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間)에서 엿보기/길 위의 지나 간 이야기

#58_인연의늪에서

레이지 데이지 2020. 11. 1. 02:27

<오늘 무엇을 했다.#58_인연의늪에서 허브적.>

외로운 시월의 마지막날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할로윈데이가 요즘 우리나라 젊은이부터 시작되어 점차로 인기가 있나보다. 전철타고가는데 한꼬마가 낫같이 생긴 사슬을 들고 혼자 놀고있다. 옆에서 들어보니 가볍다. 플라스틱인데 진짜같은 색을 냈다.

몇년전 엄마가 돌아가시고 적막 강산속에서 세상이 싫어졌다. 사실 그때는 엄마의 선종보다 일신상 어처구니없는 웃긴 일들이 누적되어 겹치고 겹친 시기였다. 슬픔보다 허망한 생각이 더 컸다. 죽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할때였다. 주위에서는 환경에 변화를 주라고 해서 장기여행을 계획했다.

근데 중국에서 업무로 알게된 사람이 아주 오랫만에 연락이 왔다. 중국남경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라고 한다. 어학연수는 하고 포스트를 남경에 두고 그 주변 특히 서쪽 으로 탐방하자고 한다. 사실 걸릴것이 없는 홀홀단신이니 쉽게 결정을 내렸다. 대범하게 통장들을 싹 정리하고 집은 살던 그대로 놔두고 꽃나무들은 어쩌나 하면서 먼지와 함께 문만 잠그고 떠났다.

남경사범대 기숙사에 숙소를 정하는데 방친구를 외국인으로 선택했다. 종교불문, 인종불문, 나이불문(나보다 많을 수가 없겠지.) 도착하여 보니 다 예약된 방으로가는데 28살 그녀만 방이 없다. 기숙사 예약을 못 했다나 어쩐다나...난 아직 외국인이 안들어와 반쪽 룸메가 빈 상태이고 그래서 그렇게 그녀와 지내게 되었다. 숙소 일용품을 카르푸에서 사고 그녀에게 중국돈을 빌려주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후에 그녀의 엄마와 오빠가 와서 청소하고 돈도 주고 모 그러고 갔다. 그들은 시내 호텔에 머문다고 한다. 몬가 잘못되어가는 룸메같은데...그녀는 엄마가 없는 살림에 그녀오빠만 위하고 북경으로 유학 보낸것에 질투하여 열심히 알바하여 돈 모아서 어학연수를 왔던 것이다. 거기에 오빠는 곧 결혼하는데 전세집에 방이 여유가 없다는것이다. 그래서 연수를 핑계로 독립을 하는것이다. 원래는 식구들이 모두 같이 오기로 했는데 엄마가 오빠한테 먼저 가느냐 따로 왔던거다.

그들은 정리를 대충하고 가면서 아줌마와 잘 지내라고 한다. 그말에 아주머니도 아니고 아줌마라니...것도 인사도 없이 갔다. 따지면 난 그녀의 엄마보다 더 나이 먹었을지 모른다.

그녀는 새벽5시면 일어나서 2시간정도 욕실을 차지하고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 향수로 다시 샤워하고 손바닥만한 치마를 입고 킬힐을 신고 등교한다. 난 5시에 일어나 1층로비에 있는 화장실을 갔다가 운동장 한바퀴 돌고 들어와서 간단하게 정리하고 식당가서 죽한사발먹고 교실에 간다. 교실배정에 그녀는 1학년1반 생 기초반이고 난 7반으로 배정 받았기에 서로 얼굴 부딪치는 일은 없다. 그리고 그녀는 낮에는 너무나 바쁘고 난 한국인 학생 어린애들 사이에서는 왕따였다. 그 얘들은 이상하게 점점 멀리한다. 그러는게 오히려 편했다.
냉담하고 냉냉한 사이로 방만 같이 쓰고 있다.
그래서 학교 주변 문방구 아줌마나 간식 아저씨나 과일가게 점원들과 말을 하고 살았다.

그래도 울적하고 공부도 안되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거리를 방황도 하고 운동장을 거닐어 보기도 하고 바케트빵집에 죽치고 앉아서 책보고 혼자서 그야말로 지랄하고 지내고 있었다.

어느날 저녁에 지쳐서 초죽음으로 방에 들어오는데 무슨 축제가 진행중이다. 학생들이 어느 방하나를 내고 서로서로 술과 과일 그리고 분장들...평소에는 근엄한 이태리 남자도(그도 늙은 학생)...러시아도...전부...장난과 함께!!
해피 할로운 이라고 졸지에 참여하여 같이 놀게 되었다.
즐거운 경험을 하고 아이넝(爱能) 이라고 하는 주바(酒店)에 가자고 해서 그 분장 그 모습으로 전부 그곳에 갔다.
​밤3시가 넘도록 돌아 다녔다.​ 그리고는 아침이다.

그 다음날부터 우울증이 사라지고 터키. 케냐. 인도네시아. 가나. 차드. 멕시코. 독일. 태국 세계 각 나라 아이들과 말하면서 그들의 미래에 대한 꿈을 들으며 지냈다.

사람의 관계는 우연히 만나 관심을 가지면 인연이 되고 공을 들이면 필연이 되는듯 하다.
아직 필연은 없이 인연만 남아있다.

할로윈데이가 오면 얼굴도 흐릿하고 이름도 가물되고 그저 아스라이 그리움만 남긴다. 외로움은 누군가가 채워줄수 있지만 그리움은 그때 그 순간이 아니면 채울수 없다는데...
지금 이 시간에 열성적으로 치열하게 사는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