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도시의 새로운 풍경, 아니 도시인 일상을 재구성하고 있는 물건이다. 아이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폰은 소소하고 다양한 즐거움을 주면서 다양한 정보 취득의 통로 구실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이 기계 의존 성향을 강화하면서 사고하고 사유하는 힘을 저하시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말인즉슨, 스마트폰이 대부분 사람들을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 같지는 않다.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아이폰은 도시인의 일상 깊숙이 파고들면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아이폰 열풍이며, 아이폰 대세. 오죽하면 아이폰을 갖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새로운 우스개를 낳을 정도다. 아이폰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 ‘아이리스’(i-less)란다. 또 있다. 아이폰을 갖고 있으면 ‘유저’(User), 아이폰이 없으면 ‘루저’(Loser). 재치 넘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한 이 풍경을 주도한 장본인, 그렇다. 스티브 잡스다. 잡스의 일거수일투족, 한마디 한마디가 미디어는 물론 대중의 시선을 휘어잡는다.
잡스가 굴곡을 거쳐 지금과 같은 만신전에 오르기 전, 전임자로 빌 게이츠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이자 전임 회장으로 전 세계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계를 휘어잡은 인물.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활용한다면, 둘러보라. MS 제품 어느 하나 반드시 있다. 어떻게든 많은 이들이 MS(제품)와 관계를 맺고 있다. 불법의 형태건, 아니건. 그리고 그는 최근 MS를 넘어 ‘창조적 자본주의’를 주창하는 자선 사업가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우리는, 미디어 등을 통해 두 사람에 대한 표피적인 정보를 파편적으로 섭취했다. 누군가에게 그들은 성공의 표상으로서, 미래를 향한 롤모델로서 존재하기에 그들을 탐구하기 위한 시도도 많았다. 그 이야기만큼이나 책도 널렸다. 어느 책을 고르건, 완벽하게 그들을 알고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알다시피, 사람은 단순하지 않기에, 단어 하나로 그들 각자를 규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잡스와 게이츠는 영욕만큼이나 더욱 복잡한 사람들일 거고.
여기, 또 하나의 책이 잡스와 게이츠를 우리에게 건넨다. 『잡스처럼 꿈꾸고 게이츠처럼 이뤄라』(이창훈 지음 | 머니플러스 펴냄). 다른 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면, 동갑내기 두 사람이 이룬 경쟁·대립과 협력 관계, 공통점과 차이점 등을 통한 관계적 측면에 집중한다. 두 사람의 라이벌 관계가 주는 시사점과 우리 현실에서 접목하고 바꿀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기.
지난 8일 서울 충무로. 한 경제지 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 이창훈을 만나, 세상을 흔든 두 아이콘과 책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게이츠에 대한 애정이 좀 더 깊다고 말한 저자였지만, 그의 메시지는 잡스의 것에 가깝지 않나, 생각했다.
잡스는 쉴 새 없이 새로운 깃발을 흔들었다. 첫 번째 깃발은 ‘컴퓨터로 세상을 바꾸자!’였다. 구체적으로 ‘책상마다 가정마다 컴퓨터가 놓이게 하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었다. ‘우주에 영향을 미칠 만큼(Make a dent in the Universe)’ ‘미치도록 위대한(Insanely Great)’ PC의 포르쉐를 만들자는 깃발이었다. 긴 개발과정에 지친 직원들에게는 여정은 곧 보상이다(The Journey is the Reward)라는 형이상학적이면서 몽롱한 이상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깃발을 흔들었다. 애플에 복귀해서는 ‘생각을 바꾸자(Think Different)’고 말했다. 간단한 구호 같지만 여기엔 의도적으로 문법을 무시함으로써 전달력을 높인 잡스다운 선동적인 연출력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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