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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무지막지 비싼그림들

레이지 데이지 2017. 8. 28. 03:49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 100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루브르에 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그것으로 예상하며 추정가는 대략 40조 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 나올 일은 없겠지만.

작가와 딜러가 어느 가격에 작품을 내놓을지 정하면, 작품구매활동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1차 시장인 갤러리와 모든 과정이 드러나는 2차시장인 경매에서 실재적인 가격이 정해진다고 하며 이 책에 나오는 100점의 그림들은 실재로 그 가격에 거래된 작품들이라고 한다.

 

100위 안에 작품을 올린 작가는 35명뿐으로 피카소가 열 15점(하나 추가되어 16점), 앤디 워홀이 10점, 프랜시스 베이컨이 9점, 고흐가 7점, 마크 로스코가 6점(하나 추가되어 7점)이라고 한다.

 

저자는 11년간 미술 담당 기자를 했고 현재는 아트 홍보와 마케팅, 전시기획을 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중으로 초고가에 거래된 작품들의 가격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거래된 가격을 기준으로 순위를 책정했다는 이 책에서 세계적인 명작들의 가격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이 순위는 이 책이 출판된 2015년 1월까지를 기준으로하고 환율은 1049.16원 기준이었으며, 책을 준비하는 동안 10여개의 작품이 100위 밖으로 밀려났다고 적고 있다. 이후 2016년 10월까지 10위안에 5개의 작품이 새로 진입했는데 새로 진입한 작품들과 생신된 순위는 글 마지막에 추가했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미술시장에 가격체계를 구축하고 미술, 금융 전문가들로 구성된 개발팀이 미술품 가격지수인 KAMP50 지수를 개발했다고는 하는데, 이에 따라 대한민국 대표 작품들의 10호당 평균 가격을 산출해 본 결과, 가장 높은 화가는 16억 1600만원의 박수근이고, 그 뒤로 이중섭이 13억 5900만원, 천경자가 4억 5000만원, 김환기가 3억4255만원, 장욱진이 3억 3700만원, 이우환이 1억 8900만원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고 한다.


 

1. 폴 세잔 -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 (2억 5천만 달러~3억 달러 사이. 한화 2622~3147억원 사이. 정확한 거래가는 비공개)

세잔이 인물을 이렇게 많이 그려 넣은 작품은 별로 없고 이 그림도 사실 전체 장면이 완성된 것으로는 두 사람이 들어간 버전과 세 사람이 들어간 버전을 합해 딱 다섯 점 뿐이다. 고흐의 그림이 개인의 심리상태가 많이 들어간 듯 뜨겁고 정열적이라면 세잔의 그림은 좀 더 이성적으로 계산된 듯한 차가운 것으로, 공간을 면과 선으로 분할해 그렸기 때문에 입체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카드놀이는 유럽 농민의 고된 하루 일과 후의 흔한 유희로 이미 17세기부터 단골 소재였고, 카드놀이 하는 모습 자체가 테이블을 중심으로 한 대칭 구도이므로 화면의 구성에 관심이 많았던 세잔은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에도 불구하고 이 소재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2. 파블로 피카소 - 꿈 (1억5천5백만 달러. 한화 1626억 원)

피카소가 마흔 다섯에 만나 9년간 정신없이 사랑에 빠졌던 당시 17세의 소녀 마리 테레즈 월터를 그린 그림이다. 그는 그녀의 존재를 숨긴 채 이혼도 하지 않고 두 집 살림을 했으며 마리 테레즈 월터는 피카소의 그림에서 기타, 물병, 과일접시와 같은 상징적인 물건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1931~32년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그녀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이 꿈이라는 작품이다. 그녀를 정면에서 클로즈업해서 그린 것이라 몸매의 부드러운 곡선이 아주 잘 드러나고 단꿈에 젖은 달콤한 모습은 너무나도 강렬하다.

 


3. 프랜시스 베이컨 - 루치안 프로이드 초상습작 삼부작(1억4240만달러. 한화 1494억 원)

이 그림은 베이컨이 그의 가까운 친구이자 경쟁자인 영국화가 프로이드를 그린 초상화로, 그릴 당시 둘은 이미 25년간 알고 지낸 친구였고 그래서 성격이나 취향, 시시콜콜한 개인사까지 프로이드에 대한 많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이 그림에서 그는 아주 과격하게 표현되어 있고 불편하고 괴상한 형상으로도 보이는데 이는 프로이드의 보이지 않는 성격이나 내면까지 그려내기 위해 의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의 형상을 그리는 것에 관심을 덜 가졌기 때문에 모델 대신 모델을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다는 그의 말을 이런 점에서 이해가 간다. 그는 삼부작 시리즈들로 유명한데 <십자가 발치에 있는 인물에 관한 삼부작 습작>은 개인 소장중이고 다른 삼부작 세 점은 각각 다른 미술관에 떨어져 있어서 현재 남은 삼부작중 세 점을 다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희귀성이 가격을 올리는데 일조했다.

