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間)에서 엿보기/난민처럼 떠나는 여행

난민커녕 ..호사스런 여행막바지에서

레이지 데이지 2009. 9. 6. 10:40

저녁에 들어와 교수님에게

낼부터 바쁘게 다녀야 하니  식사준비에서 빠졌으면 한다고 하니

모든 사람들 표정이 표독해 지는 것을 느낀다.

눈 화살이 가슴에 와 박힌다. 고슴도치가 되어 이대로 쓰러지지 않으리...

어짜피 점심과 저녁은 각자 해결해야만 하는 것이지만...........

그래 이왕 하는 것 돌아 갈 때까지 최선을 하자.


파리 둘째 날  2월 23일 금요일 흐림


루브르-오랑주르-앵발리드-로댕-개선문-에펠탑

이렇게 다녀 볼 예정으로 서둘러 아침을 먹고 일찍 나왔다.


루브르은  원래 성의 일부이었음을 알리려고  지하에는 고성 일부가 남아 있다.

이집트관, 앗시리아관 같이 연결되어 있어 들어가는 분위기가 좋다.

한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볼려는 욕심을 내지 않게

일단 3층 에 올라가 모나리자와 유화 그림들을 보는데 엊그제 베르사이유에서

보았던 황제 즉위하는 장면 똑같은 커다란 그림이 또 걸려 있다.

공간 이동일까, 여러 가지 궁금해 하고 있는데 마침 옆에서 한 가이드가

이 그림에 대해 설명하는데, 슬쩍 엿듣는다.

그림을 요구한 사람이 같은 그림을 4점을 요구했는데

2점만 완성 되었을 때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되어 나머지 2점은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때 그 당시에는 화가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고

도제처럼 유명화가 밑에 수습생들이 있어 완성된 그림들을 모사한 것은 아닌가 추측한다.


그림책에서 보았던 여러 그림들을 직접 와서 보는 감동에 빠져

내려오는데 중간층에 승리의 여신 상 ‘니케아’ 가 당당하게 서 있다.

헬레니즘 조소미술의 백미라고 하는데,

얼굴도 팔도 없이 날개만 있고 지지하고 서 있는 돌덩이는...

무슨 근거로 니케아일까.

그녀의 신전에서 가져 왔다고...

어쨌든 그 당당함이 승리하는 ‘나이키’임을 증명하는 듯하다.

밀로의 비너스나, 모나리자를 봤을 경우 실망감을 일순에 가셔 준다.

어쩜 딛고 있는 저 화강암 돌뎅이는 핵잠수함이 아니 런지...

그래서 보는 이의 가슴에 지어지지 않는 상처 아닌 상처 

핵으로 지진듯한 감동을 남겨주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이 왜 루브루에 있는 것인지...

그리스 로마에는 무엇이 남아 있을까..

텅 비워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콩코드광장은 가고 싶지 않다. 그 곳에 있는 오벨리스크탑이

콩코드에서 파리의 비와 먼지를 쓰고 있었야 하는지 이해 못한다.

속으로 격분하며 내려와 함무라비 법전을 보았을 때에는 거의 광분에

이르게 되었다. 그 반짝이는 까만 돌덩이를 직면 했을 때에는...


우리나라 강화도 서고 강탈사건이 생각나고 흔히 말하는 직지심경요결까지

생각난다. 이곳에 비싼 입장료를 주고 바글대며 봐야 하는 문화재들은

프랑스가 제국주의 강병 정책으로 끌어다 모은 다른 약소국들 문화인데....

스페인은 자기들 고유문화를 강조하는데 프랑스는 자기나라가 아닌

강제로 모아온 문화를 제 것인양 하니 쓸개 빠진 짓이다.

문화 도둑놈들... 남의 나라 정신을 유폐하는 ...

진정하고 2차대전시 독일 폭격에서 지켜낸 공로를 생각 하면서....


다시 Hammurabi  본다.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는 이렇게 규약을 정해야만 할 정도로 인간들이

문란 했나...禮記에 의하면

‘사람은 나면서부터 욕망이 있다. 바라는데도 얻지 못하면 그것을 구하려 하지

않을 수 없다. 구하려 하는데 그 기준과 한계가 없으면 다투지 않을 수 없으니

다투면 혼란해지고, 혼란하면 곤궁해지는 것이다. 옛 임금들은 그 혼란을 싫어해

예의를 제정하고 분수를 정하고 사람들의 욕망을 올바르게 기르고,

사람들이 바라고 구하는 것을 넉넉하게 하다‘

하였는데 이 법전의 특징은 보복적인 법문이라 제 아비를 때린 자의 손목을

자른다는 구절이 있다는데 禮意가 아닌 듯하다.


