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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시

레이지 데이지 2019. 1. 31. 14:24


한강을  끼고  있는  경기도의  어느  작은  도시. 
낡은  서민  아파트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와  함께  살고  있는  미자할머니 
이혼한 딸을 대신해 손자를 키우며 요양 보호사로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꽃 장식  모자부터  화사한  의상까지  소녀처럼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호기심도  많은  할머니이다

미자할머니는  슈퍼주인의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한 회장님을 돌보며 살아가는데
그녀는  깜박 하면서 명사를 기억하지 못하며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시쓰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한다

미자는  지나가는  길에 동네  문화원에서  우연히  시창작교실이 있는 걸 보고  수강을  하며  난생처음  시를  쓰게  된다.  시쓰기  교실을 다녀와서 나무를  바라보며  영화속에  깜짝  등장하는 김용택  시인께서  말씀해 주신  말을  떠올리며 시상을  찾기위해  그 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을  바라보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하는  미자 할머니. 

" 누구나  가슴에  시를  품고  있어요. 가슴에  시를  가둬두고  있지요
그걸  날개를  달아  날아오를  수  있도록  풀어주는 거예요 "

" 시상은  찾아오지  않아요
내가  찾아가서  사정해야  합니다. 설겆이통속에도  시가  있어요"

시를  쓰려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 아름다움을  보려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 ...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걸려 온  한통의  전화.
자신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찾아오면서  미자는  세상이  자신의 생각처럼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눈부신  햇살  사이로  머무는  초록의  나뭇잎들 ...
그  사이의  아름다움에  자꾸만  마음이  빠져 드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손주를  포함한  6명의  아이들이  같은  학교  여학생을  성폭행하고
그  여학생은  자살을  한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가해자  부모들이  모여  그  합의금 3000만원을  주기로  하고  각자  500만원씩내기로  한다. 미자는  그  합의를  위해  죽은 희진의  엄마를  찾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집은  비어  있고  밭에  일하고  있다는  이웃주민의  이야기를  듣고 희진엄마를  찾으러  가다  그  아름다운  시골풍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미자는  합의를  위해  죽은 희진의  엄마를  찾아가기로  한다
희진의  엄마집에  도착하였지만  희진엄마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를  기다리다  미자는  거실에  걸려  있는  죽은  희진의  사진을  바라본다 
그러다  이웃아주머니가  밭에  일하고  있을거라며  이야기를  해주고 미자는  그녀를  찾으러  간다 개울가를  따라가다  땅에  떨어진  살구를  주어  한입  베어  문다
그리고는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  글을  쓴다 

'살구는  스스로  제  몸을  던져  깨어지고  밟힌다 다음 생을  위해 '

이  작은  한 줄의  글속에서  미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마  미자의  마지막  죽음을  예견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미자는  깻잎을  다듬고  있는  한  아주머니랑  작은  이야기를  나눈다 
꽃을  보면  너무  행복해요  라며  미자는  행복한  얼굴로  말을 한다 
시를  생각하고  꽃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찾다가  그만  희진엄마 찾는  걸
잊어 버린다  수고하세요  하고  웃으며  돌아서는  순간 , 그렇게  만나  한  아주머니가  희진의  엄마인 걸  알고 미자는  뒤돌아서  나오며  슬퍼한다. 그리고  가해자부모에게  전화해  사람이  없어서  못  만났다고 거짓말을  한다 

알츠하이머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 미자는  여자아이가  죽은  강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렇게  그  강을  바라보다  미자의  모자가  훨훨  나비처럼  날아가 강물위에  꽃으로  핀다 그리고...    흐르고  잠긴다 ...  
죽은  아이가  다니는  성당을  다녀  간  미자는  성당  입구에  있는  여학생의  사진을
몰래  가져와  자신의  아파트  식탁위에  얹어  둔다. 손주가 보기를 바라면서 

손주의  이불을  끌어  당기며  왜 그랬어  왜 그랬어 ...미자는  울분을  토한다   그러고  돌아서서   손주의  방을  나선다 

그 여학생에  대한  죄책감과  고통의  마음. 

그렇게  미자는  시낭송대회에서  시낭송을  한 사람에게  자신은  시상이  떠오르지  않고
힘든데  어떻게  시를  잘  쓰냐며  부러워한다 

미자는  요양보호사로  거동이  불편한  회장님을  돌보아  주는데 어느날  회장님을  씻기면서  그 분의  그곳이  달라진 걸  알고 무슨  약을  드셨냐며 ... 영양제라고  속이며  먹었던   그  약이  비아그라인줄  알고  화를  낸다 

그 회장은  마지막  딱...  한번만이라도  그  감정을  느껴보고  싶다고  미자에게 
애원하 듯  서툰  말로  이야기하지만  그녀는  옷을  던져주며 혼자서  알아서  입으라고 하며  그 집을  나와 버린다 

시교실을  다니고 시낭송을  다니며  지내다가 
미자는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서  자신이  알츠하이머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아름다운  마음과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녀같은 
감성을  잃지  않는  미자  

병원에서  나온  미자는  명사인  터미널을  기억하지  못하면서  
어려워하다  결국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로  터미널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낸다 

아마  미자의  마지막을  위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담담히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는  시쓰기 교실의  회원들.  가정이  있지만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자신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솔직히  이야기하는 가정주부. 한 사람의  아내이지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고통스럽고  힘들고아프지만  행복하다는 그  마음 ... 

봄날의  새싹같은  마음과  가을낙엽같은  심성을  가진  미자에게
희진의  죽음은  너무나  힘겹게  다가온다

희진이  죽은   강둑에  앉아  미진은  작은  공책을  꺼낸다
하지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 방울  두 방울 ...미자는  빗방울을  맞으며  한참을   그렇게  바위에  앉아  말없이  젖어  있는다. 오랜  시간  그 곳에  머물다  흠뻑  젖은 채로  버스를  타고  미자는  간병하는  노인을  찾아간다. 노인의  집에  도착한   미자는  예전  노인이  영양제라고  속이며  먹었던  그  비아그라약을  꺼내어  노인에게  먹인다 

그 희진엄마와의  합의를  위해  500만원이  필요하고 그리고는  다짐한  듯  노인을  욕조에  앉히고  그  욕조에서  미자는 노인의  마지막으로  남자가  되고  싶다는  그  말을  들어주고  정사를  나눈다 

아녜스의  노래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 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향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이창동  감독이  직접 쓴  시 ...
박기영이  노래를  하였다. 영화의 끝은 죽음같은 고요와 적막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언젠가 꼭 보고싶었던 영화.

 잔잔하고 영상이 고운 에세이같은 영화...
큰 여울이 아닌  꽃잎 흔들리듯 여리고  여린  영화...

지는 꽃물에  놓인  할머니의 내면 ...
왜 우리는  시를  써야하고  그  시상을  꺼내기 위해  고민을 하고
고통스러워 해야하는지...

시는  인간의 삶에  무엇이  되어 주고  무엇이  되어가고
무엇을  남겨 주는지 ...

이창동  감독은  이 '시'라는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 주고 싶었는지  ...생의 막바지에  이른  노인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었는지... 알것 같았다

이 영화를  통해  시와  사람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무슨  마음이었을까? 미자의  마음이  보인다 
사람의  삶에서  무엇이  옳고  그르고  무엇이  순수하고  무엇이  추하다  말하는가?

그 해답이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되묻게  된다  
틀을 정하고  그 틀을  벗어나면  거짓이고  나쁘고  악하다고
말하는  그  기준이  과연  어디까지 인지...  사랑은  어디까지 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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