 

4. 잭슨 폴록 - 넘버 5 (1억4천만 달러. 한화 1469억 원)

이 작품은 미국 드림웍스 공동설립자인 데이빗 게펜이 스타 경매사 토비어스 마이어의 중개로 다른 개인 컬렉터에게 판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상 표현주의 작품으로 이 경향은 2차대전 이후 승전국인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탄생한 아주 미국적인 미술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양 대전으로 유럽과 미국의 예술가들은 이젠 평화적이고 장식적이고 안일해보이기가지 한 이전의 정물과 풍경을 그릴 수 없게 되고, 미칠 것 같은 느낌과 경험을 뿜어내는 게 예술이라는 생각이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1940년대에 나타난 이러한 경향의 그림들은 유럽의 엥포르멜이나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았겠지만 분명 그것들과는 달랐고, 미국의 경제, 군사적 우월감에 이어 생겨나게 되는 문화적 자신감에도 큰 힘을 보태게 된다. 추상표현주의는 드립 페인팅을 하는 폴록이나 드 쿠닝, 클라인 같은 액션 페인팅화가와 격정적으로 그리지 않고 색과 면으로만 표현하는 로스코, 라인하르트, 뉴먼과 같은 컬러 필드 페인팅(색면추상)화가로 나뉜다. 폴록의 그림이 모두 초고가로 거래되는 것은 아니고 드립페인팅의 경우에만 기록을 깰 정도로 비싸게 팔리고 있다.


 

 


5. 윌렘 드 쿠닝 - 여인 3 (1억3750만 달러. 한화 1442억 원)

이 그림 역시 폴록의 <넘버5>나 재스퍼 존슨의 <부정출발(839억원에 판매)>, 드 쿠닝의 <가제트형사(666억원에 판매)> 등등을 소유했던 데이빗 게펜이 가지고 있다가 판 작품이다. 이 작품을 구매한 컬렉터 스티븐 코언은 게펜보다 더 유명한 인물로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 동안 그림구매에 1조500억 정도를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고(데미안 허스트의 그 제목이 긴 상어도 이 사람이 구매) 이 거래를 중개한 이는 래리 가고시안이라고 한다. 뉴욕을 거점으로 해서 뉴욕스쿨이라 불렸을 뿐 드 쿠닝은 추상표현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구상화에 가까운 추상화를 그리기도 했는데, 그는 부인 엘레인과 별거하고 있었고 간혹 여자는 짜증난다라고 하긴 했지만 단순히 개인적으로 여성을 혐오해서 이렇게 뚱뚱하고 못생기고 괴기스럽게 그린 것만은 아니다. 당시 미국은 소비가 팽창하고 각종 광고에서 상업적인 여성이미지, 즉 상냥하고 예쁘고 섹시한 여성들만 그려지고 있을 때라 드 쿠닝은 “이건 어때?” 라는 식으로 이와 같은 그림을 내민 것이다. 아름답고 전형적인 과거 여성 초상화에 반기를 든,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작가 개인사와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한 그의 여인 시리즈는 아주 높은 평가를 받는다.

 

6. 구스타프 클림트 -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1 (1억3500만 달러. 한화 1416억원)

마리아 알트만은 20세기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설탕제조업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페르디난트 블로루 바우어의 조카딸로,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이 부부는 생전에 자신들의 전 재산을 조카 3명에게 남긴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 그림은 다른 여러 그림과 함께 나치에 압수된 뒤 나치에 의해 팔리거나 오스트리아 정부에 반환되어 후에 결국 오스트리아 정부 소유가 되었는데, 마리아 알트만은 다른 몇몇 가족과 함께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클림트 작품 다섯 점의 반환소송을 했고, 이후 다시 미국법원에 소송을 하여 결국 긴 분쟁 끝에 8년 만에 최종적으로 소유권을 인정받는다. 그러고 몇 달후 이 작품은 세계적인 컬렉터이자 에스테 로더 창업주의 둘째 아들인 로널드 로더에게 당시 최고가인 1억3500만 달러에 팔리게 된다. 로널드 로더는 이 그림을 모나리자에 비유하며 매우 아꼈다고 하는데 반환될 당시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안녕 아델(Ciao Adele)’이라는 플래카드를 걸고 슬퍼하며 이 그림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국립미술관 앞에 줄을 길게 섰다고 한다.

