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은 여느 꽃과 달리 낙화했을 때 더 아름답다.
탐스런 꽃송이가 목이 부러지듯 뚝뚝 떨어져 풀밭을 뒹굴면서도 해맑게 웃는 모습은 동백만의 매력.
유례없는 겨울 한파와 춘분을 지나서도 시샘을 부리는 꽃샘추위 때문에 보길도를 비롯한 남도의 동백꽃은 이제야 절정기를 맞았다.
반쯤은 피고 반쯤은 낙화해 고개를 들어도 붉고 고개를 숙여도 붉은 동백숲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전남 완도 보길도
어부사시사’를 쓴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였던 보길도는 곳곳이 동백나무 꽃밭이다.
그 중에서도 동백꽃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세연정 주변으로 동백나무 고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연못 위에 떨어진 동백꽃이 연못을 떠다니는 풍경과 보길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뚝뚝 떨어진 동백꽃은 한 편의 시이자
한 폭의 그림. 세연정 가는 길의 여염집에는 보기 드문 하얀 동백꽃도 피어 있다.
보옥리의 동백숲도 장관이다. 망끝전망대와 뾰족산을 지나 만나는 보옥리는 타조알보다 큰 몽돌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해변 옆에는 수령 200∼300년 된 동백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섬 동쪽 끝의 백도리 해변엔 ‘송시열의 글씐바위’가 있다.
상소를 올린 것이 화근이 돼 제주도로 귀양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이곳에 상륙한 송시열이 자신의 억울한 심정이 담긴 한시를 남겼는데
이것이 석벽에 새겨져 있다.
◇ 충남 서천 마량포구
서천 화력발전소 뒤편의 바닷가 언덕은 동백정을 중심으로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수령 500년의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정원을 이루고 있다. 남해 바닷가와는 달리 이곳의 동백나무는 거센 바닷바람 때문에 키가 크지 않는 대신 가지가 옆으로 넓게 뻗어
관상수를 보는 듯하다. 송이째 떨어져 잔디밭을 뒹구는 동백꽃은 현기증이 일 정도로 처연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마량포구는 동백나무의 북방한계선이다. 이곳 동백나무는 12월부터 개화하는 동백과 달리 한겨울 찬바람을 극복하고 3∼4월에
고운 자태를 뽐내는 ‘춘백(春栢)’이다. 동백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마량포구 일대는 주꾸미가 제철이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의 주꾸미는 구이, 전골, 샤브샤브, 회무침, 볶음 등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돼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 경남 거제 지심도
거제도의 동쪽 바다에 위치한 지심도(只心島)는 하늘에서 보면 마음 심(心)자를 닮은 폭 500m, 길이 1.5㎞의 작은 섬이다.
전체 면적의 60∼70%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동백섬으로 불린다. 아담한 선착장에서 섬 중턱 쉼터까지 이어지는 지그재그 오솔길은
동백나무 터널이다. 원시의 생명력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오솔길은 수령 수백 년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즐비하다.
지심도는 1930년대에 일본군 300여명이 섬 주민들을 쫓아내고 주둔했던 곳.
섬 남단의 일본군 포진지와 탄약고, 섬 북단의 서치라이트 보관소와 망루 등 당시의 생채기는 아직 섬 곳곳에 남아 있다.
거제도의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1㎞에 걸쳐 펼쳐지는 학동동백림(천연기념물 제233호)은 바다를
배경삼은 동백꽃과 동백잎이 멋스럽다.
◇ 전남 여수 오동도
조성 공사가 한창인 여수세계박람회장과 768m 길이의 방파제 연결된 오동도는 예로부터 동백섬으로 불려왔다.
동백열차를 타고 오동잎 모양의 오동도에 들어서면 진초록 잎과 붉은 꽃잎, 그리고 샛노란 꽃술이 선명한 동백꽃 세상이 펼쳐진다.
오동도의 동백나무는 5000여 그루로 시누대를 비롯한 194종의 아열대 식물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그린다.
동백터널로 이루어진 오동도의 모든 산책로는 섬 정상의 하얀 등대를 향해 오른다. 바깥이 훤히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5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붉게 물든 동백림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멀리 남해의 돌산도, 돌산대교, 여수항, 광양항,
하동포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용굴, 코끼리바위 등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오동도의 해안 절벽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유명하다.
◇경남 통영 수우도
한려수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수우도는 삼천포에서 남쪽으로 13㎞ 떨어진 외딴섬이다.
행정구역은 통영이지만 주민들의 생활권은 삼천포다. 섬의 형태가 소와 비슷하고 나무가 많아 수우도로 불리는 섬에 들어서면
수령 200∼500년에 이르는 2만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천연림을 이루고 있다. 섬 최고봉인 은박산(189m) 남쪽과 동쪽 사면에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백꽃을 감상하려면 선착장과 이어지는 오솔길로 들어서야 한다. 10m 높이의 동백나무 고목이
울창한 숲은 햇빛 한 점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지만 땅에는 낙화한 동백꽃들로 환하다. 해안선은 구멍이 숭숭 뚫린 해골바위,
매처럼 생긴 매바위, 고래를 닮은 고래바위 등 기암괴석에 둘러싸여 있다. 삼천포항 유람선선착장에서 수우도로 가는 배편이 있다.
