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 인해 나는 스스로
춥고 서늘하고 썰렁했다.하늘이 내게로 와 온통 초록으로 한다.
어디로 가는줄도 모르고
여기까지 오는데 마흔 아홉해가 걸렸구나
선승들도 그랬을거다
남설악이 다 들어가고도 남는 그리움때문에
이 큰 잣나무 밑동에 기대어
서캐를 잡듯 마음을 죽이거나
저 물소리 서러워 용두질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슬픔엔들 등급이 없으랴
서울로 돌아온
2월27일 날씨 맑음
아무도 없는 누구도 나를 지둘려 주지 않은집에 들어설려고
대문앞에서 한참을 헤맨다.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몰라 여행 가방을 모조리 쏵 꺼내어 뒤진다.
한 달을 혼자 둔 살림살이들이 냉정하게 있기에 얼른 난방을 켜고...
먼저 빨래 돌리며, 집안을 세번씩 딱아내며 윤을 주며 광을 낸다.
집안에 갇혀 있던 화분들을 베란다에 내 놓고 갈증을 풀라고
엄청난 물을 숨 막히도록 준다. 오히려 얘들을 익사하지 않을까 염려하며
대강 집정리를하고 오후에 있는 중국어 수업을 갈까말까 망설인다
냉장고를 채워야 할 것 같아서 주섬 주섬 나가려다 엄마에게 전활 드린다.
엄마는 동생집에 맡겨 놓았는데...당장 오시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거동이 불편하여...
이따가 모시려 간다구 하니 성화가 이만저만이라...
무슨 몇년 떨어진 모녀상봉도 아닌데...어찌어찌하여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온듯 밤11시쯤 꼬부라져 잠들었는데...
파리에서 길을 헤매는 꿈-그 와중에 잃어버린 배낭을 찾다가 -벌떡 일어나서
여기가 어딘가 잠시 헤갈려 하다가 따뜻한 집이다. 안심을 한다.
짐을 풀고 정리를 시작할려구 방안에 너절하게 늘어놓았더니 아침이다.
28일
오전에 중국어 수업이 있기에 참석하고, 수요장에 들러서 약간의 장을 보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 왔다.
졸음이 보따리 풀어 놓은듯 펼쳐지기에 잠시 누웠는데 ...저녁 할 시간이다.
어둑어둑 축축한 것이 유럽이 생각나서
양상치하구 버섯하구 제비살-꼭 대패로 밀어낸듯한 동글동글 말린것이 달팽이가 연상되어
잠시 여행중 대화가 연상되어 혼자 웃는다.
잠 잘때 버릇- 잠버릇 얘기가 나왔을때이다.
약간의 코골기, 이갈기, 온갖 자세를 다 취하며 잠자기, 달팽이처럼 몸을 둥글게 구부려 잠자기
심지어는 여럿이 같이자야하는 좁은 공간에 습관적으로 본래대로 만세 부르며 잠자기.
그때 그 당시에는 심각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냥 조금 이해 했어도 조용이 넘어가는 문제도 아닌 문제였었는데,
아직도 제자리 갈곳 못찾고있는 짐도 너저분하게 펼쳐져 있는데 잠이와서 .....
초저녁에 깊이 잠에 빠졌다.
다시 길을 헤매는 심한 조바심에 큰소리를 칠려구 보니 밤 2시반이 넘구 있다...
3월1일 흐림
휴일이라 중국어 수업도 없고 아무일이 없을듯 싶었는데...
절대 입에 대지 않겠다는 술을 막걸리에서 소주 백세주꺼정 먹고 총알택시타고
따뜻한 집으로 허겁지겁 돌아왔다. 피오나로 변할까봐
분명 기절하구 잤는데......
가슴도 답답하고, 심장도 뛴다. 지은 죄가 있는게야...분명 있는게야... 내 탓이야.
2일 어둡고 빗방울이 날리고변덕이 파리같다.
낮에 바쁘면 밤에 푹 잠잘것 같아서 일부러 봄맞이 대청소 하듯
묵은 옷 꺼내 손빨래하구 책도 보구 금요 드라마꺼정 보고
허리를 쭉 펴고 잠을 잔다.
이번에는 무슨 아무개 산으로 간다.
낙오가 되어 부리나케 좇아가도 제자리에서
맴을 돌고 있기에................................
뭔가 어떻게 할 요령을 찾다가 깨니 역시....
K2를 다녀 온 것도 아닌데.....
왜 이케 힘들어 하는지...
다른 누구보다도 재미있게 즐겁게 너무나 잽싸게 적응하며
살찐 박쥐처럼 지냈는데.....
말이 많았구나 돌아가자 여기서 백날을 뒹군들 니 마음이 절간이라고 선림은 등을 떼밀며 문을 닫는데 깨어진 부도에서 떨어지는 뼛 가루 같은 햇살이나 몇 됫박 얻어쓰고 나는 저 세간의 무림으로 돌아가네 그렇다. 그 낯설음속에서 내가 뒤집어 쓴 몇 되박의 좌충우돌 실수여도, 진실된 심정으로 내가 껴안고 가야하는 내추억들의 파편이다. 메모장을 하나하나 찬찬이 넘겨 보자. 여행은 여행일뿐이라고 세상이 나를 등밀어 일상속으로 넣으면 푸코의추처럼 운행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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