 

7. 에두바르 뭉크 - 절규 (1억1992만 달러. 한화 1258억 원)

뭉크는 절규를 네 점 그렸는데 노르웨이 국립미술관에 한 점, 뭉크 미술관에 두 점이 있고 유일하게 개인 컬렉터(피테르 올센. 뭉크의 친구이자 갑부였던 그의 아버지 토마스 올센은 나치의 눈을 피해 여러 그림들을 숨겨주었고 아들인 그가 뭉크 박물관을 짓기 위해 이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것) 손에 있던 작품이다. 경매에 나오자 전문가들이 예상했듯 당시 사상 최고가였던 피카소의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을 가볍게 넘어섰는데, 이는 절규가 79cm×59cm의 파스텔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사실로 이는 파스텔이나 수채화는 유화보다 비싸지 않다라는 고정관념도 깨뜨린 것이다.(최근 유화의 가격상승률보다 드로잉-파스텔, 수채화, 수묵화는 경매에서 드로잉에 포함-의 가격 상승률이 더 높긴 하지만 이는 중국 컬렉터들의 본토 수묵화 구매가 원인으로 본다고 한다)

 

8. 재스퍼 존슨 - 깃발 (1억1000만 달러. 한화 1154억 원)

재스퍼 존스의 이 작품은 거래 결과가 알려진 생존작가 미술작품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역사적 평가가 빨리 이루어진 작가인 셈이다. 당시 추상표현주의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끌었지만 역시 지나치게 주관적이고, 작가의 내면이랍시고 그린 주제도 소재도 모를 작품들은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때에 그는 ‘소재’라는 것을 그림의 중요한 요소로 다시 끌어들이는데, 성조기, 미국지도, 알파벳, 숫자, 과녁 등 대중에 아주 익숙한 것들이긴 했지만 그의 작품으로 끌려 들어와서는 원래의 이미지를 잃고 시각적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왁스를 녹여 바르고 그 위에 유화로 그리는 납화(Encaustic Painting)라는 기법을 써서 마치 양초처럼 녹아 흘러내리는 듯한 질감을 냈다. 이는 작가의 감정만을 그린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대중적인 이미지만 그린 것도 아닌 것으로, 그는 시기적으로나 작품의 성격으로나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의 중간에 서 있다. 따라서 추상표현주의의 현대 미술정신을 이어받고 이후에 등장할 팝아트에 영향을 주었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으며 초고가의 가격을 받는 것으로 이해된다.


9. 파블로 피카소 - 누드와 푸른 잎사귀와 흉상 (1억 648만 달러. 한화 1117억 원)

이 그림은 피카소의 꿈과 마찬가지로 스물 여덟살 연하 애인인 마리 테레즈 월터를 그린 것으로 젊은 금발여성의 잠든 누드가 화면을 가로질러 있고 오른쪽 위에서 그 여인의 흉상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누드의 위로는 파릇파릇한 잎사귀가, 아래로는 붉은 빛의 사과가 그려져 여인의 몸을 더욱 생동감있고 감각적으로 보이게 한다. 꿈과 마찬가지로 월터의 그림을 노골적으로 그리던 1932년 전후에 그려진 것으로 그녀의 모습을 유화, 드로잉, 조각으로 미친듯이 표현해 내어 양으로나 작품성으로나 피카소의 전성기로 보는 시기이다. 그림이 완성된 직후 한 장의 사진이 당시 피카소의 상황을 말해주는데, 그는 벽에 걸린 마리 테레즈 월터의 그림 앞에서 당당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고 아내 올가의 초상화는 막 벽에서 떼어 낸 것처럼 이 그림 아래 바닥에 놓여있었다.



10. 앤디 워홀 - 실버 카 크래쉬(이중 참사) (1억 544만 달러. 한화 1106억)

앤디 워홀이 자동차 사고 사진으로 만든 카 크래시 시리즈로, 그는 가벼워 보이는 팝 이미지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죽음과 재난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작품은 신문에도 보도된 실제 자동차사고 현장 사진 여러 장을 반복해 실크 스크린 작업을 하고 그 위에 은색 스프레이물감을 뿌려 흐리고 끔찍한 느낌이 희석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했다. 그럼으로써 전체적으로는 추상화에 가까운 느낌을 주게 하여 관객들에게 심각한 현실에 대해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이것은 끔찍한 현실에 면역되어 있는 현대인들의 처지를 암시한 것이기도 했는데, 캔버스의 오른쪽에는 은색으로 넓게 칠해져 있는 실버 스크린 같은 면에 대비되어 끔직한 사고와 아름다운 인생의 이미지가 충돌하고 있다.



