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間)에서 엿보기/난민처럼 떠나는 여행

포루투칼-리스본

레이지 데이지 2009. 9. 6. 09:16

 

어제 무어인의 성에서 내려오면서 산 밑 어딘가에 식수용 약수가 있을 것 같다고

하며 내려오는데 아니나 역시 유명한 샘이 있었다.

일명 “연인들의 샘”이라고....

 

그렇다고 숲속의 옹달샘은 아니고 작은 분수처럼 양쪽으로 틀어 논 수도 꼭지마냥

콸콸 쏟아져 흘러 나온다.  오래된 식수터 였다고 하고 그래서 지금도 주민 여러분들의 식수로 쓰이는지  봉고차 뒷 트렁크에다 큰 물통, 혹은 5L 자리 물통 수십 개를 가져와 받아간다. 우리도 이제 여기를 떠나니 그 물을 일용할 식수로 쓰자고 하니 교수님이

난색을 표해서리... 이유는 차 돌리기가 힘들고 시간이 어쩌구... 기달리기 싫어서...

결국에는 샘터에서 능수능란한 능변과 수작(?)에 큰 물통 2개를 얻고 

새치기까지 하면서 가지고 있는 물통을 다 채웠다.

쏭쌤은 나보고 시집 안 간 아줌마라고 놀린다.

헤~~~사실은 교수님인걸....

교수님의 넌스레가  프로급 아줌마이다.

 

자, 달리자~

리스본으로...

 

엄청 먼 거리인줄 알았더니 겨우 한 시간 반 정도 달리니 도시가 보인다.

날씨가 다시 흐리다.

리스본 독립 기념 광장에서 ‘우팅팅 (wu-吳 ting ting)을 만나기로 하고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만나자 마자 점심을 먹고 움직이자 쪽으로 의견을 일치하고

저렴한 식당을 찾으니 중식 뷔페가 있다고 하여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 유명한 바이샤-시내 중심 상업지구를 구경하며 지나가니 

우팅팅의 사돈의 일종의 일촌이 경영하는  식당이었다.

어느 웨이러는 오빠라고 하고...

오랜만에 약간의 중국식 음식을 먹으니 나의 정체성이 묘연하다.

유럽에서 영어도 아닌 짧은 중국어를 사용하며,

75% 중국음식을 익숙하게 먹고,

나는 중국 사람인가, 한국 사람인가...

다른사람들도 좋아라 하니 그들이 한국사람이니 나도 한국사람으로 묻어 가야지.

어제의 과음 후유증으로 잘 먹지 못하니 짜증이 나기 시작 한다.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서 얼쩡대는데  먹지도 못 하고...

얼마 먹지도 않았는데 배가 부르고....

속 상함을 떨치고  밖으로 나오니 제법 줄기찬 비가 내린다.

 

교수님이 대표로 차를 가지러 가시고 우팅팅은 자기 차를 집에 두러 가고

나머지는 마침 식당 앞 경사가 큰 계단 밑에서 기다리기로 하는데,

현석이가 국제전화 카드를 어떻게 사느냐 묻기에

식당 여사장과 얘기했더니  때맞추어 그녀가 갖고 있는 새 카드를 돈 주고 샀다.

같이 간 사람들이 수단이 짱이라고 하는데 웬지 칭찬은 아닌 듯 하고...


계단 옆에 이상한 수직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물어보니

상하로 움직이는 전차라는 뜻인 것 같아서 호기심이 생겨서 왕복표를 사서

올라가기로 하니- 싫다는 쏭쌤을 꼬시고 모녀가 낑겨서 같이 올라갔다.

올라가니 시내 전경이 다 보이고 빗 속에 사진을 찍는다고 우왕좌왕하고

저 멀리 강인지 바다가 선명하게 보인다.

교수님 카메라를 갖고 있어서 그것으로 찍으려 하니 화면이 안뜨고  시커머케 나온다.

이것 왜 이러지.. 하는데

송셈왈 남의 장비 함부로 건들지 말라고 한다.

Down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이럴 수가   렌즈뚜껑을 열지 않고 찍으려 했었으니.. 당연이 까맣게 보이지...

뒷머리 살짝 짚고 기절 할 뻔 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올라간 곳은 산타 주스타 엘리베이터 로 리스본 명물이고,

에펠타워를 설계한 사람이 설계했다고 하는 유명한 것이다.


계속 쏟아지는 빗속을 헤치고 떼주강변에서 놀고

날궂이 기념으로 어제 못간 카스카세이스를 가기로 한다.

근처까지 갔다가 크고 유명한 카지노건물을 구경하고 뜬금없이 이상한 물건 파는 가게

즉, 남녀상열지사 용품점을 난생 첨 들어가 보는데 남 우새스러워서리..

의외로 ‘딸’이 담담하게 용의주도 있게 보고 있는 것이 세대차를 느끼고

그 애의 대답이 뭐 아무렇지 않다고 하니 난 내가 내숭쟁이가 하는 생각도 한다.

그 애의 머릿속의 색깔은? 뭐 이런 생각도 스친다.

 

어쨌든 운전석 옆에서 조수 하는 것도 힘들지만,

서투른 이중 언어체계가 미숙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엄청 힘들고 피곤하다.

숙소를 잡고자 장시간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

저녁도 못 먹고..

