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3일 화요일 맑음
말라가....그 곳에는 피카소 고향이고 어린 시절-생가 미술관이 있다는데..
mijas(미야스)로 바로 가신다 한다.
일명 하얀 마을이라 한다.
지하 주차장이 이상하게 생겼다. 지하도 아니고 지상1층도 아니고 ..1층을 반으로 갈라서
2 개 층으로 만든 듯하다. 어리버리 밖으로 나오니 길 건네 바로 i-쎈타가 있고
옆으로 전망대가 있다. 그 곳에서 해바라기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뿌연 Mirador
전경을 보고 뭐 그렇군 하는 생각에 전망대 밑으로 내려오니 바위를 파서 굴을 만들어
그 속에 마을의 수호 성녀 긴 머리의 화려하게 채색한 마리아상을 모셔 논 성당이다.
비르헨 데 라 페나 성당 안에서 무릎을 꿇고 나도 모르는 간구를 드렸다.
이 굴 파듯이 내 까칠한 인품을 깍아 쥬소서..
숨만 쉬어도 튀는 성품을 죽여 쥬소서...
차라리 날 전부 죽어 쥬소서, 쥬소서....
이 상항을 나도 모르게 디카로 찍으신 쏭셈이 하는 말. 이른바 몰카가지고
땡전 고리 없는 백조건달을 협박한다.
쏭셈-그냥 줄 수 없는 사진인데..
나- 이 이상 더 잘 할수 없는데...(누가 찍으라 했니.. 왜, 원 하는 것이 그케 많은데...)
원 하는 대로 뭐든지 할 수 있는 1회성 티켓 발부하나. 아님, 당신의 지니가 되어 줄까
(속이 미슥하니..머리도 빠개진다.)
쏭쎔- 지금보다 더 노력해 보아
나- 남들 들으면 상태 안 좋은 늙은 아줌마의 최후라고 할테덴..
로마시대부터 존재했다는 언덕위의 하얀 집들은 방금 지은 듯 신선하고 선명하다.
그래서 밝으면서 추루해 보이고 자연스럽게 인위적인 냄새가 너무 난다.
일률적으로 요즘 페인트 흰색을 정기적으로 칠 하는 것 같다.
그 옛날에는 돌 그 자체가 흰색 이였을지 모르지만.. 석회석도 흰색이 있으니..
독특한 사각형 투우장은 수리중 입장 사절이고,
미니어쳐 민속 박물관은 유리창으로 보아도 허접하고,
마을 끝까지 올라가니 날씨가 좋아 지중해가 보인다는 그 말도
나의 햇빛 알러지를 약화 시키지는 못한다.
온갖 물건들로 화사한 골목은 관광지 싸구려 장사 혼이 넘쳐나고
저 쪽 언덕 하얀 집들도 화려하게 보이나 돈 많은 사람들 뻐김 같고
언덕길 올라 관광하라고 당나귀 택시가 있지만 똥냄새만 진동한다.
그래도 엽서와 당나귀 미니어쳐 피겨를 두 개 샀다.
(서울 와서 보니 한 개만 있다. 한 개 분실이다.)
한 참을 달려 점심 먹을 곳을 찾는데 머리가 깨지듯 아프고
짜증*만배 = 무심함이 표현된다. 왜...
교수님이 차를 멈추고 뒷 트렁크에서 약을 꺼내 주시면서
‘그냥 포가릿 하셔’ 하신다.
‘뭐 그냥 감기가 오는 것 같은데요’ (헉...뭘 아세요?) 눈으로 물어보고
손으로 약을 받아먹고 잠시 눈을 감고 생각 속으로 들어간다.
시간을 아침 새벽으로 되돌려 본다.
눈 뜨면서 여러 가지 잡다한 일들이
있었지만 콕 집어서 이렇다 말 할 것은 없었다.
금숙씨는 언제나처럼 일찍 일어나 집에서 하듯이 꽃단장 먼저 한다.
나도 예민한 잠결하고 그리고 간만에 화장실도 가고 싶고....
