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누피라는 놈은
-----성미정
스누피란 놈은 찰리 브라운이
점찍어 둔 예쁜 소녀를 늘 자신이 차지한다.
차지한다고 해야 고작 그애의 집에서 쿠키를 나눠 먹는 것뿐이지만
그게 스누피에겐 중요한 거다.
찰리 브라운은 한이 맺혀서 나간다.
난 걔를 진짜 사랑해 넌 쿠키나 얻어먹으려고 찾아간 것뿐이잖아
진짜 사랑을 원하는 사람에게 진짜 사랑을 주는건
쿠키를 나눠 먹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그래서 소녀들은 쿠키를 먹으러 오는 스누피가 부담 없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진짜 사랑 보다는쿠키를 나누며 싹트는 사랑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스누피는 그걸 아는 놈이다
그래서 개집에 사는 게 아니라개집 지붕 꼭대기에 누워서 빈둥거리는 거다.
나의 인상 창의
/ 성미정
언제나 늘어진 트레이닝복 차림에
맨얼굴 손에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광화문 일대를 걸어다니는
나의 인상을 어쩌다 시 몇 편긁적거린다는 이유만으로 감히
시인풍으로 분류하기엔 예민하고
울울한 다른 시인분들께 죄송만만하여
내 나름대로 인상착의를 만들어보았지요
시인풍 아줌마와 아줌마풍시인도 괜찮은 거 같고
아줌마풍 시민이나 시민풍 아줌마도 맘에 드네요
어디에도 제대로 섞여본 적 없어
홀 가뿐하다가 씁쓸하다가
그렇게 나 답다가 어느덧
나의 인상이 나의 일상과정직하게 닮아가기 시작하는마음의 오늘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던 상관없어
오늘도 나는 광화문 거리를 상큼상큼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