여행정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에서 2번 국도로 갈아타고 강진읍내까지 간다.
서울에서 강진까지 고속버스로 5시간. 기차를 타고 광주에서 내리면 강진까지 시외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1시간20분 소요.
영랑생가에서 사의재∼목리마을∼남포마을∼해창∼백련사∼다산초당∼다산유물전시관에 이르는 ‘정약용 남도유배길’은 약 15㎞.
다산초당에는 아담한 연못과 석가산, 돌 틈에서 솟아나는 약천, 솔방울을 태워 찻물을 끓이던 바위인 다조, 해배를 앞두고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집 뒤편의 암벽에 손수 쓰고 새겼다는 ‘정석(丁石)’ 등 다산의 손때가 묻은 자취들이 남아있다.
다산유물전시관에는 영정, 가계도, 유물 등이 전시되어 있다.
병영면의 전라병영성 하멜기념관은 우리나라를 서양에 최초로 알린 ‘하멜 보고서’의 저자 헨드릭 하멜을 기리는 전시공간.
제주도에 표류해와 조선에서 13년간 억류생활을 했던 하멜은 7년을 강진 병영에서 살았다.
하멜기념관 옆의 병영마을에는 골목이 크고 길어 ‘한골목’으로 불리는 1.5㎞ 길이의 골목이 있다.
월출산 남쪽 기슭 산비탈에 위치한 월출산 차밭은 ㈜태평양의 설록차 재배 단지인 장원산업의 다원(茶園). 차밭 규모는 10만평으로
바위산인 월출산을 배경으로 삼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대구면의 청자박물관은 청자문화의 역사적 변천 과정을 체계적으로
전시한 공간으로 연중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강진을 대표하는 음식은 한정식이다. 청정해역의 어패류와 기름진 강진평야의 농산물이 후덕한 전라도 인심과 맛깔스런 손맛에 의해
전국을 대표하는 한정식으로 명성이 높다. 조선 후기에 강진으로 귀양을 온 수라간 상궁에 의해 전해진 궁중음식의 비결이 강진한정식으로
발전했다고 한다. 강진읍내에 한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이 5∼6곳 있다.
강진에는 호텔이나 리조트가 없다. 강진읍내에 모텔과 여관이 몇 곳 있다. 다산초당 아래의 다산촌명가(061-433-5555)는 찻집과
음식점을 겸한 한옥숙박시설로 전 강진군수인 주인과 차를 나누며 다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
겨울에 피고 봄에 지는 ‘동백’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운다 하여 붙은 이름이 ‘동백(冬柏)’. 한겨울이라도 며칠간 따스한 날씨가 이어지기라도 하면 보란듯이 꽃을 피우기도 한다. 우리나라 남해안가의 동백은 보통 2월 초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2월말~3월초가 되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가장 늦게 꽃을 피우는 곳이 고창 선운사. 보통 4월말에서 5월초가 되어야 비로소 얼굴을 내민다.
이렇듯 지역에 따라 피는 시기가 다르지만 반가운 ‘봄의 전령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동백은 높이 10m 내외까지 자라고 잎이 두텁고 광택이 나는 것이 특징.
동백꽃은 새털처럼 한잎 두잎 바람에 날리듯 지는 벚꽃과는 다르다.
꽃이 붉디 붉어 가장 아름답게 피었다고 생각될 즈음 마치 목이 부러지기라도 하듯 송이째 ‘툭’ 떨어진다.
동백나무는 꽃이 지고 나면 볼품이 없다. 하지만 동백은 꽃이 피었을 때와 떨어질 때 두번 보아야 제격이라고 한다.
남쪽 바닷가 동백꽃 여행지
어느새 겨울의 끝. 쪽빛 파도 일렁이는 남쪽바다에는 훈풍이 감돈다.
매서운 겨울바람 속에서도 뜨거운 마음 하나로 피워낸 작은 꽃망울들.
떨어져도 시들지 않고 화려한 색깔과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는 꽃. 남쪽 바닷가의 동백꽃 여행지를 소개한다.
◇여수 오동도
전남 여수 신항 앞에 떠있는 오동도. 동쪽으로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서쪽으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 시작되는 요충지.
지금 오동도 전체가 붉은 동백꽃으로 뒤덮여 있다.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동도.
지금도 5,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섬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동백꽃은 식물원 뒤쪽 산책로에 가장 많이 피어 있다.
호젓한 산책로를 걸어가면 갈대처럼 생긴 대나무인 시누대숲 위로 붉은 동백꽃이 얼굴을 내밀고 화사하게 웃고 있다.