화장실 갔더니 휴지가 없어 다시 돌아와 휴지를 찾는데
현석이도 인상을 잔뜩 쓰면서 온다, 쟤도 이하동무이군 하는데
모(母 )가 텐트 속에서 전기밥솥에 쌀 앉히고 아침 준비하라고 한다.
난, 순간 사모님을 모신 유럽까지 출장 온 파출부 아줌마가 된 느낌이 들었다.
허걱...
그냥 그러하려니 하고 넘어 가야 하는데 덜 된 인간인지라 말을 받았다.
약간의 큰 소리가 몇 번 나더니
내 옆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 본 현석이가 한 말이
‘부끄러운줄 아세요. 어른들이 이게 뭡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떳떳하게 풀어야지 뒤에서 궁시럭 거리다니...’’
그 말을 들은 난 심하게 창피하여 그 새벽에 바다에나 갈려고 캠핑장을 나갈려고 했는데
바다는 수 킬로 떨어져 있고 밤새도록 들렸던 파도 소리는 바람소리였던 것이다.
별 뾰쭉한 방법이 없어 되돌아 가 아무 일 없듯이 아침밥 하기 시작 했다.
눈꼽은 떼지도 않고 머리는 산발한 채로...
다음에 교수님이 난민 모집할 때에는 화장을 한 시간 이상 하는 사람만
거부 하시지 말고 최소한의 청결을 유지하는 사람을 뽑으라고 해야겠다. 더럽게 아침밥을 준비하다.
더불어 난민으로 버텨 갈 수 있는 기본 정서지능도 갖추어야 한다는 조항을 포함해서이다.
그래도 교수님은 내가 좋다고 다음 여행도 같이 가자고 하시는데...
어쩜 내가 부담을 주었든지 억지를 부렸든지.....그 속을 알 수는 없으니
나도 교수님을 믿고 따르고 있는데. 여러 가지 역부족한 나 이기만 하다...
미하스 골목길
미하스 전경
코르도바는 4시쯤 도착했다.
거대한 사각형 메즈키타-Merzquita는 이슬람교도들이 만든 회교사원인데
다행이 기독교도들에게 개조보수 당하는 수모를 면했나 보다.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화려한 색체도 보존이 잘되어 있다.
오후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보았겠지만
시간상....통과하고 바로 그 앞의 유태인 마을을 들어가 보기로 한다.
현장학습을 하러 온 초중고 학생인지 날라리인지 많은 얘들이 있고
단체 관광객들도 서너 무리들이 있어 아주 복잡하여 얼른 골목 속으로 들어간다.
온갖 꽃들로 치장한 꽃의 골목을 보고 그 속에 어울리지 않는 수공예 가죽 상점이 있어
들어 가 본다. 때마침 반대편 문으로 일본 관광객이 무리져 들어와 그 무리에
휩쓸려서 독특한 정원을 보게 되었다. 이국적인 붉은 꽃과 초록 나무가 잘 정돈된
작은 뜰은 이 곳 지방 특색인 ‘파티오’- 집 한가운데 네모난 정원(안뜰)이라고 한다.
슬쩍 반대편으로 나오면서 고급스런 화장실도 사용하고...
나중에 알았지만 그 길은 막다른 골목이라 어짜피 그 집을 통과해야만 했던 것이었다.
관광객들이 골목을 삥 돌지 않게 가게를 터놓은 것이다. 겸해서 장사도 하고..
계속 걸어서 신시가지 포르토 광장까지 가 보았다.
이름을 모르는 금색으로 장식한 웅장한 건물과 동상...미루어 추측컨대 시의회 같기도 하다.
지도를 보고 로마시대 성벽을 볼려고 헤매다 헤매다 못 보고
결국은 다시 그 가죽 공예품 집으로 돌아갔다
쑝쌤이 큰 딸 기념품을 지갑으로 하고 싶다고 해서.. 아까 본 남자는 없고
뚱뚱하고 거만해 보이는 여성이 있다. 단 한 개 남은 아주 예쁜
모스그린 작은 손지갑을 집어 들고 노 디스카운트란 말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트집을-살짝 기스 났음을 핑계로 10% 깍았다.
