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무엇을 하였다.#45_체로금풍>
이 비 그치면 나무들 옷을 벗겠지요.
지금 색들이 발광하다.
이른바
<체로금풍>이라는데 지금은 금풍에다가 찬비도 내린다.
체로금풍은 벽암록 제27칙에 나오는 말이다.
"나무가 시들고 잎이 떨어지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제자의 물음에 운문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몸을 벗기는 늦가을(초겨울)바람이로다." 그것이 체로금풍이다.
*금풍은 가을 바람이 아니다. 글타고 혹독한 겨울바람도 아니다. 그냥 바람이 불면서 마른잎들이 떨어지는거다. 나무의 속성상 겨울 나고 새 봄을 맞이 하여 움트기위한 갈무리인 경계의 바람이다.
예술한다는 사람 박황씨는 산 속에 집을 짓고, 취산몽해 체로금풍 (醉山夢海 體露金風 ) 여덟 글자를 부적으로 딱 붙였다.
산은 취했고 바다는 (취해서 아직)꿈에서 깨지 않았으니
걸친것없는 그대로의 맨 몸으로 봄을 찾고 기다리고 엄동설한을 견뎌 내는 것이다.
혜민스님, 혜각스님 모두 다 겨울 동면기에 들어가 봄에 맨손체조하듯이 심기일전 하겠지. 나도 쓸데없이 돌아다닌 지난 시간에 용서를 구하고 잠시 벗은 몸을 부끄러워하며 방의 벽지를 찢을란다.
<저 홀로 옷 벗고 우주에서 날아온 메시지 한통을 마른 심장으로 받아치며 맞장을 떠보겠다는 선전포고 같은 것.>이상국씨의 표현대로 하믄 역동적이면서 도전적인 주인공이지만 과연 명불허전이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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