11. 파블로 피카소 - 파이프를 든 소년 (1억 417만 달러. 한화 1093억 원)

이 그림의 모델은 피카소가 몽마르트 언덕에서 자주 보던 가난한 소년으로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몇 차례에 걸쳐 스케치할 정도로 애착을 가졌는데, 처음에는 미완성인 채로 스튜디오에 걸어 두었다가 문학을 하는 친구들과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와서 그림의 바탕에 꽃을 그려 넣고 몽환적이고도 신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마침내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 그림은 존 헤이 휘트니 부부(미국 휘트니 미술관을 세운)가 스위스에서 3만 달러(약 3000만원)에 산 것으로 부부가 죽고 난 후 휘트니 재단의 소유가 되었는데, 재단 기금마련을 위해 경매에 나와 사상 최초로 1억 달러(1050억원)를 돌파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12. 알베르토 자코메티 - 걷는 남자 I (1억173만 달러. 한화 1067억 원)

이 작품은 같은 주물로 6점이나 있으며 아티스트 프루프라고 불리는 작가 소장용 에디션도 4점이나 존재하는 데 1억 달러가 넘는다는 것은 정말 뜻밖이다. 이 조각은 청동 주물작품으로 작가가 빚은 형상의 손맛이 살아 있어서 빚어 올리고 깎아 내고 주무르고 매만진 결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어린 시절 자란 알프스 산맥의 울퉁불퉁한 산과 계곡의 느낌에 전후 앙포르멜의 영향으로 거친 표면의 느낌이 형성되었을 것이며 이러한 표면과 형태는 돌이나 나무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두 번의 대전을 겪고 난 유럽인들의 피폐한 심신을 느낄수 있도록 하는데 일조한다. 원래 뉴욕 체이스 맨해튼 광장에 세울 공공미술조각으로 주문을 받은 군상 중 일부였으나 마흔 개의 걷는 남자를 만든 후 그 중 마음에 드는 걷는 남자1과 2만 작품으로 남기고 원래 계획했던 군상 프로젝트에서도 중도 하차해 정작 군상은 남지 않았다고 한다. 매수자인 여성 갑부 릴리 샤프라도 유명한데 네 번 결혼한 남편들 모두 세계적인 갑부로 그중 둘은 사망(화재사, 자살)하고 둘과는 이혼한 전력이 있고 그녀의 몬테카를로 저택은 2012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집(7763억 원)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돈 복이 끊이지 않는 여인으로 자코메티 경매 직전에도 러시아 부호와의 매매계약이 있었는데 이 러시아 부호가 금융위기로 잔금을 치르지 못해 계약금 572억 원을 공짜로 챙기기도 했다.


13. 앤디 워홀 - 여덟 개의 엘비스 (1억 달러. 한화 1049억 원)

전에 나왔던 실버 카 크래시를 만든 해에 만든 대중스타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앤디 워홀은 20세기 초의 피카소처럼 20세기 후반에 중요한 인물이다. 팝아트의 대표 주자로 코카콜라, 캠벨스프 깡통, 엘비스, 먼로 등 이미 널려있는 대중적인 이미지를 작품에 사용하였고 제작 방법도 기계처럼 찍어내는 실크 스크린 기법을 선호했다. “나는 사람들이 모두 기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계가 되고 싶다”라는 인터뷰에서의 그의 말은 매우 유명한데, 사람들은 매일 똑같은 일을 되풀이하며 살고 있으면서 왜 예술은 다른 것을 추구하길 바라느냐는 주장인 것이다.

 

 



14. 파블로 피카소 - 고양이와 있는 도라 마르 (9521만 달러. 한화 999억원)

도라 마르는 피카소의 또 다른 연인 마리 테레즈 월터와는 정반대되는 성격의 여성으로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로 괴팍한 면이 있었지만 지적이었고 무엇보다 피카소와 같은 스페인 사람으로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대였다. 반면에 쉽게 길들일 수 없는 여성이기도 했고. 그림에는 이러한 사정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데 마리 테레즈 월터의 초상화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얼굴은 일그러지고 몸은 각지고 모나며 손톱은 무서울 정도로 길고 날카롭다. 어깨에 있는 고양이나 개성 강한 모자 등이 그림 속 모델이 한 성격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고, 2차 세계대전의 시기와 겹치므로 그 영향도 분명 있었겠지만 한마디로 보기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피카소는 이 그림에 대해 “나에게 그녀는 우는 여자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그녀를 고통당하는 형태로 그렸다. 가학증 때문도 아니고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저 그녀 자체의 이미지가 이끄는 대로 그린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15. 구스타프 클림트 - 아델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 ll (8793만 달러. 한화 923억 원)