다른 기스-가죽이라 색이 약간 빠져서...아마 후끼가 잘못된 듯싶은데
그래도 가까스레 30%까지 흥정을 했는데 그냥 나왔다. 사는 사람이 찝찝해 하는 것 같다.
어쨌든 구경 한번 잘 하고 궁정 옆 오렌지 공원에서 사진도 많이 찍힘을 당했다.
아무래도 쑝샘이 의도적으로 내게 잘 하는 것 같다.
상처 받지 말고 여행을 즐기라는 암중 의도 인 듯싶은데...
차 속에서는 가시나무새를 애타게 찾는 노래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아서 네가 쉴 곳이 없네....‘
세상은 넓고 볼 것 또한 많아도 사람의 속은 가름하기 어려워라..
그라나다 근처까지 가신다고 갈 길이 멀다고 서두르는 교수님
등판을 바라보는데 왜 이리 작아 보이는지....
알카사르
메즈키타
여행 20일째 되는 날 드디어 알 함브라에 왔다.
아침엔 흐릴 것 같더니 웬걸 맑고 공기가 청량하더니 낮에는 푹푹 찐다.
전나무 숲길에서 알싸아한 코끝을 쏘는 냄새가 난다.
우리는 나무 냄새인 줄 알았는데 금숙씨 말이 농약냄새란다.
생물선생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서 나는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그냥
숲길로 냅다 들어섰다. 매표하는 곳조차 웅장하기를 표현할 길이 없다.
Al hambra- 카를로스5세 궁정, 왕궁 정원, 성벽(알카사바)
총 세 군데를 볼 수 있는 티켓을 교수님이 끊어 오셨다. 10유로 이다.
양쪽으로 사열식 하듯이 오래된 키 크고 곧게 뻗은 길이 끝나는 곳에
왕실의 사각형 건물이 보인다. 단순하고 커다란 벽돌색 화강암 덩어리가 덜렁 있다.
육중한 문안에 들어서니 눈이 아렸다.
짧은 어둠 끝에 햇빛이 가득한 원형 강당이 나온다.
무늬 있는 대리석 원주기둥이 삥 둘러 서 있는 원형 뜰 안에 해가 가득 들어와 있다.
외관은 사각형이고 그 안은 원형이니 동양사상에서나 있음직한 천원사상이
깃들어 있어 보인다. 지중해 같은 푸른 바다색 둥근 하늘이 가득 들어 있다.
1층과 2층의 원주-기둥양식이 틀리다는 것은 그만큼 조성기간이 차이가 있다는 것일까,
후대 개보수-이슬람 다음의 기독교의 횡포로 변조된 역사의 기록일까
어쨌든 왕이 머물던 곳이라 위화감이 지금도 느껴진다.
왕은 어디에서 사신들이나 아부하는 모리배들을 내려다 보았을까 가늠하며서
2층에서 한 눈에 보이는 중정을 바라보고 또 보노라니 세상 우주의 중심에 서 있다.
이슬람-아라비아 인들의 문화와 문명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각 방에는 그나마 남아 있는 물건과 고미술품들을 전시 하였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절대 지존 건축물이 그 모두를 압도 하듯이 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곳을 나와 비밀의 정원인 듯싶은 작은 집 입구 앞에서 10분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들어가는 관람객 수를 조정하는 듯싶다.
문을 들어서니 바닥에 4송이 꽃이 까만 돌조각으로 모자이크되어 반짝인다.
천년이 넘어도 지금껏 화사하게 피어 있다.
마치 우리나라 대문에서 안 뜰 가기 전 경계구역임을 알려주듯 작은 어두운 공간이다.
그럼에도 당당하고 의미심장 스럽게 보이니 아까건물은 왕의 집무실이고
이곳은 살림집 같은 내실인가보다. 어쩜 왕의 여자들이 있는 할렘일런지...
