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보기/그림들

담원 김창배

레이지 데이지 2012. 7. 16. 19:28

 

세상만사를 백팔번뇌에 비유하고 그의 시작이기도 끝이기도 한 마음자리를 다스리고 찾아가는 길, 禪行이라 한다. 빈 화선지위에 요란하게 펼쳐진 형상들에 현혹되는 것보다 그것을 한 몸에서 풀어낸, 붓을 잡은 이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치와 닮아있다. 바로 禪畵를 그리는 화가의 마음이 곧 禪行인 것이다.

 

 

무위자연, 있는 모습 그대로에서 평온과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 스승은 멀리 있지 않았다. 사색의 여유를 건네주는 두마리의 백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禪行의 시작이요, 그들을 느끼는 것이 禪行의 진행인 것이다. 

 

오늘 그가 그리는 한 폭의 淸貧樂圖는 곧 淸貧樂道의 실천인 셈이다.

 <화가의 갤러리에서...>

 

潭園 金昌培는  

東國大學校 敎育大學院 美術敎育科 와 藝苑藝術大學校 文化藝術大學院을 卒業, 碩士學位를 받았다. <論文-茶와 繪畵 茶文化에 대한 硏究 - 茶그림> ,韓國畵의 大家 1인자 錦秋 李南浩 畵伯으로부터 師事받기도 한 그는, 29회의 개인전과 100여차례 국내외 단체 및 초대전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인사동에서 '담원차teaart 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며, 大學 등에 出講 後學 養誠하고 있다.

담원은 그것을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작가이기에 그가 전하는 禪行圖는 친근하게 다가온다.

"천진난만한 꼬마스님 깜찍하게도 큰돌 마음대로 몰고 다니네

 기러기 나는 산사 피리소리 산모퉁이 돌아가네"

 

자기 몸집보다 훨씬 큰 둥근 바위에 올라앉은 동승은 세상을 다 얻은 듯 무념무상에 취해 있다. 그나마 남았던 잡념의 끝자락은 기러기 꼬리에 매여져 실려 간다. 아마도 둥근 바위는 심미안으로 그려낸 피안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렇듯 담원의 그림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단순히 스님들의 행적도를 그려내는데 그치지 않고 음미할 수 있는 상징성이 함께 한다. 화면 가득히 다양하게 펼쳐지는 靜中動의 미묘한 조화가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오늘은 큰 스님과 백로 보러 가는 날

수행자에게 영원한 거처가 어디 있는가

잠시 머물러 있는 것이다"

 

세그루의 古松 아래 찻물이 끓는 줄도 모른채 참선의 삼매경에 빠져있다.

사사로운 잡념을 버리고 어느 화두 하나에 그리도 몰두하고 계신지....

은은한 스님의 들숨날숨엔 오로지 여린 솔잎 초리향만이 허락된 듯 고요함이 퍼져

있다.

담원 김창배의 禪畵에는 깨달음을 향한 명상법이 스며있다.

담묵의 부드러움과 속도감 있는 건필의 기운이 화면을 균형있게 조율한다.

쉼없이 깊은 여백은 그냥 빈 공간이 아니다. 산만한 마음자리를 정리라도 하는 듯

애욕과 집착의 미련을 감싸안고 있다.

 

먹은 또 다른 禪이기도 하다. 먹은 붓을 통해 검은 한 몸으로 수없이 다양한 얼굴을 내보인다.강함과 부드러움, 뭉침과 흩어짐, 젖고 마름, 분출과 포용....

그러나 그것은 결국 한 붓에서 나온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깔끔한 수묵담채화
은은한 색과 먹이 어우러진 수묵담채화.

 

 

 

 

 

 

 

 

 

 

 

 

산가춘방도 2004년 봄 한지 수묵담채 담원 김창배 글그림

 

 

 

'손으로 만져보기 > 그림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필용- 흐르는 물과 달빛매화  (0) 2012.08.31
서양미술사 산책  (0) 2012.08.30
세한도-歲寒圖  (0) 2012.07.06
이인성  (0) 2012.06.29
[스크랩] [그리스] 델피 박물관 (Delphi Museum)  (0) 201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