이전에 설명처럼 마리아 알트만이 오스트리아 정부를 상대로 반환받은 다섯 점의 그림 중 하나로, 오스트리아 정부와의 소송에서 알트만을 도운 크리스티 경매사측의 도움을 인연으로 이 다섯 점은 모두 크리스티 측을 통해 경매로 팔린다. 이후에 알트만을 비롯한 바우어의 후손들이 클림트의 걸작 다섯 점을 팔아 큰 돈을 벌자 이들을 비난하는 여론이 일었는데 클림트 역시 생전에 자신이 죽으면 이 그림들이 빈의 미술관으로 보내졌으면 좋겠다는 말 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자신의 가족과 유대인들에게 닥칠 비극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시기에 한 말이었고, 오스트리아 정부가 클림트나 그의 가족, 친구들에게 저지른 만행을 보았다면 클림트의 태도 역시 180도 달랐을 것이다. 알트만과 변호인 측은 영리하게도 ‘유족 대 오스트리아 정부’가 아닌 ‘유대인 대 오스트리아 정부’의 구도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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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마크 로스코 - 오렌지, 레드, 옐로. (8688만 달러. 한화 911억 원)

현대 미술에서는 키치와 서블라임이라는 개념이 종종 나온다. 키치는 보통 유치하고 질 낮은 이미지를 뜻하고 서블라임은 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람이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를 재현한 듯한 예술을 뜻한다. 평론가 클레멘테 그린버그가 그의 에세이

<아방가르드와 키치>에서 명확히 정리한 개념인데 그가 말한 모던아트의 기준에 정확히 들어맞는 그림이 바로 이 작품으로 생각된다. 숭고미를 대변하는, 뻔히 보이는 외부세계에 대한 재현을 완전히 접고 온전히 시각예술의 본질인 색에만 의존한 이 작품은 다른 로스코의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경매기록을 계속해서 깰 가능성이 매우 높다.

 



17. 프랜시스 베이컨 - 삼부작 (8628만 달러. 한화 905억 원)

베이컨의 그림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예쁘거나 편하지는 않지만 주제가 심오하고 문학적, 철학적인 면이 있다. 삼부작은 이러한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각종 유명 전시를 통해 충분히 검증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베이컨의 작품답게 한눈에 들어오지 않고 맘이 불편한 것이 특히 정도가 심하다. 형식도 캔버스 세 점을 이어 붙인 삼부작은 중세 유럽의 종교화에서 즐겨 쓰인 방식(트립틱. Triptych)이고 소재도 고대 그리스의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포박된 프로메테우스>와 <오레스테리아>에서 따온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패널은 프로메테우스가 형벌을 받는 이야기로 얼굴에서는 피가 흐르고 모리가 없는 나체의 사람이 새에게 간을 조여 먹히고 있다. 세 번째 패널은 그리스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아내인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살해당하고 이들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의 복수로 어머니를 죽이며, 오레스테스는 어머니를 살해한 죄로 복수의 여신들에게 고통을 당하는, 복수가 복수를 낳는 비극을 표현한 것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구단주였던 아브라모비치가 구매자이다.


18. 바넷 뉴먼 - 블랙 파이어 I (8416만 달러. 한화 993억 원)

캔버스에 다른 요소 없이 검은 면과 선 하나만 있는 스타일에서 알 수 있듯이 뉴먼은 추상 표현주의 중에서도 색면 추상 화가이다. 뉴먼은 다른 색면 추상화가들 처럼 형상과 색상의 사용을 자제했는데 특히 색을 극도로 아껴서 사용한 화가이다. 그는 캔버스 위아래를 수직으로 지르는 선을 그려 넣어 캔버스를 꽉 차 보이도록 하고 이 수직선을 지퍼라고 불렀는데, 이 작품이 그의 지퍼 시리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크기가 213.3cm × 289.5cm로 매우 크며 20세기 초반 여성적이고 장식적인 유럽의 작품들과 대조적으로 남성적이며 미국적 특성을 상징한다.


19. 빈센트 반 고흐 - 의사 가셰의 초상 (8250만 달러. 한화 866억 원)

이 그림은 고흐가 사망한 1890년에 완성되는데 그는 오베르에서 인생의 마지막 두 달을 살며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려 무려 여든 점의 작품을 남긴다. 그 중에 가셰 박사의 초상 두 점이 포함되는데 한 점은 오르세 미술관에, 나머지 한 점은 개인 컬렉터가 소장해왔는데 개인 콜렉터의 것이 경매에 나온 이 작품이다. 이 그림의 구도는 오르세의 것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색감이 더 정열적이고 배경에 보이는 붓의 나선형 움직임이 더 역동적이고 강렬하다. 1990년 일본의 료에이 사이토가 구매했을 때의 가격으로 이후 회사의 자금난으로 스위스의 어느 컬렉터에게 판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그림이 다시 경매에 나온다면 다시 1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20. 프랜시스 베이컨 - 존 에드워드 초상 습작 삼부작 (8080만 달러. 한화 848억 원)

이전의 루치안 초상 삼부작이나 삼부작과 함께 그의 대표적인 삼부작이지만 이전의 두 삼부작에 비하면 파스텔톤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온화하고 왜곡된 얼굴도 비교적 표정이 차분하고 따듯한 느낌이다. 베이컨에게는 원래 조지 다이어라는 동성의 연인이자 인생의 동반자가 있었는데 71년에 자살하여 그는 슬픔과 자책감에 어둡고 절망이 깃든 작품들을 그려왔다. 그러다가 존 에드워즈라는 술집 매니저를 만나 아버지와 아들과도 같은 친구사이로 가까이 지내면서 그림의 스타일이 부드럽고 조금은 편안하게 변화하게 된다. 이 작품은 아시아 컬렉터가 구매했는데 2001년 47억 원에 팔린 것에 비하면 13년 만에 열 여덟 배의 가격상승이 있었다.


