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 靜 ...우두커니, 멀거니/낯설게 하기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레이지 데이지 2014. 9. 13. 12:10

 

 

 

<Velazquez, Diego Infanta Margarita c. 1656 Oil 105 x 88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벨라스케스의 왕녀 마가레타의 초상)>

 

이 그림에 광적으로 좋아하는 모리스 라벨은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를 작곡한다.

 

작가 박민규는

이 라벨의 곡을 작품전체에 실었다.

 

"그럴 듯한 것은 결코 그런, 것이 될 수 없다.

그럴 듯한 인생이 되려고 욕망하면 할수록,

결코 그런, 인생은 될 수 없다"

 

우리의 손에 들려진 유일한 열쇠는 '사랑'입니다.

어떤 독재자보다도, 권력을 쥔 그 누구보다도...

어떤 이데올로기보다도 강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실로 대책 없이 강한 존재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부끄러워하길 부러워하길 바라왔고, 또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인간이 되기를 강요할 것입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다수야말로, 이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지금 곁에 있는 당신의 누군가를 위해, 당신의 손길이 닿을 수 있고... 그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빛을 밝혀가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 세계는 당신과 나의 '상상력'에 불과한 것이고, 우리의 상상에 따라 우리를 불편하게 해온 모든 진리는 언젠가 곧 시시한 것으로 전락할 거라 저는 믿습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말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주제같다.

진정한 사랑과 기다림이 상상력을 넘어서는 레알다큐가된다는...

 

“저는 늘 스펙만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경쟁력 없이 살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삼미 슈퍼스타즈가 남자들을 위한 소설이었다면, 이번 소설은 여자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외모 경쟁에서 뒤떨어진 여성들, 나아가 늘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이 시대 모든 여성들을 위한 일종의 연서이다.

 

또한 이 소설은 인간을 이끌고 구속하는 그 ‘힘’에 대한 문제제기다. 부를 거머쥔 극소수의 인간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에 군림해 왔듯이, 미모를 지닌 극소수의 인간들이 그렇지 못한 절대다수를 사로잡아온 역사, 결국 극소수가 절대다수를 지배하는 시스템 오류에 대한 지적이다.

 

하지만, 역시나 이 모든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사랑의 힘’이다. 아름다운 어느 한 사람의 화려한 빛이 아니라, 불완전한 우리 각자의 인생들이 자신감 있게 전원 스위치를 켜고 내면의 빛을 밝혀야 사랑도 세상도 완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이목일은 자신의 사랑이 최미규가 아니고 그녀가 가진 외모인양 말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