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꽃
안도현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진안에서>
개망초꽃
김정호
어둠이 내리는 밤이 되어도
더 울지
못한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간 시간
달빛이 내리는 들판에 무리지어 피었다가
고깔지게 져버린
저 전하지 않은 자존심
두 해만 살다 갈 삶이지만
누가 뭐래도 너는 바람도 잠재운 들판의 수호신
똑바로 고개들고
지울것 지워버리고 버릴것 버리고 살아가며
부끄러워 할줄아는
내 이름은 개망초꽃
개망초는 국화과의 두해살이 풀이다.
망국초, 왜풀, 개망풀이라고도 한다.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이다.
주로 밭이나 들, 길가에서 자란다.
높이는 30~100센티미터이고 전체에 굵은 털이 있으며 가지를 많이 친다.
뿌리에서 나는 잎은 꽃이 필 때 시들고 긴 잎자루가 있으며 난형이고 톱니가 있다.
줄기잎은 어긋나고 밑의 것은 난형 또는 난상 피침형으로
길이 4~15센티미터, 나비 1.5~3센티미터이다.
잎 양면에 털이 있고 드문드문 톱니가 있으며 잎자루에는 날개가 있다.
위에 붙은 잎은 좁은 난형 또는 피침형으로 톱니가 있고
가장자리와 뒷면 맥 위에도 털이 있다.
관상화는 황색이다.
8-9월에 백색 또는 연자줏빛 꽃이 두상꽃차례를 이루고
가지 끝과 줄기 끝에 산방상으로 붙는다.
총포에 긴 털이 있고 혀 모양의 화관은 길이 7-8밀리미터, 나비 1밀리미터 정도이다.
꽃말은 어울리지 않은 '화해' 이다.
<<개망초 이야기>>
개망초라 이름 지어진 저는
19세기 말, 조선이 조금씩 문호를 열 때
북아메리카의 배들이 조선의 해안을 들락거리며
저를 떨구고 갔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비슷한 시기에 조선보다 먼저 개화한
일본을 통해서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또 어떤 이는 6.25 때 미군의 배낭에 묻어 왔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 땅에 어떻게 오게 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낯설고 물설은 이국 땅에 정 붙이고 살기 위해
죽을 둥 살 둥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열심히 노력한 탓인지
한번 밭에 퍼지기 시작하면 농사를 다 망친다는 뜻으로
'개망초(皆亡草)'라고 부르더군요.
더 심하게는 농부들이 저를 뽑아내며
'개 같이 망할 풀'-亡草이라고 욕을 했다고도 하구요.
공교롭게도 제가 한국땅에 발을 디딘 시기가 일제강점기의 시작이었으니까
그 억울한 심정, 충분히 이해는 합니다...
그렇지만 그런 선입견을 무시한 채
저를 꼼꼼히 살펴 보아 주세요...
너무 흔히 피어서 그렇지 저도 참 예쁜 꽃이라구요.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인 저를
혹자는 'Egg Flower', 계란꽃이라고도 부른답니다.
제가 좀 달걀프라이처럼 생기긴 했지요~^^
제 조상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았는지 몰라도,
전 한국이 고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전 너무 외로워요...
전 가난하기 때문에 꿀을 많이 만들어 대접하질 못해서
벌이나 나비 같은 손님도 잘 찾아와 주질 않아요.
저랑 사촌인 망초는 제초제를 뿌려도 잘 없어지지 않지만
저는 제초제에도 약하구요...
봄이면 제 어린 싹을 망촛대라 해서 나물로도 먹잖아요.
그러니 불쌍한 저를 너무 미워하지 말고
예쁘게 보아 주세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수필이었던 듯한데
미국으로 이민 간 어떤 여자가, 그곳의 산야에
지천으로 피어 있는, 고국에서 낯익은 개망초를 보면서
'너나 나나 이역만리에 떨어진 서글픈 신세로구나...'
눈물지으며 향수를 달랬다구요.
그런데 알고 보니 개망초의 고향이 한국 아닌 미국이더라는...^^
전 그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진실을 모르는 채 아무렇지도 않게 곡해하고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고,
당장 내 집 앞 길모퉁이에도 피어 있는 개망초가 가여워졌지요.
얼마나 고향이 그리울까... 하구요.
그러나 개망초는 언제 보아도 씩씩합니다.
향수병 따위를 앓는 연약한 꽃이 아니었어요.
모두들 귀찮아 하고 홀대받아도, 자리만 있으면
궁둥이를 디미는 줄기찬 생명력을 가졌지요...
그래서 어쩌면 더욱 애처롭기도 하구요...
의외로 和解의 의미로 불렀으니...
<용주사 가는 길에서....>
안성 작업실 앞 마당에는 개망초 천지이다.
그 옆으로는 돼지감자꽃밭이다.
일부러 씨를 뿌려 키우는 듯 화려하다.
그 양반 말로는 개망초 다음은 쑥대밭이라는데....
'느리게 피는 꽃 > 하늘 땅 바람....그리고 물, 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누는 기쁨.실천회- 수련....흰독말풀, 범부채, 배롱나무 (0) | 2011.07.31 |
---|---|
담쟁이 (0) | 2011.07.31 |
Eco-cide(생태적 자살)의 의미 (0) | 2011.07.20 |
패랭이 꽃 (0) | 2011.07.14 |
청옥산 야생화 (0) | 2011.06.29 |