결국 빈손으로 왔더니 남아 있는 사람들은 페스츄리를 먹고 있는데

모녀의 딸 입으로 들어 갈 뻔 했던 빵 한 조각을 얻어먹는데

엄마가 또 보고싶다.

 

리스본에서 숙소를 잡지 못하고 어제 그 신트라로 돌아간다는 말에

뒷자리에서 잠이 들었다.(난 기절 했는데...)

내가 코를 골며 기절한 사이에

교수님이 절대 들어서면 안되는 고가도로를 타고 내일 넘어야 하는 다리를 건너

장시간을 헤매는 바람에 포루투칼 남단 스페인 국경까지 내려왔다.

그 와중에 어디서 쌕에, 쌕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 소리의 진원을 찾으니

내가 세상 저 편에서 자고 있더라는 야그다.

 

어쨌든 비만 오면 우리는 돌려봐! 투어로 전환된다.

그냥 우리끼리 다녔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팅팅도 저녁을 거르며 고생한 결과가 없다.


2월 8일 목요일 비


아침에 일어나니 이곳이 어딘지 아무도-난 모른다.

아는 것은 이곳은  Ibis 싸구려 모텔이다.

비는 살짝 오는듯 하는데 앞 유리창이 카센타 세차장이다. 강도있는 비가 온다.

그럼에도  명도가 밝다.

호랑이 재혼하는 날인가....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한 참을 적막함 속에서 차는 달린다.


생서스라는 바닷가에 오니 이미 날은 개고,

이 곳 역시 한무리 갈매기떼는 해바라기하고,

다른 한 무리 갈매기들은 비행연습하고,

나머지 무리들은 인간들을 관람하고...

그런데, 갈매기들 덩치가 인천에서 본 갈매기 크기가 아니다.

그들도 이 곳 사람들처럼 튼실하다. 크다.

밖에 나가니 바람은 춥다. 설렁한데 서핑하는 사람도 보인다.


Lagos에서 기념품을 산 듯하다. 그러나 별 기억이 나지 않고 생각만 가득하다

 

주위 경관,

자연이 보여주는 파노라마보다 사람들 관계에서 물결되어 오는

그 여파가 강하고 인상적이다. 씨도 없는 미움이 내 속에서 자라고 있다.

나는 미움을 위하여 그 어떤 영양분도 주지 않았는데

미움은 재크의 콩나무마냥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짜증은 쌓이고 인내는 더욱 더 요구한다.


말도 안하고 가니깐 교수님 말씀이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변한다고 하는데

‘기역’ 모 여인은 아직 때가 안된것 같다고 변하지 말라고 한다.

말을 하고 평소대로 감탄하고 즐기란 말인데...귀찮다.

말을 아끼고 사랑 해야지.....

나의 본성을 서울에 두고 왔는지 알았더니 그 성정 까칠한 요정이

가방 속에 몰래 무임승차하여 이제 슬슬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Faro에서 방이 없어서 여자들만 일단 자고 남자들은 밥만 먹고 다른 곳으로 떠났다.


아침에 그들은 호텔식사건에 대하여 매우 흐뭇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우리들은 굶었다. 왜냐면 부식과 장비들이 차에 실려 있었다.

다정한 남자들이 없어서 밥은 먹었나는 질문도 없다.

코브라보다 방울뱀보다도 냉정한 남자 동행들....


무엇보다 

여자들끼리 화합하지 못하는 이유를 지금도 잘 모르겠다.(거짓말3)

어린것은 어린것대로, 늙은이들은 늙은 대로 암상을 떤다.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것보다,

살면서 장애를 얻게 됐을 때,

그것도 신체는 너무나 멀쩡한데 정신적인장애가 생겼을 경우,

가령 예를 들면 유전인지, 병의 일종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서발달장애가 생긴다면

가장 가까운  가족은 이를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엄마라는 역할이 주는 강한 보호본능이 내 ‘아이가 남들과 달라요’ 를

간과하고, 체면이나 위신 때문에 겉으로 내 세우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친다거나...

쉬쉬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이렇게 멀쩡하게 글을 쓰고 있다가 언제 어느 때

깜찍한 주정뱅이로 변신할런지 나 자신도 모르는 일이다.

삶은 그렇다. 변화와 예측 불가능이다. 


계속 달리며 어딘가에서 구경하고, 어느 길거리에서는 밥 먹고...

내 수첩에는 이제는 욕만 적혀 있고 기억은 점점 상실되어 간다.

이것은 해독작용인지,

아님 혈액 속에서 뭔가 2%가 부족 한 것인지...

 

포루투칼을 이렇게뿐이 볼 수 없는것이 아쉽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이렉트로 올 수 없는 갈수도 없는나라이고,

언제 또 다시온다는 약속도 못 하는데...

많이 아쉽다.

 

 

Elevador Sta Justa

위에 올라 오면 낡은 성곽에 미술관이 있다. 경우에 따라 공연도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차이니스 뷔페식당에서

상호, 우팅팅, 현석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이(間)에서 엿보기 > 난민처럼 떠나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과의 합체  (0) 2009.09.06
세비랴의 이발사는 어디로 갔는가....  (0) 2009.09.06
포루투칼-신트라  (0) 2009.09.06
돌리고 돌려...  (0) 2009.09.06
생각중....  (0) 2009.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