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배-
옛날에 즐겨 듣던 노래중 둘 다섯이 부르는 '밤배'가 있다.
가사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흘러 흘러 가면 어데서 잠 들텐가...아무도 찾지않은 조그마아한 밤배야.....
중국 청도(청양)에서 생활을 접으며 짐을 꾸리는데 역시 이 노래가 나온다.
가끔씩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몸을 옮길 때마다 느끼지만,
일상 생활 용품은 평소에는 있는 듯 없는 듯이 유용하고,
움직일때는 짐아닌 짐이 된다. 없으면 당장 아쉽고....있어도 그리 얘용하지 않고....
산행을 준비할 때에도 역시 이런 생각이 들때도 있다.
극히 필요 할 것 같아서 낑낑 대며 끌고 올라가고보면
나중에는 배낭에서 그냥 썩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어찌됐든 일단 이삿짐 먼저 꾸리고 나니,
남는 것도 없고 맨 몸으로 38 광땡 산행을 해야하는 처지이다.
달랑 쌕 하나 들고 나오는데 찬 바람이 오싹하다.
약간 회의가 온다.
산에 안가면 누가 어떤 해꼬지를 당장 한다고 하는 것도 아닌데
의무감 같이 반듯이 꼭 가야만 하는 이 내 몰리는 느낌은 알 수가 없다.
깊게 숨 쉬고...다시 크게 심호흡하고
저스코에서 우연한 조우로 다른 산모임과 같이 운행하기로 한다.
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노산을 만나는 설레임이 든다.
매표소 전에 내려 한 참 쭈우 걸어와, 입구를 찿아 길을 접어 드는 데
약간의 얘기가 10초정도 하는데 의미인즉
이 길이 맞아?!
20분정도 걸어 올라 가는데 우리사람 5명이 안 보인다.
무슨 일? 하는 생각에 뒤로 역주행을 한다.
올 만에 나온 afox-황금해안님이 "지독한 넘"을 만났던 휴유증으로 고백홈을 불렀다나...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호흡 조절이 안되어 힘들고
기침까지 동반하면 최소 사망이고 최대 민폐다. 우얄코.....
몸조리 하이소예~~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기대했던 산행은 7부능선정도에서 산의옆구리를 치고 간다.
해서 계곡도 아니 보이고 산의 허리선도 아니 보이고 그냥 관목숲을
헤치고 찢기며 가는데 입 빠른 결론이 나올려고 한다.
삼팔 따라지 인가봐 ... 근데 반전이 생겼다. 칼 코스와 만나는 지점이
만나더니 -폐허 가옥- 점심을 할려고 예의 낯 익은 계곡을
보고나니 단순하게 된다. 먹어야 산다.
버너에 가스가 냉냉하여 라면이 우동화 변신을 꾀하는 중
동네이장님 왈 히말라야에서는 동상으로 발가락이 없어지고,
노산에서는 가스를 덥히다 손가락이 녹아나드래도 지금 라면은
라면의 면발로 살아남기를 바란다며 기를 불었다.
놀라운 화력인지, 정성인지, 엄청 맛있는 전골 그리고
차 한잔에는 그냥 단순함,
두 잔에 여유롭게 사념,
세잔은 향에 취해 신선,
네잔은 사리의 분별이없이
물과 차잎이 만나서 이루는 조화를 느끼며
산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차향에 취하고, 노산이 요걸 몰랐지 하는 듯이 여태 볼 수 없었던,
그냥 멀리서 흘금 봤던 계곡의돌 무더기를 한 몫에 드러낸다.
메밀꽃 필 무렵에 방앗간에서 필녀가 훨훨 벗은 궁뎅이처럼
물 오른 넙적바위가 사방에 펄쳐 눈을 아프게하고 맘을 신산스럽게 한다.
보기만 하라고 하고 손으로는 느낄 수 없게 애 닯게한다.
마마 호환보다 무서븐 '정'을 냄기고 가라 하는데..
38 광땡 진 쪽을 들고도 판을 쓸지 못 한 이 서운함이...그 연유임이 분명하다.
내 나이 46이라 그런가!
뒷풀이 없이 숙소로 오는 그 쓸쓸함은 아마 서울에 도착하면
8시간안에 잊혀지니라.
노산아 잘 있고, 청도도 말 할 것없이 그대로 그렇게 갈 것이고,
그 속에 있으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나리메 여러분 잘 있으라.
2005년....중국생활을 접고 마지막 나리메 산행을 하다.
메밀꽃 필무렵 .
파도가 일 때 하얗게 부서지는 물보라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메밀꽃 필무렵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남녀간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친자 확인(親子確認)이라는
두 가지 이야기가 기본 줄기를 이룬다.
이 이야기가 겉과 속을 이루면서 미묘한 운명을 드러내는 과정에 '길'이 등장한다.
그 '길'은 낭만적 정취를 듬뿍 머금은 달밤의 산길이다.
물론, 그 길은 허 생원 일행에게는 생업(生業)의 길목이지만,
괴로운 인생사의 현장이기보다는 삶과 자연이 어우러진 환상적인 세계이다.
온갖 각다귀, 잡배가 우글거리는 장터의 산문적(散文的)인 현실과는 격리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일 듯이 들리는' 운문적(韻文的)인
몽환(夢幻)의 세계이다.
여기에 사랑의 추억과 인연(因緣)의 끈질김이 어우러지면서
한 늙은 장돌뱅이의 애환이 드러난다.
이 작품의 두드러진 묘미는 인간과 동물의 본능적 애욕을 교묘하게 병치(竝置)시킨
구성 방식에 있다.
허 생원이 술집에 들어가 충주집을 탐내고 있을 때, 그의 당나귀는 암놈을 보고
발정(發情)을 한다.
'늙은 주제에 암샘을 내는 셈야. 저놈의 짐승이….' 하는 아이들의 말소리를
허 생원은 자신에 대한 조소처럼 느낀다.
이것만이 아니다.
메밀꽃이 하얗게 핀 달밤에 허 생원은 성 서방네 처녀와 꼭 한번 정을 통한다.
평생 처음이요, 마지막 기회였다.
허 생원이 처녀에게 잉태시킨 것처럼 당나귀는 읍내 강릉집 피마에게 새끼를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당나귀의 까스러진 갈기, 개진개진한 눈은
허 생원의 외양(外樣)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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