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마음에 동요가 심하게 와서 순라길을 이리저리 걷고 종묘앞까지 왔다가 바람삐지듯 가라앉는 마음이 되다.
어제였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하고 늘보가 되어 있을 예정이다.
무엇도 하지마라 하는 11월이다.
저장하는 시기이다.
겨울을 잘 보내려면 내보이지말고 내면으로 침잠해 들어가 보자.
<오늘 무엇을 했다. #56_ 金이 없다.>
어릴적에 무슨 앞날이 그리도 궁금한지 점바치를 만날려고 몇 번인가를 찾아 갔었다. 대답도 잘 듣지도 못하고, 타고난 운명이 별 신통치 않았는지 기억에 남는것이 없다.
모 좋다는 말을 듣지 못했을 뿐이고 때로는 예방을 하라며 굿을 요구하고 어떤 곳은 속옷을 밤12시에 불태우라고 하기도 했었다.
년초에 이르면 토정비결 보고 년말되면 허망하고 그랬다.
타고난 숙명은 어떤가 궁금해서 음양오행설에 따른 책도 보고 관심있게 지속적으로 지켜보았다.
엄마는 그런 돈있으믄 맛난것이나 사 먹으라고 했었다.
다 쓰잘데기 없다고 하셨다. 그저 열심히 움직이고 조심하며 살으라고 했다. 넘한테 해꼬지 안하고 분수를 잘 지키라고 하셨다.
엄마말은 모 귓등으로도 안듣고 마구다지 내마음대로 하다가 지금에 이르러 요모양 요꼴로 소파늘보처럼 있을 줄 몰랐다.
사주에 金이 없어서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물질은 내게 남지 않고 정신만 생각만 넘치고 결과가 없는거다. 실천과노력이 부족한건가!!
그래서 게름이 넘치는것인가!!
나의 사주에는 물이 많아서 엄청 넓은 대양같은 겨울바다위에 해가 뜨는 그런 그림이라고 한다.
엄청난 에너지와 열기가 가득한 "아침에 떠 오르는 태양".
열정적이고, 활동적이고,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감정표현하고...이 모든게 결합되어 예술적인 끼를 마구 마구 발산하고 산다고 했는데 얼음위의 태양이라니 과연 열기가 있을까!
물도 큰 힘을 가진, 들어오는 모든 걸 다 품는 바다인데, 질곡한 삶을 다 살아낸 영혼이 거의 막바지에 이른 그곳에서 거대한 우주와 같은 바다위에 꿈과 이상을 실은 상상의 동물 용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역활이란다.
나의 운명은,
행복하고 싶고 성취하고 싶어하고 그토록 탐내어 갖고 싶고 훔치고 싶을만큼 그 아름다운 운명은 누군가에게 무대가 되어주고, 누군가를 뒤에서 키워 주는 땅이라고 한다. 배경이 되어서 박수나 치고 돌봐줘야 한다는데 넘치는 물과 비옥한 땅으로 인정을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데 정작으로 내게 남는것은 바라지도 말아야 한다는거시다.
글타면 봄에 씨가 뿌려진 자리에 열매를 맺는 "성장" 하는 시기를 지나고 찬란한 잎을 피우고, 무성함, 번성함, 그런 단어들이 사라지는 것인가?
괜한 질투로 나자신을 분노하며 지내고 있다.
늙음도 없으면 혼자 노하고 시기하고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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