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보기/詩의 翅

벚꽃 핀 술잔 -함성호

레이지 데이지 2010. 4. 21. 02:15

마음에 대한 보고서3-감사에 대하여/ 박찬일

 


범사에 감사하라...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8절 말씀. 이것은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많이들 좋아한다. 범사에 감사하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음이 편안하면 남들보다 오래 사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마음을 편하게 잡수시지요, 라고 말하는 의사 선생님들. 의사 선생님들이 누구신가. 한마디로, 감사하면 좋은 것이다. 감사하지 않으면 안 좋다. 일찍 죽을 수 있으니 손해만 본다.

 

원수도 사랑하면 좋다. 원수보다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 시집 「나비를 보는 고통」 (문학과지성사,1999)

 

 

*******************************

 

 

벚꽃 핀 술잔 / 함성호

 


마셔, 너 같은 년 처음 봐

이년아 치마 좀 내리고, 말끝마다

그렇지 않아요? 라는 말 좀 그만 해

내가 왜 화대 내고 네년 시중을 들어야 하는지

나도 한시름 덜려고 와서는 이게 무슨 봉변이야

미친년

나도 생이 슬퍼서 우는 놈이야

니가 작부ㄴ지 내가 작부ㄴ지

술이나 쳐봐, 아까부터 자꾸 흐드러진 꽃잎만 술잔에 그득해

귀찮아 죽겠어, 입가에 묻은 꽃잎이나 털고 말해

아무 아픔도 없이 우리 그냥 위만 버렸으면

꽃 다 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게

니는 니가 좀 따라 마셔

잔 비면 눈 똑바로 뜨고 쳐다보지 말고

술보다 독한 게 인생이라고?

뽕짝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네

술이나 쳐

또 봄이잖니  

 


- 시집『너무 아름다운 병』(문학과지성사, 2001)

 

 

DiDi 가 보내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