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_이혜숙
광주에서 오신 선생님은 동묘근처에 있는 동아리, 글짓기 모임에 강연이 있다고 서울 오셨다. 바로 이 아침 12시 즈음 들으러 오라고 하시며 위치를 보내주신다. 시작이 몇시데요? 재차 묻고 부랴부랴 집정리하고 나선다. 전철로 불과 40분 뿐이 아닌데 찾아가는 위치를 잘못 잡았다. 동묘역 3번출구에서 뒤로 돌아서 대략 375 m인데, 그냥 곧장 직진으로 갔다. 무엇이 이상해서 네비확인하니 뒤로 돌아서 가야하니 도합 1000m 걸으듯 하다. 또 그 동아리 교실을 못 찾아서 B1에서 2층까지 왕복했다. 그래도
오후 2시 시작에서 겨우 10분 늦게 들어가니 이혜숙쌤은 곱게 단정한 모습으로 차분하게 말씀하고 계신다. 아마도 청강하는 분은 열댓명 넘을 듯 싶은데 교장선생님(?)인줄 알았는데 글쓰기 선생님. 어데서 봤을까?? 전생인연인가...싶었다.
서울 시내 한복판(종로구 숭인동)에 재미있는 학교가 있다. '진형중고등학교'
재학생 평균 연령이 67세라고 한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젊은 시절,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들께서 뒤늦게나마 열공의 투혼을 발휘하여 말년 형설지공의 기쁨을 만끽하고 계시는 곳이다. 이곳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예반 동아리가 지난 4월에 문을 열었다. 바로 그곳으로 이혜숙 쌤이 등장하신거다.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한 불확실속에 있다. 특히 쓰기에 대한 어려움에 대하여 고언을 남긴다. 책속에서 (강은교) 젊어서 학생들이 재능이 있어 보입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시를 쓸때 오늘밤 아름다운 시어를 아낌없이 소진하며 쓰고 내일 또 쓰고 모레도 하고픈 말이 넘쳐 글이 써질때.
박완서...슬쩍 비웃음을 날리고 타고난 끼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 끼란 쓰고 싶은 마음이라고.
윤후명...머리로 쓰지말고 날마다 손으로 써서
머리와 손이 서로 함께 이루게 하면 매일 한 장의 원고지를 채우면 1년이면 365장의 원고가 생긴다고...단편이 60장 이라면 ...글쓰기 역시 개미역사 라는 말이겠지.
선생님은 향토색 짙은 언어로 사라져가는 우리 말의 쪼득한 언어를 그대로 표현하신다. 잘 쓰지않은 속담처럼 마치 중국어의 성어 같다. 그것을 나는 "행간"이라고 하고 싶다. 글에서도 함의된 간격이 있듯이 말도 콕 찝어서 된장이야 고추장이야 보다 후루룩 맛내는 표현이 있다. 소금 한꼬집에 몇알갱이를 세아려봐야 하는가?
여름 날 여인네들 대청에 모여서 학저고리 바느질하면 입이 바빠진다고 한다. 이바구가 바느질 되듯이, "기억"속 들은 마음속에서 서늘하게 싸아했던 이야기들이 포개져 있다가 창고에서 꺼내서 햇빛속에 펼쳐놓듯이, 자신속이 쓰지 않으면 자기 속의 광증에서 놀아 난다는 표현은 나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
독서-책을 읽다.- 이는 간접경험을 느끼고 머리 속 저장물을 다듬어 준다.
-시골인심에서 "보리주면 외 안줄까" 등등
-천경자의 어느 여름 무더위에 "오늘 쇠불이 떨어질려나~~"
....
삶, 그 어느것 한 순간이 글의 자양분-소재가 된다.
요즘 과연 침묵이 금이 될런가?
시골 시어미가 병든 며늘이 냉장고 보고 미련한 머금빡 깨우고 가네. 이 말의 접시를 깨자는 말의 행간이 느껴지는 시간을 갖는다.
이제시간이 모지라다. 그건 그렇다. 이제는 무엇을 할려고 할 때인가? 자문하게 한다.
강연이 끝나고 동아리선생님은 쌤의 책을 동아리 회원들에게 1권씩 나눠 주고 남은 3권을 회원이 아닌 젊어보이는 분에게, 열렬한 호응을 한 분에게, 그리고 가장 멀리서 온 분에게 주신다고 한다. 이때 얼른 손 들어서 가장 ㅁㅓㄴㅏㅁ ㅓㄴ '마음에서 왔어요.' 했다. 이 뜻을 아시고 나에게 마지막 책이 왔다. 끝나고 사인 받으려고 하니 동아리 수강생 중에서 일전에 조계사에서 만난 분도 계시고, 최대남 시인도 계신다. 동아리 선생님은 페북에서 즐겨찾기로 팔로우하는 김쾌대작가님이다. 그 언제가 이쾌대화백을 찾다가 덩달아 찾은 '쾌대' 작가님은 쾌활하다.
이 이후에 내가 받은 책은 망우리...해설자 정종배 시인님 드렸습니다. 더 크게 오리라 기대 해봄직 하다.
강연 끝나고 망우리 역사공원을 일주하고 양재역에 있는 뷔페에 갔다. 그리고 집으로....






'사이(間)에서 엿보기 > 길 위의 지나 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박2일 나드리_안면도 (1) | 2023.10.29 |
---|---|
풍수와 같이 돌아본 은평 (1) | 2023.10.16 |
여순,진실과 화해의 여정 (0) | 2023.10.09 |
가손리 한옥집 (0) | 2023.08.30 |
국회 한 바퀴와 충무로 (0) | 2023.08.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