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즐겁고나 지저귀는 새들처럼 지지배배...>
부평 아트센타 해누리극장에서 공연하는 판소리 다섯 마당을 듣기 위해 느닷없이 백운...부평지나서까지 움직인다. 무려2시간 걸린다.
(사)우리소리가 기획. 연출. 주체 가 되어서 공연한다. 어제 신나게 잘 놀고 오늘 아침늦게까지 자는데 문득 수첩을 뒤적이니 표가 있다.
청춘님이 꼭 참석하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1장 주셨는데..비싼 표인데...청춘님 장명규 선생님은 청어람 회원이지만 우리나라 손꼽는 화백이시다. 그분 주위 팬은 청춘님이라고 부른다.
늦게라도 도착하여 보란듯이 들어야만한다.
수궁가...배를 가르고 간을 내 놓는 불법 장기 수술이었으나 토끼의 지능이 자라보다 월등하여 119에 연락 안해도 더 잘 훨씬 좋아서 잘 헤쳐 나온다.
흥부가..우애와 착함이지만,
먹을것이 눈꼽만큼도 없는 흥보마누라가 잘 현명하게 살아내는 이야기이다. 가난하여 제비가 물어 준 박이라도 긁어서 먹으려하니 순간 일확천금으로 자수성가하여 다산 과 다복 으로 '박타는 과정'을 듣는다. 모 조폭 아니믄 졸부이다.
심청가.. '효'를 표현했으나
주책바가지 심봉사가 딸도 팔아 먹더니 사기에 걸려서 파므파탈 뺑덕엄니에게 버림받은 심봉사의 집착을 리얼하게 표현한다. ...만약 나였다면 아직도 그대는 내사랑~~~보다 잘가라~~영영 안녕 했을텐데 뒤늦게 잘됐다는 황성상경기이다.
중간에 멋진 승무가 나온다고 하여 긴장했는데 양반 부채춤을 한량스럽게 춘다. 힘있게 박력있게...엉거주춤...
이매방 선생님 이후 매우 나름 부드러운 춤사위를 본다. 나풀나풀 춤이다. 살풀이전공 박성호 명인은 그 큰 키에도 불구하고 매무새가 우아하다.
춘향가...사랑가 아니믄 듣기도 싶다고 한다. 옥에 갇힌 춘향이를 사위와 함께 보러간다는 월매 넋두리 한 대목을 한다고 했지만 다행하게 그냥 사랑 타령을 한다. 목을 푼다고 '이산 저 산' 헤매다가 자칫 춤 한바탕 할뻔 했지만 좋다.
김경아 명창은 10월6일 춘향가 완창 대여섯시간 한다고 한다.
적벽가...김일구 명창님께서 노구를...여든이 넘어 서울 상경...조자룡과 복룡 제갈공명 이야기를 재담과 함께 듣는다.
'충'은 저리가라!!
하닐없는 백수 3명이 도사인척 공명을 꼬드낀다. 사실 공명도 사시를 패스 못 했다는거 아닌가! 그럼에도 기우제와 함께 최선을 다하다.
대단원으로 남도민요를 떼창으로 한다.
어제배운아리랑이 생각난다.
옆집 서방슨 고기잡으로 간다
우리집 저잡것은 퍼질러 자파졌네
아리랑 아라리욧.
~~저 건너 처자가 일어나다 엎어지믄 일으켜준다
아니랑 아라리오오 으흠음
그런다머 주어도 보듬아 안아본다. ....
아리랑 아라리요~~~앗싸아....
1인 창무극인 판소리를 듣다보니 난 음치였다는 그 사실을 인정 한다.
태어날때부터 어쩜 전생에서부터 음치일런지 모른다.
국민학교4학년 그때 봄에 우리들 어린 우리반은 어디에 가서... 만리동 환일학교 강당에서 기악합주합창을 한다.
각자의 악기를 선정하는데 난 제일 싸고 만만한 캐스터너츠를 선택하고 매일 1시간씩 연습한다. 노래와 함께 집에서도 시끄럽다는 지청구를 들으며 맹연습을 한다. 이것들아...실로폰 안 사달라고 산것을 다행이라고 해라!!
얼굴에 여드름자욱이 한가득한 여선생은 사대(?)졸업과 동시에 부임하자마자 우리반 담임으로서 의욕적으로 우리를 가르쳐 주었지만 특히 난 잘 따르지 못했거나 그 냥반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날 당일 그 공연장을 가지 못했다. 당번이라고 아니 기악에서 캐스트터너츠가 남는다고 했는지.. 교실에 남아 있으라고 했는데 그냥 집으로 간 기억이 남아있다. 요즘 말로는 '왕따' 당했던 거시다.
우야둥
그때 그 충격이 지금껏 남아서 그 흔한 노래방도 손에 꼽을만큼만 갔다.
그 냥반은 지금에사 생각하믄 문수보살 현신일듯싶다.
고래도 칭찬하믄 지루박을 한다는데 칭찬은 커녕 왕따당한 기억을 남겨주었으니 세상의 그 누가 무엇을 준다해도 난 노래를 절대 안한다. 못 한다. 할 수 없다. 더불어 흥도 없으며 사라졌다.
내 떠도는 성품에 흥이 넘쳐 노래라도 잘하는 기질이라면 이 푸른 지구세계를 휘어잡는 건달파 한량이 될뻔 했지만, 그때 그 기억으로 말미암아 겨우 슴쉬고 말하는 목청을 지녔고 듣는 귀가 있음을 감사드린다.
그러니 자연 노는 시간 몸으로 하지 않고 가마니처럼 가만히 점잖게 듣고 있으라는 문수보살님계시를 내려준 선생님께 감사 드릴뿐이다. 악기는 말해 무엇하리..
요즘 아쟁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캐스터네츠도 못하는 음치가 무엇을 하리요...하는 마음에 조용하게 접는다.
그 냥반은 지금쯤 잘 살아계신다면 대략 75세는 되고
중년의 큰애가 있을듯 싶고 큰손주도 보셨을듯 한다. 오야둥
부디 평온하게 행복하게 잘 사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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