조각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현석이 허둥지둥 지나간다.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몸을 돌리고 출구로 나온다.

많은 조각들에게도 물어보고 할 말이 많지만 다른 곳을 봐야 하는

한정된 시간 때문 일수도 있고 더 보아야 아는 것이 없어

상상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에너지 고갈이다.

 

다음을 기약하며 튀트리 공원 끝으로 가니 오랑주르 미술관 앞에

줄이 길게 서 있다.  그 옆에서는 플롯 라이브 연주를 한다. 

앞의 할머니에게

무엇 때문에 비가 오는 데에도 줄을 서 있느냐 물어보니 대답은 간단하다.

‘아름다워서’


마치 온실 화원같은 아담한 크기와 밝은 분위기에 끌려 들어가니 하얀 벽에는

엄청난 크기의 수련 연작들 단 3점만 걸려 있다. 미술관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 앞에는 쉬면서 보라고 의자들이 있다.

커다란 물감 덩어리들을 보며 멍했다. 이 엄청난 작품에서 난 평생을

엽서 크기의 수련을 보며 태양이 물결에서 부서지는 모습을 보았다니..

난 잠시 맹하게 앉아 있다가

조용히 안내에게 물었다. 모네의 작품은 이것뿐인가? (좀 더 부드럽게 물어 볼 것을)

그녀는 속삭이면서

너가 더 보고 싶으면 아래층에 내려가면 볼 수 있다 고 한다

괜히 부끄러워 후끈하는 얼굴을 식히며 아래로 내려가니

오랑주루 역시 성의 일부여서 옛날 성벽이 남아 있고 그  한 쪽으로 방대한 작가들

그리고 엄청난 작품들이 있다.

폴 세잔,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폴 고갱, 파블로 피카소, 헨리 마티스, 앙드레 드레인

르노와르....이름을 읽어도 알 수없는 유명화가,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


너무 한꺼번에 많은 그림과 조각 그리고 생각나지 않은 옛 미술시간의 강의내용들 ..

순간 머리용량이 넘쳐 쇼트 나는 느낌이 든다.

링크가 걸리지 않는다.


세느강 다리에서서 찬바람을 쐬고 바게트 한 쪽을 먹으며 커피 한 모금 한다.

커피 두 모금에 파리가 철부지 여행객을 지치게 하는구나..

혼자 있으면 외로워하는 습성이 있어 여행 초기에 이런 느낌을 받을까 걱정 했었는데...

웬지 왕따가 된 느낌이다.

교수님팀, 남매팀, 모녀팀....

혼자서 잘 할 수 있을까...

끝까지 잘 할 수 있을까...

교수님은 우리들이 얼마나 걸구친다는 느낌이 들면 이렇게 빨리

혼자 돌게 한 것일까...

새벽에 복도를 서성이며 잠을 들지 못하시는 이유는...

파리는 3일만 머물러도 충분하게 보는 것이 아닐까..


칙칙한 하늘이 잠시 반짝 햇빛이 돈다.


그래 로댕이나 보러가자.

앵바르드 군사 박물관에는 나폴레옹 유물이 있다고 하는데 언제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로댕 미술관은 정원을 돌아보는 코스가 있다.

정원에는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 입상들...있다.

잘 관리된 조경 그리고 도심 한 복판에 이렇게 고즈넉한 조각공원이 있다니..

로댕의 연인으로 알려진 ‘까미유 크로텔’ 전용 전시실이 따로 있다.

‘수다장이들’이란 작품이 작은 규모 작품 인 것을 이제야 알았다.

확실이 여자작품이라 아기자기하며 섬세하고 정교하게 돌을 밀가루인양 다듬었다.

이에 비해

로댕은 남성적이게 굵게 굵게 면이 나누어져 있으며

선 그자체도 거칠다.

또한, 욕심 사나워 보이다.

먹고 살기 위하여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 부인 혹은 딸들 얼굴을

의뢰받고 제작 했는데 전혀 로댕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아마도 로댕도 여럿 제자들을 두어서 암암리에 그들이 제작했을 가능성은 없지 않았을까...


인상적인 작품은 손 두 개를 살짝 겹치도록 해서

조각된 “La Cathedrale" 간구하는 사람의 손으로 신앙심을 표현 했는지

어쩐지 한 사람의 모델이 아니고 남과녀 두사람의 손처럼 보인다.

이 작품은 절대 로댕 작품이 아닐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싶다.

이렇게 깊은 생각을 가진 섬세하고 정교한 작품을 거칠고 사납고

무책임스런 현실주의자 로댕이 만들 리가 없다는 생각에 빠져 있는데

폐관 시간이 다 됐다는 방송이 나오고

관리인들이 줄을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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