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보기/그림들

이연희_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레이지 데이지 2022. 3. 15. 11:36

2022년03월22일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이연희작가는
.....

엄마가 살던 고향집이 팔렸다. 

엄마는 우리 남매에게 고향과 동의어였다. 그런데 설에 만난 엄마는 이제 그만 시골 생활을 접겠다고 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밭일도, 집을 간수하는 것도 버거워서였다. 엄마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고향과 멀어진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쓸쓸했다.

....고향 장흥을  기록했습니다.

마치 
그 때는 잘 알지못했으나 이 때는 막연하게 알고있다는 사진과 전시 의도를 엿보고 왔습니다.

와이아트 갤러리를 3번째 가는 길이었는데
이 3번째는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갔습니다. 
이미 진이 조금 빠져서 갔는데  다시 원기를 회복하는 작품감상과 의도하지 않은 조병준님을 뵙고 좋았습니다.

소품같은 소설을 읽고 온 사진 전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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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씨는
“이런 사진 수업 어때요? 피사체를 보자마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아니라 머물러서 관찰하고, 그래서 사물과 장면의 고유한 특징이 잘 드러나게 찍는 훈련요. 사진만 찍고 글쓰기도 함께하면 좋겠고요.”

“합시다 그거. 그리고 연희 씨가 해요.”

그렇게 해서 지난 10월에 세 차례 강동 고덕천에서 사진 수업을 했다. 사진 기술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사진하는 태도를 습득하는 시간이었다.

몇 가지 조건을 주고 사진을 찍게 했고, 사진을 찍는 동안 낱말 몇 개 찾아오기, 문장 몇 개 건져오기 등의 미션을 주었다. 그날 찍은 사진을 함께 보고 그것이 끝나면 글을 썼다. 참가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봤는데도 시선이 다양하다는 것에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심하게 끙끙대지 않아도 글이 써지는 것을 재밌어 했다.

첫날, 마을활동가들이기도 한 참가자들은 각자의 사정 때문에 우당탕거리며 고덕천에 왔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동안 그들은 고요해졌고 조금은 평온해진 마음을 안고 집으로 향했다. 징검다리에 쪼그려 앉아 사진을 찍고, 나무 둥치에 기대 글을 쓰는 그들의 가을이 충실히 아름다웠다.

 

그럼에도,
저는 저의 일을 해야 해서
조심스럽게 전시 소식 전합니다.

기간 : 2022. 3. 22.~31.
장소 : 와이아트갤러리(퇴계로27길 28 지하 1층)
관람 시간 : 평일 11시~7시, 토·일 12시~6시

오프닝은 없고요 첫날 오실 분들을 위해 5시 무렵에 소심한 다과 준비해 두겠습니다.

****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엄마가 살던 고향집이 팔렸다. 

엄마는 우리 남매에게 고향과 동의어였다. 그런데 설에 만난 엄마는 이제 그만 시골 생활을 접겠다고 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밭일도, 집을 간수하는 것도 버거워서였다. 엄마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고향과 멀어진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쓸쓸했다.

십여 년 전부터 고향집과 동네를 사진에 담았다. 그러는 사이 명주 집 뒤에 있던 커다란 팽나무가 쓰러졌고, 다정한 수동 할머니는 돌아가셨고, 자전거를 타고 노인정을 오가던 어르신은 요양원으로 옮겨갔으며, 금이 갔던 동창 녀석네 담벼락은 보수 공사를 마쳤고, 엄마 화단의 수국은 피고 지고를 반복하다 지금은 잘리고 없다. 그리고 내가 사진을 찍는 동안 옆에서 뛰어놀던 꼬맹이들은 다 자라 대처로 나갔는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크고 작은 변화에도 마을은 여여하고 고요하다. 팔십이 넘은 마을 어르신들은 소라게처럼 좀체 집밖을 나서지 않고, 그나마 젊은 축에서 이웃한 밭둑의 풀을 누가 벨 것인지를 가지고 핏대를 세우지만 그것도 잠시. 싸움을 하던 둘 중 하나가 돌아서면 다시 마을엔 정적이 흐른다.

나가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극히 드문 마을에서 이제 우리도 나가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그동안 서랍에 넣어두기만 했던 사진을 꺼내 보기로 한다. 고향집에서의 삶에 한 단락을 짓는 엄마처럼 나 또한 내 사진의 한 단락을 지으려는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네 고향 사진은 특정 장소를 찍은 것이지만 그것이 장흥이라는 한 장소에 국한된 건 아닌 것 같다, 사진 속 그 장소는 어디에도 있을 것만 같다, 라고. 나는 그 말을 이렇게 이해했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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