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엔 비 - 그녀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자연스레
*7월 15 금요일, 비. 16일 토요일, 비. 17일 일요일, 비......
3雨日 주말을 맞이하며 이 글을 님들께 보냅니다. 비와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저는 내일 빙하리 임도로 비맞이 갑니다. -자연스레
<유리창엔 비>. 비 오는 날 생각나는 대표적인 가요 중 하나. SG 워너비, 양현경, 백미현 등의 리메이크 곡으로도 널리 사랑받고 있는 이 노래...
원곡은 햇빛촌의 노래이다.
햇빛촌은 이정한, 고병희 혼성 듀오로, 특히 상명여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했다는 여성 멤버 고병희는 당시 이 노래 <유리창엔 비> 단 한 곡으로 일약 인기 가수 반열에 오른다.

기본적인 감성적 분위기가 깔려 있는 데다가, 애처롭고, 처량하고, 청승 맞기도 한듯한 고병희의 노래를 가만히 듣고있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노래 부르는 여성분들은 혹시 이혼녀?
(물론 아니겠지만.)
-아니면, 전생에 사랑에 미쳐 비 맞다 죽은 여인?
(이것도 물론 아니겠지만.)
-아니면, 어렸을 적 보았던 미친 처녀같은...?
어렸을 적 이야기 한토막을 소개한다.
우리가 살던 동내 근처에 결혼도 하지 않은 어느 젊은 처녀가 있었다.
그녀는 화장을 곱게 하고 옷도 그럴싸 하게 차려입었고 또한 하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당시 우리집은 대전 시내에서 레코드 가게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게 앞에서 허공을 향해 물도 들어 있지 않은 고무 물총을 연신 쏘아대었다.
그녀는 오가는 행인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중얼거림은 없었으나 이따금 누군가를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듯 한 표정이었다.
지금이야 종로 거리에서 그런 일이 있으면 누군가에 의해 119에 신고라도 해서 <상황끝>일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 시절은 종종 오고 가는 행인들의 수근거림, 미친년 운운하며 비웃는 중고등학교 아이들, 쯧쯧 어쩌다가 혀를 차는 아낙네 같은 이들이 대수였다.
그녀는 그렇게 낮에 정신을 놓고 있다가 저물녂에 정신이 들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 없이 흐느꼈다.
그리고 잠시후 눈물을 흠치고는 어디론가 사라지곤 했었다. 나는 그녀를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뒤 따라가다가 돌아오곤 했다.
한 일주일 쯤 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가족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금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정신이 들어 이사갔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소문만 무성하지 어느 것 하나 확인된 것은 없었다. 그 이후 나는 그 여자를 본 적이 없다.
다만 그 일은 '아, 사랑이 잘 못되면 저럴 수도 있는 것이로구나' 라고 내 뇌리에 각인되어 기억으로 깊숙이 남겨졌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그녀가 생각이 난다.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한 맺힌 채 하늘나라로 갔을까. 아니면 아이 낳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까,
아니면 지금도 정신병원에 있을까.
때론 20~30대의 생각도 나고 저 생각도 나고... 그런다.
글쌔, 비 노래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하는 내가 정상인지
세상이 정상인지
내가 싸이코인지
혹은 세상이 싸이코인지
내가 생각이 없는 건지...
세상이 생각이 없는 건지...
창 밖에 무심한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유리창엔 비(이정한 작사, 작곡)/ 햇빛촌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 놓고서
이슬만 뿌려 놓고서
밤이 되면 더욱 커지는 시계 소리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
이 밤 빗줄기는 언제나
숨겨놓은 내 맘에 비를 내리네
떠오른 아주 많은 시간들 속을
헤매이던 내 맘은 비에 젖는데
이젠 젖은 우산을 펼 수는 없는 걸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리고 있네
이 밤 마음 속엔 언제나
남아 있던 비워둔 빗줄기처럼
떠오른 기억 스민 순간 사이로
내 마음은 어두운 비를 뿌려요
이젠 젖은 우산을 펼 수는 없는 걸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슬픔만 뿌려 놓고서
밤이 되면 유리창에
내 슬픈 기억들을
이슬로 흩어 놓았네

사람이란 참 이상한 존재같아
전 영칠
왜 비를 볼까
왜 빗소리를 들을까
왜 비를 보면 사랑을 그리워 할까
왜 빗소리를 들으면 지나간 사랑이 기억될까
용감하게
용감하게
가던 길로 그대로 가면 되는 것을
가던 길로 그대로 가면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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