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보기/詩의 翅

아귀찜을 먹으면서 연상된 시 한편 ...|

레이지 데이지 2010. 9. 9. 15:09

 

버리긴 아깝고/ 박철

 

 

 

일면식 없는

한 유명 평론가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서명한 뒤 잠시 바라보다

이렇게까지 글을 쓸 필요는 없다 싶어

면지를 북 찢어낸 시집

 

가끔 들르는 식당 여주인에게

여차여차하여 버리긴 아깝고 해서

주는 책이니 읽어나 보라고

 

며칠 뒤 비 오는 날 전화가 왔다

아귀찜을 했는데 양이 많아

버리긴 아깝고

 

둘은 이상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뭔가 서로 맛있는 것을

주고받은

그런 눈빛을 주고받으며

 

- 계간《시에》(200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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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긴 아깝지만, 딱히 쓸데도 없는 것...

찾아 보면 몇 개쯤은 있다.

 

그게 아귀찜으로 돌아 오다니..

시집을 고마워 한 아귀집 아지매의 심성이 곱다.

 

아귀찜만으로도 푸짐한데,

너그럽고도 여유있는 아귀집 아지매 마음씨까지

얹혀져 있으니,

막걸리가 그 아니 땡길소냐~~

 

그리하여 초로의 사람 몇은

주거니 받거니

스끼다시로 나온 홍어까지

씹고 또 씹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