 

21. 클로드 모네 - 수련 연못 (8047만 달러. 한화 844억 원)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인상파라는 이름이 그의 그림 <인상, 해돋이>라는 작품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클로드 모네는 인상파의 대표 화가로 내세우기 가장 적격인 인물이다(르누아르는 나중에 인상파 그룹전에서 빠지고, 마네는 정작 자신을 인상파라 생각하지 않은 점에서 더욱 그렇다). 피사로처럼 죽을 때까지 가난에 시달린 인상파 작가에 비해 모네는 르누아르와 함께 비교적 일찍 명성을 얻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모네는 정원 꾸미는 것을 그림 그리는 것만큼 좋아해서 자기 집 앞까지 강물을 끌어 연못정원을 만들고 정원 관리사까지 두어 그곳에서 수백 점의 수련을 그렸다. 이 수많은 수련 그림들은 질적인 차이가 크게 나는데 그 중 이 작품은 그림 자체의 뛰어남은 물론이고 사인과 제작 연도까지 직접 적어 넣었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크다.


 

22. 재스퍼 존스 - 부정 출발 (8000만 달러. 한화 839억 원)

드림웍스의 공동 설립자인 데이비드 게펜은 다른 많은 작품들과 함께 이 작품의 소유주였으나 시카고의 헤지펀드 거물 케네스 그리핀에게 이 작품을 판다. 3조 2천억의 자산가 그리핀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미술관을 운영하기도 하며 명문 예술학교인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의 강력한 후원자이다. 이 그림은 파랑, 노랑, 빨강, 오렌지 등의 원색을 즉흥적으로 칠한 느낌의 추상화로 그림 곳곳에 BLUE, ORANGE, RED, YELLOW 등의 단어가, 그 단어와 일치하지 않는 색깔로 쓰여져 있다. 그리하여 캔버스의 이미지가 무엇을 그렸는지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글자들 역시 그 단어가 지칭하는 의미는 상실한 채 그저 시각적 이미지로서 존재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제스퍼 존스는 추상 표현주의와 팝아트 중간에 서 있으며, 미국의 현대 미술이 추상 표현주의 이후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문을 열어주었다.

 

23. 앤디 워홀 - 마릴린 먼로 (8000만 달러. 한화 839억 원)

워홀은 마릴린 먼로 시리즈를 다섯 점 만들었는데 이것과 똑같은 이미지에 붉은색, 오렌지색, 연청색, 진한 청색으로 색깔만 다른 것으로, 그 중 네 점은 총에 맞아 구멍이 뚫렸다. 작품들이 막 완성된 64년의 어느 날 워홀의 친구인 여성 행위 예술가 도로시 파드버가 스튜디오에 와서 이 먼로 시리즈들을 보고 “저기에 총을 쏴도(Shoot) 될까?”하고 물었는데 워홀은 사진을 찍어도(Shoot) 되느냐는 말로 알아듣고 허락해주었다. 그녀는 지갑에서 소형 권총을 꺼내 총을 쐈고 청록색 먼로를 제외한 네 작품에 구멍이 뚫리는데, 이 네 점은 “THE Shot Marilyn”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해져 모두 유명 컬렉터에게 소장되었고, 온전한 채 하나 남은 청록색 먼로는 이것들보다 더욱 가치가 올라간다.

 

24. 파블로 피카소 - 비둘기를 안고 있는 아이 (7923만 달러. 한화 831억 원)

이 그림을 그린 1901년은 피카소에게 매우 중요한 해로 청색 톤으로 가난한 파리 뒷골목의 쓸쓸한 인생들을 그린 이른바 청색시대가 시작된 해이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청색시대에 이르러 처음으로 자신만의 뚜렷한 스타일을 갖기 시작했고, 모두 우울한 느낌을 주는데 스무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미 삶과 죽음의 깊이를 인물 속에 담아낼 수 있을 만큼 예술적으로 성숙하게 된다. 이 그림에서 가녀린 소녀는 다칠세라 조심스럽게 비둘기를 안고 있는데 그 모습이 애틋하고 외로워 보이긴 하나 사랑스럽다. 영국에서 40년 이상 전시되던 이 작품은 카타르 미술관 위원회에 팔리게 되는데 영국 언론과 미술계는 이 작품을 지키고자 자금력 있는 컬렉터나 기관을 찾았지만 결국 팔리게 된다.


