 생각을 해봤다. '김기덕 사단이 슬슬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구나…….

 김기덕이 자신을 외면한 대중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계속 영화를 만들어왔던 힘을 패밀리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그들이 마음먹은 대중성을 확보하려한다면 충무로에 일대 파란을 가져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끝맺기

때로는 자기가 아닌 다른 모습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이다.

전혀 다른 모습을 해도, 전혀 다른 일을 해도 난, 나인 것이다. 결코 삶이란 이름을 쓴 운명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가보다.

그렇다면 삶은 결국 의리나 복수가 아니고 그저 흐르는 물위에 가볍게 떠서 흘러가는 한 잎의 존재인가.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강물속의 큰 걸림을 만나다하여도 시간은 흘러가는 것인지…….

잘나가면 자기가 아닌 다른 모습을 꿈꾸지 않을 것이다. 무엇인가 잘 안 되고 있는 이 현실에서 가끔은

다른 자기를 바라는 경우가 있다. 허나, 그래도 나는 나다. 비록 체재속의 한 형태로 영화를 보기를 결정했지만

시간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영화 한편이 주는 감동은 앞으로의 삶에서 흐뭇한 소양으로 남을 것만 같다.

이후엔 시간과 금전적인 면을 고려하지 말고 서로 마음이 취향이 맞는 지인들과 어울려 자주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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