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 靜 ...우두커니, 멀거니/낯설게 하기

손톱에 봉숭아물 들이고-결계를 해지하다.

레이지 데이지 2020. 2. 16. 17:34

<<결계를 해지하다>>
백조. 
달리 할것이 없어서 진정한 게름속으로 빠져보자는

(대문밖에서 잠그고 열쇠를 힘껏 던져 버렸다는)

이런 마음으로 소파늘보생활로 들어서는듯 하다가 헤쳐 나왔다. 

전염이 강한 바이러스가 창궐한 영향도 있고 새해벽두이니 뭔가 새로운 결심꺼리도 찾고싶고 하여 결계를 치고 은둔과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으나 뜻대로 안됐다.

핑계는 정퇴 교장선생님이 괜히 책을 보내주셨다.  
큰 목소리가 택배요! 하면서 철퍼덕 소리에 빼끔 문을 여니 뾱뾱이 포장은 바닥에 떡실신 하고 있다.

게른녀자는 문 연김에 맨발에 스레빠끌고 더우기 대학교앞 문방구까지 가서 "손톱 물들이기 봉숭아"를 득달로 사 온다. 손톱부터 활활 시뻘건 불꽃으로 만들어 책장를 넘기며 불태울  도섭을 부릴려고 하는 거시다.

울 엄마는 한 밤중 3시20분쯤 따님을 보러 오셨다. 건장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긋이  내려본다. 마지막으로 젤 우선으로  따님에게 미련이 남아서 였을까?  게른녀자는 그때도 소파에서 설피 잠들어 있었다.  

 

낮에 엄마를 보러갔는데 주무시고 계셔서 그냥 맥칼없이 옆에 누워 있었다. 엄마는 불현듯 깨어나시며 하얀옷입은 남자 셋이서 같이 가자구 해서 다음에 간다고 했다며 너무나 해맑은 정신으로 오늘밤은 엄마하고 딸이 같이 자자구...같이 자구싶다구...자고 가라구 한다. 

엄마는 아구방망이 여시가 있어서 재미났는데 넌 암것도 없어서 무슨 재미로 사니? 얼굴을 빤히 본다.  그러구 다시 정신을 어디선가에 버렸는지 기운을 탕진 하신다. 기를 부리시믄 안되는데.... 
요양원규칙은 보호자는 숙박이 안된다고 하고  한 일 아무것도  없는데도 지치고 난감황망한 심정인 나는 집에 와서 그대로 소파에서 잠들었던 것이다.  
엄마는 그날 밤 그 길로 꽃신 신고 가셨다. 
낮에 본 하얀옷입은 남자 셋이 다시 와서 모셔간듯 하다.

그후  2월이 되면 게른녀자는 '난 이제 정말 독거구나' 하며 스스로 유폐에 감금에 자폐에 빠진다.  이미 저질렀던 잘못을 되새김하며 앞으로는 절대 두번다시 그러지말아야지 하는 늦된 청개구리 딸이 된다. 근데 엄마는 한 번 가고나서 꿈길조차 안 오신다.

살아있는 게른녀자만 기억속에서 후회한다. 

그렇게 2월은 지나가면 게른녀자는 언제 소파늘보였었나 싶게 일을 만들며 돌아 댕긴다.  

삶에서 그 이전과 그 이후 경계선을 긋는 사건사고가 있다면 나의 경우는 '아직도 없다'이다.  
엄마가 꽃신신고 가신 일은? 
순서는 없어도 어짜피 태어나면 다 가는거고 
만나면 헤어지고 뜻은 있어도 실행은 안되고 느닷없이 일은 벌어지고 모 그런다. 지금처럼 햇빛있다가 굵은 먼지처럼 눈발이 날리고 그런 것이다. 이런 와중에 빨래판의 골 처럼 치대기며 살아내는거다.

#권혁란-엄마의죽음은처음이니깐
#트레블테라피
#포토테라피
#우울한독서여도독서는나의힘

 

게른녀자는 작가의 '트래블 테라피'에 관심이 더 간다.

내게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