25. 티치아노 베첼리오 - 다이아나와 악타이온 (7841만 달러. 한화 823억 원)

티치아노의 그림은 동시대 화가인 다빈치나 라파엘로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모던한 면이 있다. 마네가 패러디해 그린 <우르비노의 비너스>같은 초상도 많고 후년에는 성경이나 신화 속 이야기를 많이 그렸다. 티치아노의 대표작중 하나인 이 작품은 필리페 2세의 주문으로 그린 것으로 2002년 런던 국립미술관과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이 7841만 달러에 공동구매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 나오는 순결의 여신 다이아나의 에피소드를 극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젊고 잘생긴 사냥의 신 악타이온이 사냥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다이아나가 목욕하는 장면을 보게 되고, 알몸을 보인 것에 분개한 다이아나는 악타이온을 사슴으로 변하게 하여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사냥개들에게 잡아먹히는 이야기이다. 티치아노는 이 에피소드를 소재로 여섯 점의 작품을 그렸는데 그중 다이아나와 칼리스토는 이 그림과 짝을 이루는 그림이다.

 

26.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물랭 드 라 갈레트 (8710만 달러. 한화 819억 원)

르느와르의 대표작이자 인상파의 대표작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으로, 오르세에 있는 비슷한 이름의 작품과 거의 똑같은 작품이다. 다만 오르세의 것이 이 그림보다 훨씬 크고 더 또렷하므로 보통 이 그림을 습작처럼 먼저 그린 뒤 오르세의 것을 그렸다고 추측한다(제목도 오르세의 것은 무도회Bal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존 헤이 휘트니 부부가 소장하던 것으로 의사 가셰의 초상을 샀었던 일본인 기업가 료에이 사이토에게 매각된다. 이 그림은 파리의 가장 유명한 무도회장의 평범한 일요일 오후를 묘사한 것으로 개개인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리는 대신 여유롭고 행복해 보이는 무도회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스케치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같은 앙플레네르(En Plein Air. =In the Open Air)라 해도 모네는 강물과 연못으로 나갔다면, 르누아르는 파리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갔다.

 

27. 피터 폴 루벤스 - 유아 대학살 (7700만 달러. 한화 808억 원)

루벤스는 바로크 시대 플랑드르 지역을 대표하는 화가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한 덕에 미켈란젤로, 틴토레토, 카라바조 같은 대가들의 영향으로 인체 표현에 탁월했다. 르네상스 화가들은 모든 부분의 명암이 비슷하도록 중간톤으로 그렸기 때문에 그림 속 사물들이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루벤스의 그림에는 빛의 밝고 어두운 부분이 선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극적으로 표현되고 색감은 아주 풍부하다. 헤롯왕의 무자비한 유아 대학살 장면을 그린 것으로 1700년 무렵 리히텐슈타인의 군주에게 들어가는 과정에서 루벤스의 제자 얀 반 회케의 작품으로 잘못 기록되어 2001년까지 전해져오다가 소더비의 플랑드르 회화 담당 전문가인 조지 고든에 의해 루벤스의 것으로 밝혀져 250년 만에 원작자를 다시 찾게 된다.

 

28. 마크 로스코 - 넘버 1 (로얄 레드와 블루) (7512만 달러. 한화 788억 원)

로스코는 붉은 계열이나 따뜻한 색을 좋아했는데 이 작품에서는 붉은 톤과 대비를 이루는 파란 띠가 그림 하단에 들어가 무게를 잡고 있다. 이 작품을 비롯해 로스코의 대표작들은 크기가 엄청나게 큰데 그는 큰 그림이 작은 그림에 비해 더 친밀하고 인간적이라고 생각했다. 작은 그림을 그릴 때는 작가가 한 발짝 떨어져서 창문으로 들려다보는 것 같지만, 큰 그림을 그릴 때는 작가가 그 그림속으로 들어간다고 말하며, 관객의 입장에서도 그러하다고 말한 바 있다.

 


29. 마크 로스코 - 화이트 센터 (7284만 달러. 한화 764억 원)

로스코의 정사각형 모양의 색면 추상을 쌓아 올린 추상화는 그의 대표적인 스타일로, 그 이전까지는 여러 스타일의 추상화를 시도하다가 1950년에 이런 스타일을 완성했다. 따라서 이 작품이 그려진 1950년은 로스코에게 중요한 시기이다. 이 작품은 릴리 블리스(미국의 중요한 여성 컬렉터)의 조카딸이 소장하던 것을 록펠러의 손자가 구매해 록펠러 가문이 소장하던 것으로, 미국 현대 미술사에서 중요한 미술 컬렉터 집안을 둘이나 거쳤듯 소장기록이 매우 좋으며 역시 전시 기록 또한 좋다.