다섯 걸음 띄어 놓고 보니 내 몸이 시간과 공간 이동을 함께 한다.
가운데 큰 분수 그리고 각 방에 보내주는 물길들을 모아서 방마다 작은 분수들이
설치되어 있으니 여름에 높은 기온과 건조한 더위를 그들 나름대로의 냉방장치가
아닐런지...그때 그 시절 합리적인 과학이다. 램프 요정이 입김으로 지어 낸
지혜가 아닐까...절대 인간들 머리는 아니다. 어떻게 인간만의 능력으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신들이 인간에게 능력을 빌려 주었을 것이다. 무슨 댓가일까....
높은 천장조차 화려하게 꼼꼼하게 채색된 아라베스크 문양.
그 문양들은 발 디디기에도 경외감이드는 바닥에서도 햇빛에 빛난다.
사람 손이 아니 눈길이 닿지 않는 곳까지 은밀하게 정교하게 치밀하게 조각된 벽들.
그림타일이 남아있는 너절한 벽면에서는
원나라가 연상될 만큼 푸르디푸른 파란색 자기 조각들...
이 파란색의 문화는 어디까지일까...손가락으로 슬쩍 흝어 본다.
혹시 푸름이 묻어나지 않을까....
타일과 석회 세공의 아름다움은 1000년이 지난 지금도 천국의 꽃이란 이름으로 피고 있다.
사자의 분수-12마리 사자가 받치고 있는 분수는 보수중이라 누더기 속에 감추어져 있다.
깊고 깊었던 할렘의 한 가운데에서 지금 나는 비록 한 쪽 귀퉁이에서 볼 수밖에 없어도
이곳은 빛과 그림자의 세계, 흰색과 검은 그림자의 세계, 물의 세계와 돌의 세계.....
물과 기름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듯 화합하여 만남을 이루는 세계이다.
기둥과 공간이 어울려 직사각형 연못 안에서 왕궁을 다시 짓고 있는 비밀의 세계이다.
왕의 방 천정에는 도둑들이, 그리스도 교도들까지 미처 손대지 못한 황금색 천정화만이
그 시절을 은은하게 말하고 있을 뿐이다.
정원 옆으로 전체적으로 보수중인 헤네랄리페-왕비의 정원은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주차장 까지 이어지는 깔끔하게 정돈 된 숲은 물의 계단이니 물의궁정이니
아쿠아루- 물의 길이라는 단어에 대한 상상을 충분하게 일깨어 주어 상쾌하다.
번잡한 정원을 지나 태양이 내리쬐는 인간들 세계로 나왔다.
다시 쌓았다는 티를 확실하게 내는 알카자바 성벽을 가기위해 나왔다.
그라나다 시내 중심부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정상부 만년설까지 보이는 성루는
견고하게 보이고, 깊게 파이고 너른 참호들, 그 옛날 무장과 병사들의 고단함조차도
이 모두를 지켜내지 못하고 끝내 그리스도 시대에 이르어 이교도라고
처참하게 유린당하고야 만다.
사람들의 신앙심이란 허명아래 자행되는 미련함을 엿 볼 뿐이다.
세월이 이곳을 도둑의 소굴로 타락 시켰다가
한때는 새들과 고양이 천국으로 오염 시켰다가
워싱톤 어빙이 이곳의 참람한 참상을 ‘알함브라의 이야기’에 소개한 후에
화려했던 그때의 잔재를 최소한 지금 이나마 보여주었고, 복구 복원 작업을
앞으로도 계속 한다고 한다.
타레가 트레몰로(난 형석이가 입으로 들려 준 연주가 더 좋은데....)가
애잔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노래로 남아 있는 장대하고 섬세한 역사의 유물이다.
떠나기 싫은 마음을 바게트1/2 쪽과 맥주 반잔으로 점심 겸 간식으로
공터에서 마신 다음 맴을 돌아 보고, 책 한 권을 사서 가슴에 안고
알 함브라를 뒤로 한다.
복권이 당첨되면 다시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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