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져보기/그림들

떴다방사진전-제31회 유순영: 어머니의 노란상자

레이지 데이지 2019. 6. 16. 03:25

 

 

 

<두서없는 나의 색경.>

 

옛날에는 거울을 색경이라고 불렀다.

빛의 반사로 이루어지는 사물의 모습을 생각할때 사진기혹은 카메라보다는 '색경'이란 단어가 우선 떠오른다.

먼지도 없는 색경을 딱을 생각도 없이 ...(뿌연 렌즈에 얹어진 삶의 띠끌도 사진인양) 모 선사들 깨달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제31회 #떴다방사진전

'어머니의 노란상자'- #유순영 작가님 사진 관람하는데 벌컥 엄마 생각에 허억 숨을 멈춤 했다.

 

나의 엄마 로수복씨는 내 기억속에서는 늘 노동만 하는 노인네였다.

그녀 역시 소녀였고 아가씨였고 분명 아름답기를 원했을 여성이었을 나의 엄마였다.

그럼에도 내게 지금껏 남아있는그 엄마의 냄새는 노동이었다. 유순영씨의 작품속 노란 상자처럼.

초록이 반짝이는 과수들 옆에는 이 노란 콘테이너 박스는 엎어져 있으면 쉼터가 되고 빈것으로 있으면 아직 과수원이 진행중이고 과일이 담겨있으면 수확의 계절이다.

 

그 모두 몸의 움직임 노동의 결과이다.

 

과수원집 딸- 작가가 아직 살아계시는 엄마를 주제로 한 모습은 자연도, 과수원에 피는 꽃도 아니고 그 자연속에 꽃들중에 우툭벌툭 피어있는 어머니의 움직이는 모습이고 옆에 붙박이로 있는 노란상자이다. 작가는 이미 먼저가신 아버지를 대입하였지만 나의느낌은 어머니의 동반자 노란박스는 노동인듯.

 

훅훅 지나가는 사진 컷속에서 울 엄마가 그 속에 계시다.

피사체 심도 깊은 속에 하얀 머리 파마 다 풀리고 염색물 언뜻 남아 있는 엄마가 매화꽃속에 그림처럼 머리만 계시다.

 

어느날

울 엄마도 노동을 멈추고 심껏 정장을 하시고 이쁘게 구찌베니 바르시고 한 컷의 사진을 남겼다.

견진 성사를 보러 가시는 어느날 이었다.

 

엄마는 이 담에 이 사진으로

'나를 남겨다오...'하셨다.....

 

다른 사진은 시러라 하시고 제대로 찍으러 하믄 다 늙은 논네 사진 모러 찍냐 하믄서 손사레 흭휙 내 젓었었었었다.

 

오늘은 색경을 너무 많이 본 하루였다. 

왕수다를 떨은 내 모습을 보신 작가 선생님들 그만 용서 하여 주세요.

그리고, 왕수다를 들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