 

30. 앤디 워홀 - 그린 카 크래시(녹색의 불타는 자동차) (7172만 달러. 한화 752억 원)

이 작품은 <실버 카 크래시>처럼 실제 일어난 자동차 사고 사진을 실크 스크린으로 여러 번 반복해 찍어서 이미지를 흐릿하게 만든 것이다. 63년 시애틀의 한 시골길에서 교통사고로 23살의 남성이 전봇대를 들이박고 충격으로 튕겨져 나와 전봇대의 못에 걸렸다. 언뜻 보면 무슨 이미지인지 알 수가 없으며 초록색 이미지가 반복되는 패턴 때문에 오히려 장식성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뒤집어진 채 불타는 자동차와 솟구치는 연기는 물론 전봇대에 걸려 목이 푹 꺾인 운전자의 모습까지 또렷이 보이고 심지어 사고현장 뒤로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가는 보행자까지도 보인다. 마을의 한 쪽 편에서는 불지옥이 진행중이지만 다른 쪽에서는 마을의 평범함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무서우면서도 당연한 모습이다.

 

31. 한스 홀바인 - 다름슈타트의 성모 (7151만 달러. 한화 750억 원)

한스 홀바인은 독일 르네상스 화가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으로 세부적인 사실묘사에 능하면서도 이탈리아 화가들처럼 인물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줄 알았고 색감과 화면 구성도 뛰어났다. 독일의 르네상스 미술은 홀바인이 시작하고 끝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유주였던 헤센 주의 영주집안의 도나투스 왕자는 여러 악재와 상속세로 급하게 큰돈이 필요했으나 수출이 법으로 금지된 예술품이라 독일내에서 팔수밖에 없었고, 그리하여 감정가가 1억2000만 달러(한화 1259억 원)에 달했던 이 작품을 5000만 유로(750억 원)에 팔 수 밖에 없었다.



32. 빈센트 반 고흐 - 턱수염이 없는 자화상 (8150만 달러. 한화 750억 원)

이 작품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고흐의 마지막 초상화라는 사실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의 일흔 번 째 생일을 맞은 어머니께 보내는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생일을 제때 챙기지 못해 죄송하다며 어떤 작품보다 잘 그린 자화상을 보내겠다고 약속했으며, 자화상이 완성되자 보내기 전에 테오에게 습작 네 점과 자화상을 보낼 테니 어머니와 누이동생에게 전하라며 편지를 쓴다. 수염을 기른 대부분의 자화상과는 달리 말끔하게 면도를 한 자화상에서 어머니께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죽음을 9개월 앞둔 그의 모습은 쓸쓸해 보인다.




33. 티치아노 베첼리노 - 다이아나와 칼리스토 (7119만 달러. 한화 746억 원)

앞에 나온 티치아노의 <다이아나와 악타이온>과 짝을 이루는 작품으로 런던 국립 미술관과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이 공동 구매했다. 루치안 프로이트는 짝을 이루는 이 두 그림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34. 티치아노 베첼리오 - 알폰소 다발로스 후작의 초상 (7000만 달러. 한화 734억 원)

티치아노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독보적인 화가였고 그 명성은 초상화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교황, 왕, 귀족, 외교관, 군인 등 당시 최고위층 인사들과 부호에게 인기있는 특급 초상화가였다. 그림의 이 후작은 군인이자 시인이면서 예술 후원가였으며 위엄이 느껴지는 동시에 지적이면서 매력적이기까지 하다. 이 작품은 여러 개인 소장가의 손을 거쳐 프랑스 보험사인 악사(AXA)가 소유하고 있다가 게티미술관에 팔린다.


 

35. 치바이스 - 송백고립도 전서사언련 (6984 달러. 한화 732억 원)

치바이스가 남긴 작품은 최소 만점에서 최대 만 오천점으로 알려져 있는데 <송백고립도 전서사언련>은 그가 여든 넘어 완성한 작품으로 장체스의 예순살 생일 선물로 양옆에 ‘인생장수’ ‘천하태평’이라고 써서 주었다는 그림이다. 중국의 1위 경매사인 자더에서 732억에 거래되며 그 해의 최고 거래가 작품이었으나 경매직후 위작논란에 휩싸이며 낙찰자가 대금 지급을 거부했다. 뉴욕 타임즈에 의하면 93년 이후 경매에 나온 그의 작품 수가 만 팔천점으로 그가 남긴 작품수가 최대 만 오천점이고 대략 삼천점이 박물관에 있다고 하는데 그 수를 넘어선다. 고가의 작가이고 작품수가 많다보니 위작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근대 수묵화가 중에서 치바이스齐百石와 리커란李克兰은 가장 인기 있는 고가의 투 톱 작가라 말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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