절정기는 2월 중순부터 3월 초순. 해상국립공원을 사이에 끼고 있는 섬답게 바다풍광도 수려하다.
긴 방파제를 따라 바닷바람 속을 거니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돌산도로 가는 연륙교 초입의 무실목 자갈밭해변 언덕에도 자생하는 동백숲이 있다.
◇거제 해금강
거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섬.
60여개의 크고 작은 섬을 거느리고 있다. 해금강은 거제의 으뜸가는 명승지.
섬의 남쪽 갈곶해안과 그 앞의 작은 돌섬인 갈도 일대에 펼쳐진 기암괴석 무리를 일컫는다.
해안 풍광이 아름다운 거제는 동남쪽에 해수욕장이 많다.
한적한 명사해수욕장, 검은 몽돌이 깔린 학동몽돌해수욕장, 맑고 깨끗한 물과 고운 모래가 깔린 구조라와 와현해수욕장 등이 있다.
그런 해금강 입구 신선대 주변에 이미 동백꽃이 피었다.
또 해금강에서 약 20리 떨어진 학동몽돌해수욕장 가는 국도변 해안을 낀 절벽 위에 핀 동백숲이 일품이다.
학동 해안을 따라 효자산 아래까지 우거진 동백숲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야생 동백군락지 중 하나.
약 38ha에 3만여 그루의 동백이 무리지어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동백이 만개하는 2월 중·하순에는 지신밟기·띠뱃놀이·쥐불놓이 등 정월대보름 행사와 동백가요제·백일장·사생대회·사진촬영대회 등이 이어지는 ‘학동 동백축제’가 열린다.
◇해남 보길도
한반도 최남단 땅끝마을이 있는 해남.
꽃잎을 반쯤 연 동백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그중 해남읍에서 삼산면 대둔사(대흥사)쪽으로 가다보면 약 4㎞지점에 고산 윤선도 유적지가 있다.
‘녹우당’이라 이름지어진 고택 둘레에는 동백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또 대둔사를 둘러싼 두륜산도 동백림이 우거져 있다.
입구부터 절까지 10리길은 군데군데 적송이 치솟고 아름드리 벚나무와 참나무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백나무. 수줍게 붉은 얼굴을 내민 모습이 새색시 같다.
달마산 미황사에서도 예쁜 동백꽃을 볼 수 있다. 기암괴석을 마치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미황사 뒤로 동백나무 숲이 있다.
땅끝마을 바로 앞에 있는 보길도에서도 함초롬한 동백을 볼 수 있다. ‘
어부사시사’를 읊으며 말년을 보낸 ‘고산 윤선도’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섬의 산세가 ‘피어나는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부연동’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윤선도가 풍류를 읊었던 세연정이 있는 연못 세연지 주변에도 동백숲이 있다.
푸른 물 위로 떨어진 붉은 동백꽃은 바람이 불면 작은 배처럼 한가롭게 연못을 떠다닌다.
◇강진 백련사
청자의 고향이자 다산 정약용의 유적지가 있는 강진은 ‘남도답사 1번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을 맞을 수 있는 곳 중 하나다.
백련사 주변 동백나무는 지난해 11월 이상난동으로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 적이 있다.
1,500여 그루에서 피어나는 동백꽃들은 강진만 바다, 그리고 단아한 천년 고찰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3월중순께 만개. 천연기념물 151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백련사 사적비에서 더 서쪽으로 가면 허물어진 행호토성 너머 동백숲이 장관이다.
아직 쌀쌀한 기후 탓인지 동백 대부분이 봉오리만 맺혔다. 하지만 군데군데 성질 급한 꽃은 벌써 함박웃음을 띠고 있다.
2월 중순이 지나면 만개할 것이라고 한다. 이 동백나무 모두를 다산 정약용이 심었다는 말도 전해진다.
백련사에서 정약용이 18년간의 유배생활 중 10년을 지냈다는 다산초당에 이르는 40여분간의 등산로를 따라
동백나무가 줄지어 서있다.
강진과 가까운 영암 월출산에 가도 동백을 볼 수 있다.
‘남도의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기암괴석 자태가 아름다운 곳.
동백꽃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월남리 쪽으로 올라가 도갑사 방면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20여분쯤 올라가면 기암괴석 사이 동백숲이 있는 금릉경포대. 40여분간 붉은 동백꽃을 보며 걸을 수 있다.
'사이(間)에서 엿보기 > 길 위의 지나 간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1.4월 고려산] 진달래보는 나길도 정기 (0) | 2011.04.27 |
---|---|
홍릉.... (0) | 2011.04.26 |
서촌마을 (0) | 2011.04.17 |
벚꽃을 찾아서 (0) | 2011.04.16 |
[스크랩] 서울 도심 속의 두메산골 산책 ~ 부암동과 북악산, 창의문(자하문) (0) | 2011.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