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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녀왔습니다.^^ 밤새도록 비행기를 타고, 부지런히 전주 집으로 내려 와 묶은 때를 벗기고, 고깃국에 쌀밥도 먹고... 단잠을 자고 나니 벌써 저녁... 급하게 모셔야 할 팀이 생겨 여유롭게 네팔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지만 이번에도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뜻하지 않은 행운이 함께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놀타 5D에 망원 렌즈를, 소니 A1엔 광각 렌즈를 장착하여 두 대의 카메라를 들고 갔습니다. 조금 무겁긴 해도 렌즈 교환에 신경을 쓸 일이 없으니 나름대로 여유가 있어 좋았습니다. 사진이 정리 되는대로 천천히 그간의 많은 이야기를 풀어 드리도록 하고.. 우선은 내일 모래 중국 출장 준비부터 해야겠습니다. 무사귀환 기념으로 티베트 쪽에서 접근한 에베레스트 베이스 켐프 사진을 올려 드립니다. ![]() 티베트인들은 에베레스트를 초모랑마라고 부릅니다. 라사에서 랜드 크루저 차를 빌려 열심히 달리면 암드록초 호수를 들러 시가체나 라체에서 일박을 하고, 이틀째에는 시가에서 일박... 그리고 3일째 되는 날 오후에 에베레스트 베이스 켐프 근처 롬복 사원에 도착합니다. 롬복 사원은 해발 고도 5,200가량...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라마 사원일겁니다. 이곳에서 30위안 (약 3,900원) 을 내면 조랑말이 끄는 마차로 8Km 떨어진 베이스 켐프에 대려다 줍니다. 가격은 왕복인데요... 당일 유효하다는 표를 줍니다. (다음날 내려오면 또 돈을 내야 한다고 하더군요.) 3시쯤 롬복 사원에 도착한지라 시간도 있고 해서 가비얍게 산행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5,000m 대 산을 등정할 기회가 자주 있겠습니까? 1시간에 4km를 걷는다면 두 시간 정도면 도착 하겠지...) 웬걸요... 제 특기가 바로 헛발질 하는 겁니다. 나름 머리를 써서 꼬불꼬불한 길을 질러가겠다고 산허리를 타고 무작정 헥헥거리고 오르다 보니 길은 사라지고 베이스 켐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짐 가볍다고 껑충 껑충 뛰며 앞서 걸었더니 큰 등짐 진 불쌍한 몇 몇 분들이 나를 따라 오다 모두 망연자실...컥컥. 시간은 어느덧 저녁 7시... 돌아 돌아 저 아래를 내려다보니 웬 텐트가 보이는데 그게 바로 베이스 켐프. 미끄럼을 타듯 헐레벌떡 달려 내려가 숨을 가다듬으니 갑자기 몸이 솜처럼 처집니다. (너무 무리했나? 조금 쉬면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며칠 동안 차타고 5,000m대를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고소 적응 다 되었다고 깝죽거렸더니 천벌을 받은 겁니다. 속이 미식 거리기 시작하며 헛구역질이 납니다. (음~~ 임신인가? 날짜를 계산해 보지만 답이 안 나옵니다.) 그래도 입덧은 계속 되고... 함께 온 일행이 아주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하는데 음식 냄새에 속이 울렁거려 상을 발로 차고 싶습니다. 속이 가라 않게 흰 죽이라도 먹었으면 좋으련만 일행은 한 술 더 떠 고량주를 까기 시작하는데... 그놈의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신경질이 끝까지 납니다. (화를 낼 수도 없고 모포를 뒤집어쓰고 가만히 듣고 있자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웃뺘가 고소 먹었나벼... 고소증은 사람마다 증상이 다른데... 때로는 이유 없이 신경질을 내는 사람도 있대." 컥컥... 이유 없이 신경질? 나 지금 속 뒤집어 지는데 비릿한 밥 냄새, 느끼한 라면 냄새, 한술 더 떠서 고량주 냄새 까지 피우면서... 참으라고? 아무튼... 토하지 않으려고 겨우 참다 보니 이번에는 머리가 터질 듯이 아픕니다. 램프 불도 꺼지고... 텐트 안은 적막강산.... 시간은 안 가고 머리는 아프고... 울고 싶어라~~. ![]() 이 사장이 준 고소증 치료제 다이막스를 먹었더니 한참 후 부터 손발이 찌릿 찌릿 저리기 시작합니다. 오줌은 또 왜 그리 자주 마려워 지는지... 내가 못살아. (다이막스는 고소증세를 완화시키기 위해 이뇨작용을 한다는 군요. 사람에 따라 손발 저림도 온다고...) 하늘의 별을 찍겠다고 벼르고 별러 삼각대를 들고 왔는데 도저히 카메라를 들 정신이 아닙니다. 부들부들 떨며, 아픈 머리를 감싸고 텐트 밖으로 기어 나와 겨우 자크 내리고 오줌 누면서... 그래도 이런 하늘을 언제 보나 싶어 고개를 쳐들었습니다. 꺄악~~~. 북두칠성이 바로 코 앞, 롬복사원 방향에서 등잔불처럼 깜빡 거립니다. (별이 밝게 빛나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깜빡인다는 사실을 어릴 때 이후 잊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주르룩... 서러운 일도 없는데 그냥 눈물이 흐릅니다. 가슴 속으로 아련한 옛 기억의 편린과 어머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싸아 합니다. 어머니... 정말 오래 잊고 있었던 단어 입니다. 깜빡이는 별을 보자 강원도 두메산골 옛집의 냄새가 나는 듯 했습니다. ![]() 말은 이럴 듯 멋스럽게 하지만... 깜깜한 오 밤 중, 시커먼 텐트에서 다 죽어 가는 사내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나와서 부들부들 떨며, 바지내리고, 쉬하면서 눈물 콧물 훌쩍 거리는 거리는 꼬락서니를 누군가 보았다면 뒤집어 졌겠죠. 새벽 세시에 한 번 더, 다섯 시에 한 번 더... 새벽엔 북두칠성이 사라졌습니다. 대신 하늘에 하얀 구름처럼 은하수의 강이 펼쳐져서 내 눈을 다시 한 번 의심했습니다. 날이 흐렸나? 어두운데 구름이 보이던가? 아~~~ 저게 바로 은하수지.... 다행히도 새벽엔 아픈 머리도 누그러졌습니다. 대신 영악한 티벳 녀석이 라사에서 10위안에 파는 산소 한 병 마셨다고 100위안 불러서 나를 화나게 했지요. "얌마! 이곳이 당연히 비싼 건 알아. 라사에서 10위안 , 시가에서 30위안, 여기는 50위안이라고 알고 왔는데 너 왜 그러냐?" 여행 중 이렇게 터무니없는 놈들과 싸우는 건 이골이 났지만 순박한 사람들이 돈 때문에 눈이 뒤집히는 꼴을 보는 마음은 정말 마음 아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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