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27일 맑음.
그렇게 춥지않은 기온이다. 아침엔 푸른하늘이 보인다.
닭다리강정을 아침으로 먹는다. 으음..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인가 잠시 생각한다.
교수님,쑝쌤,현석은 렌트카를 찾으러 갔다.
오후가 돼야 올것 같다는 말에 시내를 나갈까 하다가
길이 어긋나면 엄한 시간 축난다는 말에
오전을 민박집에서 대충 짐을 정리하고 여정을 미리 공부도 할겸
책을 막 펼칠려 하는데 차를 가져 왔다. 오전안에 일찍 온것이 좋다.
차 크기가 베스터만큼 넓어 뒷칸에 짐을 이빠이 실고,
9명 모두 널널하게 자리를 잡는다.
즉시 준비하고 출발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하늘에 흰구름은 솜사탕이 아닌가...
웬지 흥겨워지고 말도 많아진다. 지나침이 없어야 하는데....
그래도 창문밖에다 소리치고 싶다.
열심히 일했던 자여! 잘 떠났다.
동네슈퍼에서 미약한 쇼핑을 하고 대형마트에서 굵직한 일용 식량을 조달하기로 한다.
여행의 시작답게 서먹해서인가 다들 입들을 열지 않음이다.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조차 없다.
궁금한것도 없나보다. 아니, 긴장들 했나....
서울에서 꿀 한단지를 먹고 왔는지....
그러든지 말든지...
새우잡이 인부로는 안 팔것 같구, 노예로 쓸 멤버도 없구..
어쨌든 어딘지 모르고 한참을 두리번대니 파랑과 빨강 마크를 한 '까르푸'가 보인다.
앞으로 수 없이 보아야하고 애용해야 하는 서곡인지도 모르고
공기흡입구 빨려 들어가듯이 스르르 들어간다.
대형마트는 그 크기때문인지 대체로 외곽이나 고속도로 초입이나 빠져나가는
구석진 곳에 있다.
휘발유버너-연료를 구할려고 장시간을 소비하고 결국에는 다음으로 넘긴다.
그러니깐 아궁이를 장만 못했다는 얘기는 식생활이 위협 받는다는 의미이다.
그 옆 맥도날드에서 늦은 점심을 한다.
세트메뉴 개념이 없는지 일일이 다 주문을 받는다.
그냥 손으로 짚어도 알아듣는 중국 맥도날드가 합리적인듯 싶다.
원래는 우아하게 경양식(?)을 할려 했는데... 그 날이 쉬는 날인지....
정크 스타일로 시작하는것이....아쉽다.
그곳에서 15분정도 해를향해 달려 갔더니
그림엽서에나 나올법한 아름다운 해자가 나온다.
살짝 초록 개구리밥(물이끼일런지..)떠 있는곳에
청둥오리 식구들이 부산스럽게 모였다 흩어졌다한다.
정교하게 깔린 돌다리를 지나니 정말 유럽에 온 것이 맞는지
하얀회벽에 짙은쵸컬릿색 나무 대들보에
나무창틀, 나무 문으로 장식한 선물의집, 레스토랑들이 줄 줄지어 서 있다.
낮은 언덕이 나오고 하늘과 맞닿은 그 곳에 뾰쭉성당이 있다.
12~13세기쯤 창건된 고딕형식 싸르트르-Chartres Cathedral이다.
대성당 앞 광장에 이르니 많지않은 관광객이 있고
아직은 지는해가 기운차게 걸려있다.
성당입구에는 여나믄 거지가 당연하고 떳떳하게 구걸을 한다.
나도 당당하게 이를 무시하고 안으로 들어선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는 잘게 부서지는 온갖 색들의 햇살이 각종 성화를 이룬다.
본전뒤로는 엄청난 신앙심의 결과- 조각과 입상들을 보고
신랑에(성당의 정가운데 복도)서서 한바퀴 맴을 돌아본다. 천당인가...
발밑에 색이 틀린 돌조각이 있어 무심코 눈길을 주어 시선끝을 잡아보니
미로다.
왜, 미로가 성당 바닥을 장식하는것일까....
어긋난 욕망의 부산물인 미노타우로스가 살던집- 감옥이잖은가!
인간이 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 그야말로 광기가 이성을 제압하는 결과.
추악함을 감추기 위하여 힘으로 가려놓은 곳- 미궁로고를 새겨 놓았다.
땅은 어긋남이 넘쳐나는곳, 부적절한 관계가 태반이지만,
신의이름으로 하늘질서를 찾아가는 실마리가 성당이란것을 설명하는가...
생각은 미궁안에 갇혀있듯이 엉키고, 눈에 담아야 하는 아름다움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해가 지기전에 잠잘곳- 캠핑장을 찾아야 함으로써
아름답고 성스런곳을 서둘러 벗어나 저 세간으로 밀려간다.
계속 남쪽으로 가니 해양성기후로 인한듯이 밤이슬이 비처럼 내린다.
기온이 떨어져 낮의 습기가 안개비-능개로 내린다.
운전하시는 교수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구나, 아는 길도 아닌 오직 미쉐린지도에만 의지해서 가시고 있는데...
캠핑 표식을 찾아가니 아담한 민박집같은 호텔이 나온다.
다시 차를 돌려 안개속에 찾은 캠핑장은 겨울엔 폐쇄하단다.
그래서 다시 나가는길을 돌리고 돌려 미로속을 헤매듯..
우린 결국에 민박집같은 작은 여관같은 호텔에서
두번째밤을보낸다.
저녁은 컵라면...엄청나게 맛있다.
성당바닥에 모자이크된 미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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