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청계천에 나갔다.
노란리본에 그리고....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에 빠졌다.
그녀는 정애경.
닉이 바다비.
...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손광성씨 수필이 너무 좋아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손광성 - 바다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바다는 굳지도 않으며 풍화되지도 않는다
전신주를 세우지 않으며 철로가 지나가게 하지 않으며 나무가 뿌리를 내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품안에 진주조개를 품고 식인상어를 키우더라도 채송화 한 송이도 그 위에서는 피어나지 못한다
칼로 허리를 찔러도 금새 아물고 군함이 지나가도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바다는 무엇에 의해서도 손상되는 법이 없다. 사람들이 국경선을 긋지만 지도 위에서
일 뿐이다. 무적함대를 삼키고도 트림조차 하지 않았다 어떤 지배도 인정할 수 없는 바다는 무엇에 대한 자신의 군림도 원치 않는다
그는 항상 낮은 곳에 머물며 모든 것을 평등의 수평선 위에서 출발하기를 바란다 바다는 기록을 비웃으며 역사를 삼킨다. 땅은 영웅들의 기념비로 더럽혀졌지만 아직 바다는 그런 것들에 의해 오염되지 않았다
어부들은 그물을 던지지만 고기를 넘겨줄 뿐 바다는 언제나 그물 밖에 있다
바다는 언제나 뒤척이고 한숨짓고 몸부림친다. 상승과 추락, 승리와 패배, 욕망과 좌절 그 두사이를 일상의 우리들처럼 반복한다
밤마다 고민하는 도스토옙스키의 바다
바다는 자신을 꾸미지 않는다. 가식과 허세를 장식하지 않으며 가면을 벗고 순수를 드러낸다. 자신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알몸인것처럼 그 앞에서는 사람들도 그렇게 하기를 바란다
우리를 흥건히 적시는 끈끈한 체취, 햇빛에 번득이는 윤택한 피부, 그리고 언제나 출렁이는 풍만한 젖가슴 한번도 손상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또 그러할 저 관능의 출렁임이 언제나 우리를 부른다
육지가 끝나는 곳에서 바다는 시작한다
바다는 또 다른 세계를 향한 길이요 가능성이다
가르치기를 거부하는 태초의 말씀이요 얼굴을 가린 종교이다
그의 길고 푸른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는 우리의 눈물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 것인가를 안다. 더는 갈 곳이 없는 도망자들이 찾아가고 더는 살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들이 찾아가고 까닭없이 답답할 때 우리가 찾아가는 바다
바다는 물 한 모금 주지 않고도 우리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우리들의 수척한 어깨를 그의 부드러운 어깨로 감싸안는다. 삶에 대한 회의 앞에선 바위에 부딪치는 파도로 대답하고 사랑에 대한 의문 앞에선 퍼렇게 멍든 가슴을 헤쳐 보이다가도 그리움 앞에선 아득한 수평선으로 물러나 가느다랗게 실눈을 뜬다
사람보다 먼저 취하고 사람보다 먼저 깨는슬픔의 눈물만이 아니라 기쁨의 눈물까지를 함께하는 그는 모든 만과 항구와 운하를 가득 채우고도 오히려 넘친다.
때로는 맹수처럼 포효하고 때로는 절벽같은 해일이 되어 인간의 노작들을 한순간에 쓸어버리지만 그것은 악의에서라기보다인간이 자랑하는 그런 것들이 얼마나 공허하며 또 얼마나 사소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깊이도 무게도 잴 수 없는 하나의 물방울이면서 모든 물방울인 바다
어린아이의 조그만 손에 의해서도 가끔 가볍게 들릴 줄 아는 꿈과 환상을 함께한 동심의 바다, 그러나 영리한 바보들은 그것을 모른다
일곱살 때 내가 본 최초의 바다는 하나의 경이였다
스물이 되었을 때 바다는 어느새 늘 함께하고 싶은 갈망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이제 노년의 고갯마루에서 지금 나는 다시 나의 바다를 본다
바다는 그의 젊음으로 내 나이를 지우고 그의 커다란 눈물 속에 나의 작은 눈물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마침내 바다는 그의 품 안에 나의 존재마저 말없이 보듬는다....
그녀의 죽음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이유는 1주기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시간에 그녀는 내 마음속에 살았다.
(조계사)
조계사 대웅전앞에 있는 450년된 회화나무의 기를 받으며 우리는 염원을 했다.
현실에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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